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씨가 집 안에 꾸민 홈바. 언제든 홈 파티를 열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술이 있다.
김성환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알뜰 살림꾼 블로거 2인 생태 관찰기
같이 먹을 사람 없는 섭섭함은 블로그 댓글로 상쇄
같이 먹을 사람 없는 섭섭함은 블로그 댓글로 상쇄
또다른 둥지남 2명의 식탁 생태를 엿봤다. 이들은 혼자 시장을 보고, 혼자 요리를 해도 심심하거나 멋쩍어하지 않았다. 심지어 쿠키를 만들고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을 대접하기도 했다. 전자우편 및 전화로 이들 둥지남에게 혼자서도 잘 사는 비결을 물었다.
남은 재료 활용으로 나만의 메뉴 개발
⊙ 블로거 블랙다이어리(김성환, 29·blackdiary.tistory.com/category/Food_음식)의 식탁
서식지 : 고향은 서울이고 자취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올해 8월15일에 독립했습니다. ‘독립기념일에 나도 독립하네’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지요. 자취하는 곳은 종로구 사직동 오피스텔입니다. 한마디로 광화문 주변입니다. 교육 및 학술 관련 공공기관 연구원입니다.
요리 : 가장 최근에 포스팅한 요리는 미니 크로켓입니다. 건물이 주상복합이라 음식 재료는 집 지하에 있는 할인매장에서 샀습니다. 대부분 먹고 싶은 요리가 아니라, 남아 있는 요리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메뉴를 만들지요. ‘감자를 어떻게 먹을까’ 생각하다 감자샐러드를 만들기 시작하고, 감자샐러드를 만들다 ‘식빵 테두리 남은 거 먹어야 하는데 빵가루 만들어 크로켓 튀길까’라는 생각이 든 거지요.
구체적인 레시피는 세 가지 경로로 접수합니다. 요리 관련 책(레시피북이 아니라)을 보다가 먹고 싶은 게 생길 경우, 먹고 싶은 메뉴가 떠올라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는 경우, 나만의 오리지널 창작 메뉴. 크로켓의 경우 퇴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대충 먹으려다, 정신 차려 보니 크로켓을 튀기고 있더군요. 요리 한 번 하면 2~3일은 먹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세 번 요리를 합니다. 대충 만들어 먹는 건 거의 매일이죠. 다만, 일이 많을 때는 며칠씩 가스레인지 불도 못 켜는 경우도 있습니다.
쿠키 선물 : 예전에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초콜릿이나 쿠키를 냅다 만들곤 했습니다. 근데 만들어놓고 나니 줄 사람이 없었죠.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뿌리곤 했는데 그게 버릇이 들어 요즘에도 자주 나눠줍니다. 블로그 방문자 카운트 올라가는 걸 기념하면서 이벤트를 통해 선물을 보내기도 하구요.
홈바(home bar) : 가장 이상적인 홈바는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홈바가 되어 있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모으던 술이나 커피, 홍차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홈바를 이루는 게 최고지요. 처음엔 주류백화점에서 술을 구입해 집에 있는 글라스에 티스푼으로 휘휘 저어 먹었고요, 나중엔 남대문에서 하나씩 사 모았습니다. 일단 기주(베이스)로 사용하는 진 ‘비프이터’, 럼 ‘바카디’와 ‘말리부’, 테킬라 ‘사우사’, 보드카 ‘앱솔루트’, 브랜디 ‘레미마르탱’, 위스키 ‘잭 다니엘’과 ‘글렌피딕’, ‘맥켈란’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섞어 먹기 위한 리큐어로 트리플섹, 바나나 리큐어, 크림 드 민트, 크림 드 카카오, 베일리스, 칼루아 등이 있습니다.
디아이와이 : 흰색 철제 캐비닛 두 개, 책장 두 개, 책상, 커피테이블 등 직접 조립한 가구가 많습니다. 재료까지 직접 구해서 자르고 깎는 것부터 완성한 건 아직 작은 정리상자 정도밖에 없네요.
