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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었다고 생각할 때가 망할 때”

등록 2009-05-14 22:11수정 2009-05-15 20:10

일본 최대 중저가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2010년 매출 1조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갭(GAP)을 제치고 세계 1위 의류제조ㆍ소매회사가 되는 것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 겸 회장은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래 사진은 매장의 내부 모습. 유니클로 제공
일본 최대 중저가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2010년 매출 1조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갭(GAP)을 제치고 세계 1위 의류제조ㆍ소매회사가 되는 것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 겸 회장은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래 사진은 매장의 내부 모습. 유니클로 제공
[뉴스 쏙] 한겨레가 만난 사람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 회장




“(고객은)불황이 심화되면서 조금이라도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물건을 갖고 싶어한다. 이리하여 ‘백화점은 쿨(멋지다)’에서 ‘유니클로는 쿨’로 지향점이 바뀌었다.”

지난 9일 <도쿄신문>에 기고한 한 경제 애널리스트는 대불황의 시대를 거슬러 질주하는 저가 캐주얼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고속성장의 비결과 백화점의 부진을 대비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12일 이세탄백화점 기치조지점이 영업부진으로 폐업을 발표하는 등 최근 1년새 전국 14개 점포가 문을 닫는 등 백화점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일본 백화점의 침체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업계 전체 대비 매출액이 10년째 전년대비 하락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의 절약 경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명품의류 등 고가 전략을 고수해 보통사람들의 발길이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불황속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1999년 매출 1천억을 돌파한 이후 9년만인 2008년 매출액 5000억대로 올라서며 덩치가 5배로 커졌다. 이 회사의 2008 회계연도(2007월9~2008년8월) 연결결산결과 매출은 전기 대비 11.7% 증가한 5864억엔, 순이익은 37% 증가한 435억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금융 위기와 뒤이은 세계 동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일본의 소비심리는 올들어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3월 소비자 전국소비자 물가지수가 1년반만에 전년 같은달에 비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같은달 2인 이상 가계 소비지출이 4.8% 줄어들어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유니클로는 강한 상술을 펼쳐보이고 있다.지난달 발표된 2009 회계연도 상반기(2008년 9월~2009년 2월)는 더욱 성장세를 기록했다. 매출과 당기순 이익이 각각 13.0%와 24.1% 성장해 과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거품을 확 뺀 가격과 괜찮은 품질을 무기로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유니클로 매장들은 근검절약 시대를 맞아 오히려 더 붐빈다. 지난 10일 개장 기념 세일 마지막날을 맞은 도쿄의 니시구치점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부인의 손을 잡고온 50대 부부, 20대 연인, 한국 중국 등 외국인 등 다양한 손님들이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전 매장을 가득 메웠다. 자켓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3000엔 이하의 제품들이며, 990엔짜리 티셔츠 등도 수두룩하다. 손님들의 장바구니엔 쇼핑한 옷가지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유니클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불황에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니클로을 이끄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60) 회장 겸 사장의 남다른 경영 철학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올해 3월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에 의해 일본 최고의 부호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회사는 공적기관”이라며 고용 문제에 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지난 8일 도쿄 구단시타의 패스트리테일링 사옥에서 가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도 “도요타와 소니 같은 대기업이 불황을 이유로 비정규직을 자르는 것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기업의 마구잡이식 해고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07년 이후 비정규직 사원 25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장애인 고용율(8%)도 일본 상장사중 가장 높은 비율인 유니클로는 팔다남은 상품을 회수해 난민에게 기증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아사히신문>이 주최하는 ‘아사히 기업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야나이 사장은 일본 정계와 한국 재계에 만연된 세습체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러받은 2세 경영인이면서도 두명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밝혔다. 자기부정을 경영의 근간으로 내세우는 야나이 사장다운 선택이다.

 

-대불황속에서도 유니클로만이 비약적 성장을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인지요.

“우리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 덕분입니다. 고객들이 유니클로를 구매해주는, 지지도가 매우 높습니다. 불황이라고 해서 모두 안팔리는 게 아니라, 각각의 브랜드와 가게중 어디를 고를까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중에서 유니클로를 가장 먼저 선택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가격에 질이 좋은 브랜드는 많이 있습니다. 어째서 유니클로만 잘 팔리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많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싼 가격의 제품 중 정말 질이 좋은 제품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품은 싼 가격이지만 품질만은 주의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평가해주는 게 아닌가 합니다.”

