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염전의 대부분은 증발지가 차지한다. 결정지 반장이 잘해도 증발지 반장이 못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햇볕을 쐰 바닷물에 비를 맞히면 안 된다. 비를 피하는 비몰이를 증발지 반장이 잘해야 한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식당가에 부는 천일염 바람…미네랄 성분이 감칠맛 더해 요리사들 선호
식당가에 부는 천일염 바람…미네랄 성분이 감칠맛 더해 요리사들 선호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분류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식당가에도 서서히 천일염 바람이 분다. 특급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웨스틴조선호텔이 지난 6월 그래머시 키친 등 전 업장에서 ‘천일염’을 쓰기 시작했다. 전남 신안 천일염을 사용한다. 불고기 체인점인 불고기 브라더스는 이미 3년 전부터 태평염전에서 천일염을 사다 썼다. 이 업체는 고기구이가 주메뉴인 점에 착안해 고객들의 입맛이 소금에 민감한 점을 겨냥했다.
소금은 그 자체로 섭취되기보다 다른 식품에 들어가 있는 걸 먹을 때가 더 많다. 식품업체에서 천일염을 선호하는 흐름이 더 의미 있는 이유다. 풀무원은 전남 신안의 천일염 천연 간수를 이용해 두부를 만든다고 밝혔다. 사조해표도 국내 최초로 천일염을 사용한 김을 이달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섬들채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남 신안과 가까운 지역의 굴비업체, 고등어 절임 업체, 된장<30FB>간장 업체 등에서 서서히 천일염 주문량이 늘고 있다. 한성젓갈 등 제품의 맛을 소금이 좌우하는 젓갈 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에서 천일염이 유기농 고급 식품으로 대접받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청정원이 천일염을 앞으로 크게 성장할 산업으로 판단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청정원은 천일염이 지난해가 되어서야 식품으로 허용됐고 소비자들의 웰빙선호도가 갈수록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업체는 또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신안의 천일염이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일반인이 소금 맛을 감별할 수 있나
이들 업체들이 천일염을 쓰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이 양념이 다양하게 들어간 음식에 어떤 소금이 쓰였는지 감별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요리사들은 소금의 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레스토랑 나인스 게이트의 조리총괄 이민 상무는 어떤 소금을 쓰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고 잘라 말했다. “(천일염을 쓰면) 기분 좋은 맛으로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일염과 정제염은 염도가 다르고, 함유되어 있는 성분도 다릅니다. 당연히 맛이 달라진다고 할 수 있죠. 다만, 일반인이 알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김치찌개를 생각해봅시다.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김치가 필요하죠? 그런데 김치를 만들 때에도 소금을 사용합니다. 김치를 만들 때 사용한 소금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집니다. 조미료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맛이 없다고 대번에 느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익숙한 맛에 변화가 생길 경우 미세하지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민 상무는 ‘기분 좋은 맛’을 제5의 맛인 감칠맛이라고 분석했다. 불고기 브라더스도 천일염의 맛을 추구한다. 재료의 맛을 더 살려야 하는 점이 강조된 셈이다. 고추장, 고춧가루 등 소금 외의 다른 양념이 들어간 음식의 경우 일반인이 정제염인지 천일염인지 감별하기 어렵지만, 고기를 찍어 먹는 소금은 금방 차이를 안다고 이 업체는 설명했다.
천일염이 처음부터 이런 명품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공업용 소금의 수요가 증가했다. 공업용 소금은 순수한 염화나트륨만 요구하므로 미네랄 성분은 불순물 취급을 받았다. 세척 과정이 추가됐다. 게다가 미네랄 성분 중 염화마그네슘은 쓴맛이 있어 이를 세척한 천일염과 미네랄 성분 없는 암염이 식염시장을 잠식했다. 1979년 최초의 기계제염 공장을 건설해 순도 99%의 정제염을 생산하고 오스트레일리아·멕시코의 대규모 염전에서 값싼 천일염을 수입하면서 국내 천일염 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갯벌 천일염은 불순물이 많다는 이유로 식품위생법상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다시 식품으로 인정되기 전까지 식품업체는 천일염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다. 이 시기에 정제염에 조미료(엠에스지)를 코팅한 맛소금과 수입 천일염으로 만든 꽃소금이 국내 식염시장을 차지한다.
한때 나트륨이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저나트륨 소금 유행이 불었다. 그러나 천일염 연구자들은 심혈관계 질환은 정제염 때문이며, 천일염을 먹으면 미네랄 성분으로 외려 심혈관계 질환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목포대 함경식 교수는 <우리 몸 살리는 천연 미네랄 소금 이야기>에서 “최근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미네랄 결핍 현상 때문이라는 사실로 인해 국산 천일염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됐다. 소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은 모두 미네랄 성분이 빠진 암염이나 정제염 때문으로, 천일염과 정제염, 암염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생활습관병에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구술 차장도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바닷물, 천일염을 녹인 물, 정제염을 녹인 물에 각각 줄돔을 넣었더니 바닷물과 천일염을 녹인 물에서는 살았지만 정제염을 녹인 물의 줄돔은 죽었다.
“게랑드 소금보다 나은 한국 토판염” 물론 천일염이 요리의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간수가 제대로 빠지지 않은 천일염은 기계염만큼 쓰다. 구이, 졸임, 국 등 각각의 요리마다 천일염보다는 죽염이나 자염이 더 어울릴 때도 있다. 그러나 식생활에서 소금이 가진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한국의 천일염이 ‘좋은 식재료의 하나’로 더 알려지고 소비되는 것은 의미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천일염을 쓰는 식품업체가 늘어야 한다. 박찬일 요리사는 “게랑드 소금이 유명하지만, 전남 신안의 토판염이 직접 써보니 더 좋았다. 이렇게 환상적인 천일염이 국내에 있는데도 게랑드 소금을 비싸게 수입해서 쓰는 건 아쉬운 일이다. 소금은 음식의 핵심이다. 요리사들조차 아직 한국 천일염의 우수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참조=<우리 몸 살리는 천연 미네랄 소금 이야기>(함경식 외ㆍ동아일보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mh@hani.co.kr
지난해 3월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인정받았다. 소비자들의 기호에 발맞춰 식품업체도 다양한 천일염 제품을 내놓고 있다. 초록마을 매장 모습.
“게랑드 소금보다 나은 한국 토판염” 물론 천일염이 요리의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간수가 제대로 빠지지 않은 천일염은 기계염만큼 쓰다. 구이, 졸임, 국 등 각각의 요리마다 천일염보다는 죽염이나 자염이 더 어울릴 때도 있다. 그러나 식생활에서 소금이 가진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한국의 천일염이 ‘좋은 식재료의 하나’로 더 알려지고 소비되는 것은 의미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천일염을 쓰는 식품업체가 늘어야 한다. 박찬일 요리사는 “게랑드 소금이 유명하지만, 전남 신안의 토판염이 직접 써보니 더 좋았다. 이렇게 환상적인 천일염이 국내에 있는데도 게랑드 소금을 비싸게 수입해서 쓰는 건 아쉬운 일이다. 소금은 음식의 핵심이다. 요리사들조차 아직 한국 천일염의 우수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참조=<우리 몸 살리는 천연 미네랄 소금 이야기>(함경식 외ㆍ동아일보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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