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왕, 맞습니까?
[매거진 esc]
‘손님이 밉다’ 후속편- 블로거 3인의 답변 ‘요리사가 밉다’ … 습관적 무개념 이젠 없어져야
‘손님이 밉다’ 후속편- 블로거 3인의 답변 ‘요리사가 밉다’ … 습관적 무개념 이젠 없어져야
지난달 29일치 요리면에 요리사·식당 주인들이 손님들에게 바라는 점을 소개했다. 이들의 고백에 대해 손님 3명이 화답했다. ‘손님 일반’을 대표할 손님을 고르는 일은 어려웠다. ‘믿을 만한 음식 블로거’ 3명에게 답변을 요청했다. 음식 블로거에 대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들 3명은 ‘반성하는 블로거’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이들은 맛집과 조리법에만 갇히지 않고 요리사와 인터뷰하고 식당 문화와 제도 전반에 두루 관심이 많다. 파워 블로거가 가진 ‘파워’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자의식도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 1)황당하거나, 화나게 했던 요리사·식당 주인이 있었는지 2)요리사·식당 주인이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3)한식 세계화에 필요한 점은 무언지 물었다. 이들은 당장 외국 시스템을 흉내 낸 레스토랑이 들어오는 것보다, 밥을 팔고 사 먹는 밑바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건다운(kr.blog.yahoo.com/igundown) 1) 일본의 유명업소 인기 메뉴를 그대로 베낀 요리를 내면서도 다른 한국 음식점의 흉내를 방지한다며 손님의 음식 사진 촬영을 막던 강남 유명 양식당이 있었습니다. 주문과 다른 빈티지에 이미 개봉된 와인을 가져오며 “종업원이 서툴러서”라고만 답하고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던 홍대 부근 ‘ㄱ’ 와인바도 기억납니다. 엉뚱한 부위를 낼까 싶어 “뼈에 살점이 온전히 붙은 갈비를 달라”고 사전에 다짐받았음에도 저급 부위를 섞어 내고는 “갈비는 손질하면 살점이 죄 떨어지는 게 정상이고 붙은 게 가짜”라는 괴기스러운(?) 주장을 펴던 마포구의 ‘ㅎ’ 갈빗집도 있었죠. 이런 현상이 특정 업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중저가 갈빗집의 보편적인 현실이라는 점이 더욱 두렵습니다. 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에서, 주방에서 ‘미라’가 된 쥐의 시체가 나와 단속에 걸리고도 “너무 깨끗하면 손님들이 못 견뎌 한다”며 큰소리치던 중구의 ‘ㅌ’ 제과점 업주, 주방 위생이 단속된 마당에 이번엔 한우를 쓴다고 속이다 걸려 “한우를 쓰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 젖소를 썼다”는 변명으로 시청자들을 황당케 했던 중구의 유명 설렁탕집 업주도 기억나네요. 그보다 무서운 건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 지금도 출입을 하는 단골들의 의식입니다. 너무 깨끗하면 손님이 못 견뎌?
‘요리사가 밉다’
⊙ 취생몽사(blog.naver.com/landy) 1) 올해 초여름, 볼일이 있어 ㄱ대학교 앞에 갔습니다. 대학로 식당 골목에 새로 개업한 듯한 라면집이 보였습니다. 라면에 앞서 만두를 주문했습니다. 막 먹으려는데, 가게 주인아줌마가 거래처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에 갖다준 만두요, 이거 아주 별로야! 전에 쓰던 게 훨씬 나아. 그걸로 좀 갖다줘요. 언제 돼?” 열이 팍 오르더군요. “이번에 갖다준 만두요 …”라는 말에서 직접 빚지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기대하지도 않았으니 상관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거 아주 별로야”라는 말은 참기 어려웠습니다. ‘이 아줌마가 손님을 귀머거리로 아나?’ 라면이 나왔습니다. 맛이 어땠는지는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절반도 못 먹고 나왔죠. 나오려는 찰나 사고가 터졌습니다. 옆 테이블 손님의 라면에서 비닐 조각이 나온 것입니다. 만두 납품업체를 혼내던 주인아주머니가 달려와, 손님에게 사과하는 둥 마는 둥 한 뒤 알바 ‘족치기’에 더 신이 났더군요. 음식문화의 발전은 외국 외식 시스템을 빌려 오는 데 급급해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2) 요리사에게만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첫째 더 많이 치열하게 연구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고객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프로페셔널 요리사라면 고객의 수준을 선도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바른 식재료의 선택, 다양한 조리법 개발, 새로운 식문화 확산 등이 온전히 요리사들의 몫입니다. 둘째 요리사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인으로서의 대우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합니다. 요리사는 식문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그들에게 더 많은 권위와 사회적 책임을 부여할 때 식문화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글을 쓰거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요리사가 늘어나는 현상은 환영할 만합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만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 같은 요리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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