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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사랑하는 법

등록 2009-04-0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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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오래전 ‘제임스딘’이라는 속옷 브랜드의 지하철 광고 기억하세요? ‘이 팬티 믿어 주세요’, ‘아직도 내의 선택을 어머님께 의존합니까? 이제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하루를 입어도 새것 같은 팬티, 10년을 입으면 걸레가 되는 팬티’ 같은 패러디 유머로 히트를 쳤죠. 이 광고를 보면서 킥킥거리는 건 지옥만큼이나 싫은 지하철을 타는 유일한 재미였습니다. 이 광고가 사라진 다음부터는 말 그대로 지하철 타는 낙이 없습니다.

저는 같은 거리라도 10분 만에 도착하는 지하철보다 30~40분 걸리는 버스를 탑니다. 달리는 동안 텅 빈 괄호처럼 깜깜한 지하철 창문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까지 암흑으로 물드는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피하는 지하철이지만 유일하게 좋아했던 게 1호선입니다. 엄청 낡은데다 사람도 미어터지고 성희롱 사건도 많아서 ‘여성전용칸’이라는 웃지 못할 특단의 조처가 생기기도 했던 전철이었지만, 서울역을 빠져나가 창문에 바깥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음이 탁 트입니다. 오래된 전철역 주변이 그렇듯 달리는 창문 밖에는 낡은 간판의 여관과 술집, 나이트클럽이 즐비하지만 어쩐지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라 재밌습니다. 봄이면 그 시끄러운 열차 소리를 이기고 개나리며 장미가 한 역에서 다음 역까지 커튼처럼 피어 있는 장관도 연출됩니다. 이 풍경을 감상하며 인천까지 가서 차이나타운의 ‘짜장면’을 먹고 배다리 헌책방을 뒤지는 게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지하철에 정붙이고 싶은 분이라면, 3면 ‘워킹맵’을 오려서 이번 주말 1호선에 올라타 보시길. 저는 중앙선을 타고 1호선 편애에서 벗어나볼까 궁리중입니다.

요즘 〈esc〉의 히트상품인 ‘워킹맵’(Walking map)을 기획했던 남종영 기자가 이번 호 인천 차이나타운 여행을 끝으로 〈esc〉에서 하차합니다. 지도를 사랑하는 남 기자가 사회부 노동담당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이번에는 제2의 워킹맵(Working map)을 기대해볼까요?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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