스타 디자이너 페터 슈라이어의 이름값을 한 쏘울의 개성적인 디자인.
[매거진 esc] 자동차 전문가 2인의 메신저 토크
거리에서 빛 발하는 화끈한 내외관…20대에게 강추, 40대는 글쎄
거리에서 빛 발하는 화끈한 내외관…20대에게 강추, 40대는 글쎄
새롭게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크로스오버차(CUV) 쏘울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쏘울은 기아차의 미래를 예견할까요? <모터 트렌드> 이경섭 편집장(대화명 이 기사)과 <비비시 톱기어> 김우성 편집장(대화명 김 기사)이 인터넷 메신저를 띄워놓고 쏘울의 디자인과 봉고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 기사: 쏘울을 통해서 현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기아의 노력이 보여요. 쏘울도 그렇고 쏘울 이전에 나온 포르테도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삼고초려 끝에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인 페터 슈라이어를 부사장으로 데려와서 만든 작품이라는 거. 슈라이어가 처음부터 끝까지 쏘울 디자인을 맡은 건 아니지만, 그가 없었다면 쏘울이 나오기 힘들었을 수도 있죠.
기술의 기아, 디자인의 기아로 거듭나나
이 기사: 쏘울이 온전한 슈라이어의 작품이라 하기엔 힘들겠죠. 사실 저는 그가 와서 뭘 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 그냥 짐작할 뿐이죠.^^
김 기사: 당장은 이름값이 크죠. 유럽에서 신차를 발표할 때 현지 기자들을 더 많이 불러모을 수 있는 효과도 있고^^.
이 기사: 슈라이어는 이른바 스타 디자이너니까. 199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 아우디를 디자인했고. 그의 스타일은…. 김 기사: 심플과 독창성. 이 기사: 심플이라는 말에 함축돼 있죠. 기아에 와서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철학을 내세웠고. 김 기사: 슈라이어가 기아에서 당장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일단 그의 이름만으로 국산 자동차에서 디자이너에게 힘이 좀더 실릴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인 효과죠. 쏘울과 같은 경우도 보수적인 경영진이라면 쉽게 양산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자동차거든요. 이 기사: 이번 쏘울 디자인은 매우 파격적이죠. 예전의 기아가 시도했을 만한. 현대 산하로 들어간 뒤 기아는, 뭐랄까, 제 색깔을 완전히 잃은 브랜드 같았거든요. 김 기사: 슈라이어를 데리고 올 때 기아로서는 나름대로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욕심이 있었을 거예요. 쏘울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의 스타일이 대폭 반영된 것 같아요. 그의 입김이 가장 많이 들어간 모델이자,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모델이고…. 이 기사: 여하튼 요즈음 나오는 기아차를 보면 점점 디자인을 내세우는 브랜드다워지는 것 같아요. 모하비, 포르테, 쏘울… 개성적인 기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할까? 김 기사: 어찌 보면 아이러니죠. 기아는 19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브랜드였는데, 디자인에서 활로를 찾으니까. 슈라이어를 통해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재정립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 기사: 예전 봉고가 그랬듯 차별화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와 비슷하지만 현대보다 살짝 아쉬운 모델만 자꾸 내놓으면, 기아의 미래는 암울해지죠. 기아는 봉고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기사: 봉고 정신! 1980년대 초반 경영난을 겪던 기아가 생면부지의 원박스카 봉고를 전격적으로 출시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죠. 봉고의 성공을 크라이슬러의 부활로 비유하곤 했는데. 이 기사: 봉고 정신은 이후에 스포티지로 이어지죠. 스포티지는 세상에 없던 콘셉트의 차를 기아가 만들어낸 거예요. 개방성 강조한 실내공간 김 기사: 요즈음 대세인 콤팩트 에스유브이(SUV)! 이 기사: 봉고, 스포티지, 쏘울… 전 쏘울을 그런 의미로 기대합니다. 정말 기아다운 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김 기사: 나는 쏘울을 직접 보기 전까지 닛산의 큐브를 떠올렸어요. 이 기사: 그런데 큐브와는 다르죠. 김 기사: 큐브가 냉장고 박스라면, 쏘울은 완충용 스티로폼이 잔뜩 들어간 컴퓨터 박스라고나 할까? 이 기사: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큐브의 시장을 노리고 있죠, 젊은이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걸 보면. 그쪽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겠죠. 개성을 살리면서 실용적인 차, 시유브이(CUV). 게다가 단순한 구조 위에 튜닝하고 드레스업하기 쉽게 만들었고. 김 기사: 쏘울에 실제 앉아 보니 겉보기에 비해 뒷좌석이 넓었어요. 천장도 높아서 심리적인 개방감도 크고.
이 기사: 키 큰 경차보다 약간 큰 느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좀 크더군요. 작은 에스유브이(SUV) 같은 느낌… 내외관이 화끈하고 맘에 들어요.
김 기사: 신차 발표회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우와’ 했던 차가 정작 거리에서 ‘애걔’ 하는 경우도 많은데, 쏘울은 그렇지 않았어요. 거리의 모습도 눈에 띄고 발랄해 보이죠.
이 기사: 좀 작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쏘울 같은 박스카는 공간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마음대로 몰고 다니고 주차하기 편할 정도는 아닌, 약간 애매한 크기거든요. 그리고 값이 조금만 더 쌌더라면 좋았을 걸 싶었어요. 20~30대 젊은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김 기사: 저는 지레 걱정을 했던 탓인지 적당하다 싶었어요. 내가 20대라면 큐브 사느니 쏘울을 사죠.
