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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모델은 사절

등록 2009-07-01 21:14수정 2009-07-05 15:26

예전 아이스크림 광고는 주로 시엠송을 앞세웠다. 해태제과의 1976년 바밤바 광고.
예전 아이스크림 광고는 주로 시엠송을 앞세웠다. 해태제과의 1976년 바밤바 광고.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역 배우에서 아이돌 스타까지…젊은 이미지 탈바꿈 위한 아이스크림 광고 변천사




“어쩌면 이렇게 시원할까, 쮸쮸바~쮸쮸루 쮸쮸, 쮸쮸루 쮸쮸바, 삼강 쮸쮸바.”(쮸쮸바)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투게더)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부라보콘)

어떻게 계속 먹게 할까? ‘장수 브랜드’를 가진 아이스크림 업체의 고민이다. 광고 문구를 찾는 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는 일, 가장 좋은 제품의 이름을 찾는 일(네이밍) 모두 이 목적을 위해 복무한다.



이효리를 선택한 돼지바의 전략

장수 아이스크림의 적은 브랜드 노후화다. 돼지바 광고.
장수 아이스크림의 적은 브랜드 노후화다. 돼지바 광고.

어떤 모델을 앞세워 먹고 싶게 만들 것인가. 20~30년 넘는 장수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업체의 고민은 ‘브랜드 노후화’에 대한 걱정이다. 여름 간식을 주로 사 먹는 젊은층이 오래된 아이스크림 제품을 ‘낡은 것’ ‘후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게 업체들의 요즘 고민이다. 장류나 고급 주류처럼 ‘오래됨’을 표나게 내세우는 빈티지 전략은 답이 아니다.

1983년 처음 나온 돼지바나 70년대 나온 쮸쮸바, 부라보콘 모두 처음엔 시엠송을 앞세웠다. “돼지, 돼지, 돼지바, 삼강 돼지바~바닐라, 초콜렛, 바삭~공부도 운동도 돼~지, 맛있다고 맛있다고 돼~지, 삼강 돼지바, 꿀꿀.(하나 더 줄까? 내가 뭐 돼지니?)”로 유명한 돼지바 시엠송에는 아역 배우였던 안정훈이 나온다. ‘시엠송과 어린이 모델의 조합’이 당시 아이스크림 광고의 공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어른이 되고 그 어른들이 다시 아이를 낳는다. 장수 아이스크림은 어려서 그 제품을 사 먹던 어른은 물론이고, 새롭게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팔려야 한다. 여기서 브랜드 노후화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롯데삼강은 “돼지바의 경우 83년 처음 광고한 뒤 별다른 광고 없이 80~90년대에 잘 팔렸다. 그러다 2000년에 접어들면서 젊은 소비자들이 돼지바를 ‘오래된 구닥다리 제품’으로 여길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3년 가수 이효리가 돼지바를 들고 브라운관에 등장한 데는 롯데삼강이 브랜드 노후화를 한번에 타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효리 광고로 노후화를 깼다고 판단한 롯데삼강은 전술을 틀어, 젊은층에 호소하기 위해 스타 마케팅에서 ‘유머 광고’를 앞세우고 나왔다. 많은 국민을 웃겼던 월드컵 패러디 광고다. 축구 심판이 레드카드 대신 돼지바를 든다.

1981년 해태제과 부라보콘 광고.
1981년 해태제과 부라보콘 광고.

해태제과의 부라보콘 광고 전략도 비슷한 변천사를 보인다.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라는 시엠송은 70년대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흥얼거렸다. 청소년 시절 임예진이 모델이었다. 2000년 들어 당대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들을 잇달아 모델로 택한다. 부라보콘 초코청크의 모델은 다니엘 헤니였고, 2002년에는 그룹 지오디, 2003년엔 탤런트 손예진이었다.

선호하는 모델 유형은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의 식감을 잘 표현하는 모델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빙그레는 자사 제품 광고 모델인 탤런트 박보영을 ‘식감을 잘 표현하는 모델’로 꼽았다. 밝고 귀여우면서 표정이 풍부해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잘 살린다는 것이다. 해태제과가 다니엘 헤니를 기용한 것도 초코청크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다니엘 헤니의 부드러움, 매력 등이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3년 빙그레 투게더 모델인 손지창.
93년 빙그레 투게더 모델인 손지창.

반면 롯데삼강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산업과 아이스크림이 공략층은 비슷하지만 광고 횟수나 비용에서 뒤지기 때문에 너무 인기 많아 여러 광고에 겹치기로 출연하는 스타는 피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똑같은 모델을 똑같이 노출하면 드러나지 않는다”고 롯데삼강 광고마케팅실은 밝혔다. 콧수염 등 식감을 해치는 분위기의 모델은 아이스크림 업계 공통의 경계 대상이다. 조니 뎁의 수염은 섹시하지만 아이스크림의 부드럽고 풍부한 식감을 살리기엔 어려운 셈이다.

7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탤런트 김자옥과 노주현이 등장한 빙그레 광고.
7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탤런트 김자옥과 노주현이 등장한 빙그레 광고.
장수 아이스크림 제품은 꽤 있지만, 30년 넘게 사용되는 아이스크림 광고 문구는 흔치 않다. 30여년 전 “12시에 만나요”란 문구의 12시는 정오를 의미했다. 통행금지가 있던 군사독재 시절 시민들은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묘지에서 만납시다 부라보콘”이라고 패러디해 불렀다. 요새 해태제과는 라디오 광고에 이 문구를 여전히 사용한다. 2009년에 12시는 정오와 자정을 동시에 의미한다고 해태제과는 설명했다. “투 머치 플레저?”(Too much pleasure?)라는 반어법으로 유명한 외국 아이스크림 업체 하겐다즈의 슬로건에 뒤지지 않는다.


투게더는 오랜 세월 가족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우고 있다.
투게더는 오랜 세월 가족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우고 있다.

얼굴만 봐도 침이 꿀꺽

어떻게 이름 지어 먹게 할까. 롯데삼강의 20년 넘은 장수 제품 돼지바, 해태제과의 바밤바, 빙그레의 투게더처럼 아이스크림 제품에는 유독 서너 글자 제품이 많다. 해태제과는 “누가바, 바밤바처럼 짧게 두세 자로 간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듣기 쉽고 발음이 편하고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 네임을 찾는 데 주력한다.

참고 <광고로 읽는 한국 사회문화사>(마정미 지음·개마고원), <자본주의의 시, 광고 슬로건>(김경석 지음·커뮤니케이션 북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제공 빙그레, 해태제과, 롯데삼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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