청소 : 간단하게 빗자루질하는 건 2~3일에 한 번씩. 주말에는 물걸레질을 합니다.
결혼 : 청소할 때나 설거지할 때 외롭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요즘엔 결혼해도 남자가 가사를 다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돌더군요.^^; 그 외에 맛있는 거 만들어놨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섭섭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려 댓글을 보다 보면 이런 기분이 상쇄되죠.
찌개도 밥도 1인분 조리 어렵지 않아요
⊙ 블로거 쒸갈(정수민, 26·jsmquaker.egloos.com/5063133)의 식탁
서식지 : 현재 수원에서 자취중입니다. 2005년 여름 전역한 뒤 2006년 복학해 고향 청주에서 수원에 올라왔습니다. 잠시 고시원에 있다가, 2년간 동아리 선배들과 원룸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지난해 7월 취직하며 자취 생활을 시작했죠. 사는 곳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한 연립주택 4층 옥탑방입니다. 화장실이 있고, 주방·거실 일체형입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구직중입니다.
요리 : 가장 최근에 포스팅한 요리는 지난달 7일 블로그에 올린 카레입니다. 카레 재료 구입부터 요리까지 혼자 만든 건 처음이네요. 아직 섬세하게 조리법을 따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카레의 경우 포장지에 쓰여 있는 기본 조리법을 참조했습니다. 조리방법이 어려운 요리는 주로 어머니께 여쭤봅니다. 특히 이달 결혼하는 선배나 제 자취방 근처에 사는 동아리 동기에게 가끔 정보를 얻습니다. 선배 자취방은 주변에서 ‘매탄포차’라고 불립니다. 매운탕부터 닭똥집까지 못 만드는 요리가 없는 선배입니다. 동기 녀석도 마파두부라든지 파전도 만드는 실력파 자취남입니다.
피부병을 계기로 밖에서 사 먹거나 즉석식품을 먹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주말 외엔 거의 매 끼니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순두부찌개, 콩자반, 감자조림 같은 것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리지 않도록 새로운 요리를 찾게 됩니다. 지금 피부병은 나아졌지만, 편중된 영양 섭취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고민입니다. 채식 위주로 고기는 거의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아프면 잘 낫지 않습니다. 최근 병원에서 영양실조 판정을 받기도 하고, 감기에 걸려 고생했습니다.
설거지 :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바로 해버립니다. 자취의 불문율입니다. 예전에 선배들이랑 같은 방을 쓸 때 방치해둔 음식물쓰레기에 곰팡이가 피고, 구더기가 끼고, 초파리가 날아다니는 상황을 직접 본 터라,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무장갑을 쓰면 찌꺼기나 기름때가 제대로 떨어져 나갔는지 잘 모르므로 설거지는 맨손으로 합니다. 그런데도 습진은 생기지 않으니 의외네요. 음식물쓰레기는 가능한 한 남기지 않지만, 혹시 생기면 칼로 다져 화장실 변기로 내려 보냅니다.
다른 살림들 : 대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자잘한 청소는 지저분하다 싶으면 바로 합니다. 세탁기에 빨랫감이 3분의 2 정도 차면 돌립니다. 그때까지 5일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조미김에서 모은 실리카겔을 넣어두거나 방향제를 뿌려줍니다.
혼자여서 불편한 점 : 요즘은 찌개를 끓이고 밥을 안쳐도 1인분만 만들어 먹는 요령이 생겼죠. 다만, 가스관이 없어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하는데 하나밖에 없어 한 번에 여러 요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합니다.
결혼 : 이것도 다 세상 사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자취에 대해 안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결혼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김성환씨는 만든 음식을 블로그에 올리고 댓글을 확인한다. 그에겐 이게 '함께 식사하기'를 의미한다. 김성환씨가 만든 과일 샐러드. 김성환 제공
자취남에서 둥지남으로 변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