-유니클로처럼 업체가 직접 대량생산하고 소매까지 하는 것은 품질관리가 어렵지 않나요

“어렵지 않습니다. 같은 것을 조금씩 만드는 게 어렵죠. 같은 것을 매일 같은 공장에서, 그리고 다음해도 같은 것을 만들면 점점 품질이 좋아집니다. 우리는 다른 소매업체처럼 매년 생산공장을 바꿔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같은 공장과 거래하며 우리들과 같이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매년 품질향상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라면 반드시 매년 품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철학으로서 자기부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같이 잘 팔릴 때에 가장 나쁜 것이 자기들이 능력이 있기 때문에 팔린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손님의 지지가 이전보다 늘었기 때문이지 우리의 노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 아니죠. 지금보다 더 손님들의 지지를 늘리지 않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한번 물건을 산 손님은 항상 더 좋은 물건을 사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망치는 때인 겁니다.”

 

일본의 경영컨설던트 히키타 후미아키는 유니클로의 강점으로 △사원과 일에 대한 엄격함 △위기의식의 공유 △의사결정의 신속함 등 3가지를 꼽았다.

 

-예컨대 독일의 유명 브랜드인 질 샌더와 손을 잡든다든지, 990엔의 청바지를 출시한다는지 그런 것도 자기부정의 경영 일환인가요?

“그렇습니다. 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없는 물건 만들거나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에 안주한다면 장사 끝입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두 나라는 상당히 선진국이 돼 있다며 현재 상태로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해서인지 옛날같은 헝그리 정신이 없잖아요.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고용문제에 대해서 대기업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 경영자에겐 이익이 우선 아닙니까?

“이익 우선은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경영자는 이익을 올리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 우선은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약자에 대해 불황의 악영향이 미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린 것도 회사를 위한 것이고,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예컨대 도요타와 소니는 비정규 사원 모두 잘랐잖아요? 그건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최근 5~6년의 호황기 때 막대한 흑자를 바탕으로 10조엔대의 막대한 내부 유보금을 쌓아 놓고도 지난해 하반기 불황을 빌미로 비정규직 직원 해고에 앞장섰다. 도요타에 이어 다른 대기업도 비정규직 해고 열풍에 뒤따랐다.

 

-고용 책임의 문제로 보시는 것이군요.

“그런 거죠. 약한사람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올바르지 못합니다. 경영자의 목도 몇 명 자르고 관리직도 일부 자른 다음에 비정규직 사원을 해고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일입니다. 비정규직 사원직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후 일본이 경제 2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안정고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것이 대기업에 공산당 인사들만 찾아가서 ‘고용을 유지해주십시요’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총리나 자민당의 인사가 갔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노사협력으로 전후 번영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계약만으로 간단히 목을 자르고 기뻐한다면 브랜드에게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고용안정 노력이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까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회사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죠. 고객이 상품을 사주잖아요. 고객은 전국민입니다.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약한 사람들만 그렇게 간단히 목을 자른다면 그 기업의 상품 사주지 않을 겁니다.”

 

- 비정규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많이 전환시켰다고 들었습니다.

“2007년 4월부터 2500명 정도가 정사원이 됐습니다. 다만 정규직에 어울리는 사람만 심사를 통해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회사는 사원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사원도 회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대등한 거죠. 정사원이 되려고 한다면 정사원에 어울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누구나 될 수는 없는 것이죠.”

-정사원화 전략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정사원이 되면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임시고용보다 장기간 근무하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서는 숙련노동력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됩니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판매원을 하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숙련된 사람이 제몫을 하는 판매원이 되어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2010년 매출 1조엔 달성 목표는 가능합니까?

“아마 올해 매출이 7000억엔에서 약간 못미칠 것이므로 2000억~3000억엔 정도 매출규모의 기업을 인수하면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봅니다. 2년 뒤인 2010년 결산 시기쯤이면 충분히 달성합니다. 시기와는 관계없이 1조엔에는 반드시 이를 것입니다. ”

 

유니클로는 궁극적으론 미국의 갭(GAP)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의류·소매제조업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목표가 굉장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사원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다면 그런 것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장은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보다 머리가 좋고 더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범인이라는 자각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는 있었다고 봅니다. 다른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안되는 거죠.”

-그런 것이 경영철학인가요?

“그렇습니다. 일을 하는 것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사람의 감각이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하는 사람은 사원의 일과 사회적인 일을 생각하면서 일하는지 않으면 안됩니다.”

 

-고객의 수요에 부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일 아닌가요.

“그렇지만 그것(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일)을 전문으로 장사를 죽 해왔잖아요. 그걸 못했다면 그런 장사 못했을 겁니다. 대부분 사람은 고객의 수요를 알기 어렵다고 하지만 ‘정말로 쭉 보고 있습니까, 정말로 묻고 있습니까, 정말로 어떤 상품이 팔리고 반향이 있는지, 가게의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있습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지위가 높아지면 그런 것 상관하지 않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장사꾼이니까 그런 부분이 관심사입니다. 어떤 상품이 어떤 사람에게 팔리고 있는 판매원뿐아니라 점장과 관리직, 경영자가 모두 관심사가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건 미래를 읽는 힘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앞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의 현실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잘 생각했다면 앞을 읽을 필요가 없는 거죠.”