이 기사: 어쨌든 기아는 개성적이고 도전적인 모델로 승부를 하는 것이 승산이 있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쏘울은 기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차라고 할 수 있죠.
김 기사: 폴크스바겐이 스페인의 세아트를 인수한 다음, 기본 뼈대는 폴크스바겐과 나눠 쓰면서 제작비를 낮추고 대신 디자인에 강력한 개성을 부여했죠. 그래서 세아트는 유럽 젊은이들의 폴크스바겐이 된 거죠. 이 성공 스토리를 현대-기아차가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보수적인 현대와 진취적인 기아!
김 기사:쏘울은 기아가 나아가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죠. 슈라이어를 영입한 이유도 짐작할 만하고.
이 기사:완전 동의! 쏘울은 콘셉트가 명확해 개인적으로 아주 반가운 찹니다. 몇 가지 아쉬운 건 시유브이가 가져야 할 덕목이 부족하다는 점. 예컨대 넓은 실내공간이나 적재공간, 시트 활용성 같은 것. 그러다 보니 광고도 젊은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어필하려는 것 같고.
패셔널블만 강조하니 장년층은 소외되네
김 기사: 너무 패셔너블한 점만 강조하는 것도 그렇고. 또 20~30대 소비층을 향한 집중도는 좋지만 40대 이상에게는 너무 어필할 수 없다는 거. 폴크스바겐의 폴로는 작은 해치백이지만 학생부터 노인들한테까지 사랑받잖아요. 젊은층을 겨냥했다고 40대 이상에게서도 환영받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쏘울을 향한 딜레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기아의 나아갈 바를 보여주는 콘셉트 차, 젊은층에 어필하는 뚜렷한 차, 시유브이 성격에 접근한 차. 하지만 나이 탓인지 내가 한 대 사겠노라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 차라는 거.
이 기사:솔직히 말하시죠? 20~30대가 이제 아니라는^^ 내 딜레마는 딱 두 가지. 남에게 쏘울을 권할 이유는 100가지나 되지만, 내가 사기엔 망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딱 두 가지. 40대(벌써! 흑)라는 것. 그리고 선뜻 사줄 예쁜 처제나 동생이 없다는 것^^
김 기사: 고민은 많이 할 거 같아요. 눈에 쏙 들어오는 국산 차가 없는지라.
정리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이 기사: 슈라이어는 이른바 스타 디자이너니까. 1990년대 중반부터 2002년까지 아우디를 디자인했고. 그의 스타일은…. 김 기사: 심플과 독창성. 이 기사: 심플이라는 말에 함축돼 있죠. 기아에 와서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철학을 내세웠고. 김 기사: 슈라이어가 기아에서 당장 뭔가를 하는 것보다는, 일단 그의 이름만으로 국산 자동차에서 디자이너에게 힘이 좀더 실릴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인 효과죠. 쏘울과 같은 경우도 보수적인 경영진이라면 쉽게 양산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자동차거든요. 이 기사: 이번 쏘울 디자인은 매우 파격적이죠. 예전의 기아가 시도했을 만한. 현대 산하로 들어간 뒤 기아는, 뭐랄까, 제 색깔을 완전히 잃은 브랜드 같았거든요. 김 기사: 슈라이어를 데리고 올 때 기아로서는 나름대로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겠다는 욕심이 있었을 거예요. 쏘울의 마지막 단계에서 그의 스타일이 대폭 반영된 것 같아요. 그의 입김이 가장 많이 들어간 모델이자,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모델이고…. 이 기사: 여하튼 요즈음 나오는 기아차를 보면 점점 디자인을 내세우는 브랜드다워지는 것 같아요. 모하비, 포르테, 쏘울… 개성적인 기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할까? 김 기사: 어찌 보면 아이러니죠. 기아는 19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브랜드였는데, 디자인에서 활로를 찾으니까. 슈라이어를 통해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까지 재정립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 기사: 예전 봉고가 그랬듯 차별화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와 비슷하지만 현대보다 살짝 아쉬운 모델만 자꾸 내놓으면, 기아의 미래는 암울해지죠. 기아는 봉고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 기사: 봉고 정신! 1980년대 초반 경영난을 겪던 기아가 생면부지의 원박스카 봉고를 전격적으로 출시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죠. 봉고의 성공을 크라이슬러의 부활로 비유하곤 했는데. 이 기사: 봉고 정신은 이후에 스포티지로 이어지죠. 스포티지는 세상에 없던 콘셉트의 차를 기아가 만들어낸 거예요. 개방성 강조한 실내공간 김 기사: 요즈음 대세인 콤팩트 에스유브이(SUV)! 이 기사: 봉고, 스포티지, 쏘울… 전 쏘울을 그런 의미로 기대합니다. 정말 기아다운 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김 기사: 나는 쏘울을 직접 보기 전까지 닛산의 큐브를 떠올렸어요. 이 기사: 그런데 큐브와는 다르죠. 김 기사: 큐브가 냉장고 박스라면, 쏘울은 완충용 스티로폼이 잔뜩 들어간 컴퓨터 박스라고나 할까? 이 기사: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큐브의 시장을 노리고 있죠, 젊은이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걸 보면. 그쪽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겠죠. 개성을 살리면서 실용적인 차, 시유브이(CUV). 게다가 단순한 구조 위에 튜닝하고 드레스업하기 쉽게 만들었고. 김 기사: 쏘울에 실제 앉아 보니 겉보기에 비해 뒷좌석이 넓었어요. 천장도 높아서 심리적인 개방감도 크고.
넓은 뒷자석과 높은 천장이 개방감을 높인다. 위는 쏘울의 실내 모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