 

-<포브스> 선정 일본 최고의 부자로 선정됐습니다. 돈에 대한 철학을 들려주세요

“장사해서 일본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은 역시 기쁜 일입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누구나가 부자가 되고 싶어하니까요. 그렇지만 돈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수익을 목적으로 하면 안됩니다. 수익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또는 크게 되기 위한 혈액 같은 것입니다. 돈이 목적으로 뭐든지 하려는 사람은 좋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것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자본주의 틀 안에서는 돈을 우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어려운 일아닌가요?

“돈만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영속적으로 성공하지 못하죠. (돈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죠.”

-10여년전만해도 일본 기업은 인재를 소중한 경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 구조개혁 이후 일본 기업들에도 이익우선주의, 이윤우선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가 자본원리주의가 되고 말았죠. 돈이 모든 것같이 되버렸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로서는 후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원시자본주의입니다. 그거야말로 발전도상국이 막 자본주의화되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더욱 세련되게 통제된 자본주의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거죠.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원래도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권을 가진 사람들이죠. 이들의 이익을 위해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통제하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아시아 국가중 가장 이렇게 되어 있는 나라가 싱가포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살아갈 의미가 없어요. 그런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닙니다.”

 

-한국은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돈 우선 풍조가 우선하는 편입니다.

“힘들어도 그건 관계가 없잖아요. 신념의 문제이니까. ‘모두 힘드니까’라고 말하지만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할 때 자산은 어느정도 있었습니까?

“현금은 1천만엔 정도이었지만 빚이 28억엔정도 있었어요. 모든 재산이 은행의 담보에 들어있는 상태였습니다. 15년전 상장하기 전에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지금 이 정도로 회사를 일군 것에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나요?

“우선 운이 좋지 않으면 사업가로서 안됩니다. 정말입니다. 운이 나쁜 사업은 성공하지 못합니다(웃음). 그러나 운은 자신이 만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려서는 잡을 수 없는 게 운이죠.”

 

-지금까지는 줄곧 운이 좋았습니까?

“다른 사람보다는 다소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야나이 사장께서도 여러차례도 실패했습니다. 실패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자주 이야기합니다만, 성공은 우연, 실패는 필연적이고요. 성공 사람은 우연 밖에 없지만 실패하는 사람에겐 실패하는 이유가 있어요. 내가 왜 실패했는지 곰곰히 생각해서 다음 무엇을 할지 정해놓지 않으면 안됩니다. 나는 ‘망하는 정도의 실패는 절대로 안된다, 만약 회사가 쓰러진다면 자기 자신으로는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해서는 절대 안되는 거죠.”

 

-구체적인 실패 경험은 뭐를 들 수 있나요?

“야채판매(2001년) 영국에 진출해서 실패하는 등 매일 실패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그때 왜 실패했는지 그 다음에 대비하는 게 비지니스의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해외와 일본내 판매는 차이점이 있습니까?

“아니요, 같습니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외에서도 가능하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국에 현재 25개 점포가 진출해 있는데, 200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매우 좋은 시장이고 일본에 매우 가깝기 때문에 대성공하고 싶습니다. 서울을 가봤는데 한글간판만 없으면 일본과 같다는 인상입니다. 한국의 패션은 일본과 거의 같습니다. 패션은 세계적으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잘 보면 같은 것이 많습니다. 차이점만을 이야기하면 아무런 의미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적 문제 때문에 서로 대항의식이 강해서 같으면서도 다르다고만 이야기합니다. 그건 좀 이상해요. 일본과 한국이 더욱 협력하고 더욱 타협해서 서로 강해지지 않으면 두나라 모두 약해집니다. 패션은 한-일이 같습니다. 유니클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이긴하지만 한국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생각해주면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 유니클로란 이름에는 유니크라는 뜻도 있지만 유니버설에 통하는 것도 있습니다. 유니크하고 유니버설한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컨대 일본만의 옷, 한국만의 옷은 넌센스이죠.”

 

-중국은 어떻습니까?

“중국은 1000개 점포 이상 진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35개 점포인데 매년 배 이상 성장하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부터 스웨덴의 엔이치 앤드 엠(H&M) 등 저가 외국 유명의류 브랜드가 도쿄에 개점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더욱 더 진출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면 올 수록 우리의 업계나 의복이 주목받잖아요. 주목받지 않는한 팔리지 않으니까요. 그런 가운데 점점 경쟁해서 소비자의 지지를 얻는 곳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지를 얻지 못하면 장사를 할 의미가 없는 거죠.”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것은 자신 같은 것이 아니라 장사의 근본원리입니다. 고객을 위해서 회사도 가게도 브랜드도 있다는 거죠. 회사, 경영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가 원리원칙이고 제1원칙입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나요.

“아침 7시에 회사에 출근해서 저녁 5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갑니다. 집에서 저녁 먹고 텔레비전과 책을 보거나 컴퓨터보고 다음날에 출근합니다.”

-생각보다 일중독이 아니네요.

“전 장시간 일하는 것이 싫습니다. 집중할 수 없잖아요. 가능한 단시간 일하면서 집중하자는 주의입니다. 조금 나이들었기 때문에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 망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일한다면 휴식시간을 갖고 일해야지, 끊임없이 일하면 안됩니다.”

 

-유니클로는 잔업(시간외근무)이 없는 건가요.

“있긴하지만 잔업하는 사람은 전혀 평가하지 않습니다. 상사나 관리직 사람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업가였던 아버지한테 기업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게 무엇입니까.

“아버지에게 배운 게 많습니다만 반면교사였던 것도 많습니다(웃음). 아버지로 물려받은 것은 장사란 일확천금이 없고, 매일 조금씩 쌓아올리는 것이고, 신용이 제일이라는 점입니다. ‘신용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한국의 재계를 보면 2,3세 세습경영인이 많습니다. 일본 정치도 세습문제로 떠들썩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하면 안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최고책임자의 아들이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없잖아요? 경영은 가장 우수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일본 정치인의 힘이 약해진 요인 중 하나가 세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에서 경영인이 세습이 만연하고 있다면 그것은 경영의 힘이 약해지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도 세습이지만(웃음). 아버지가 했던대로 했다면 망했다면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역시 가업경영이었죠. 가족을 위해서 장사를 했는데 나는 그것은 안된다고 생각해죠. ”

 

-그렇다면 자식에게 회사를 물러줄 생각이 없는 건가요.

“두 아이가 각각 회사의 주식을 10%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회사의 이사진에 넣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영은 직접 하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경영을 바꾸는 것은 주주로서 권리를 주장하지만 직접 경영은 좋지 않습니다.”

 -조금 쓸쓸하지 않습니까?

 “그쪽이 좋잖아요. 회사에 들어온 사람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 경영진이 되는 게 좋잖아요. 아이들이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같은 정도 능력이라면 회사 사람쪽이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둘 모두 우수합니다. 그렇지만 조금 우수하다고 한다면 다른쪽에서 하는 게 좋습니다. 본인에게도 좋지 않고 사원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우수하다면 사장을 시키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사람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듭니다만은.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도 그렇습니다. 유교의 영향때문인듯 합니다. 그것은 기업에게 있어 단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r


전 공정 일체화…가격 내리고 품질 올리고
전 공정 일체화…가격 내리고 품질 올리고

전 공정 일체화…가격 내리고 품질 올리고

유니클로 급성장의 성장에는 대다수 일본 의류업체와 달리 기획, 생산, 판매, 유통을 일체화했다는 배경이 있다.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이 재고품과 반품을 고려해 처음에 이윤을 높게 붙이는 구조와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해, 가격 대비 만족도을 높였다. 여기에다 대형 히트상품을 꾸준히 양산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4년전 발매한 방한성 신소재로 만든 히트테크는 2007년 가을 겨을 2000만매, 지난해만 2800만장이 팔리는 대 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브래지어 컵과 캐미숄을 합친 ‘브라톱’도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그가 1984년 ‘값싸고 유니크한 의류’라는 의미에서 유니클로 1호점을 히로시마에서 연뒤 1998년 연 도쿄 1호점 진출에 성공한 것도 1900엔짜리 방한복은 몇개월 만에 250만 벌이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품질 유지의 일등공신은 ‘장인’들이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염색·방직·제봉 등의 현장에서 활동한 숙련공과 경험 많은 관리직들을 채용해 중국 공장에서 꼼꼼하게 하자 검사를 한다. 야나이 사장은 생산, 유통, 판매, 유통의 일체화는 오히려 품질관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또다른 성장전략은 매장의 대형화이다. 표준매장 면적의 2.5~5배인 500~700평의 대형매장을 3년안에 200개로 늘려 상품구색을 확장해 고객들이 소핑하기 편하게 한다는 발상이다. 현재 대형면적인 일본 국내 771개 점포중 62개이다. 또하나는 해외매장 확대이다. 지난해말 7개국 54개인 점포수를 올해말까지 94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영업 호조로 쌓아놓은 사내 유보를 바탕으로 기업인수합병에 3천억~4천억엔의 실탄도 준비해놓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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