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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권력에 맞선 이모팬들의 대반격

등록 2011-02-17 11:36수정 2011-02-17 16:51

(왼쪽부터 유천, 재중, 준수) 그룹 JYJ 공연 장면.(프레인 제공)
(왼쪽부터 유천, 재중, 준수) 그룹 JYJ 공연 장면.(프레인 제공)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30~50대 여성들이 JYJ의 거대한 응원군
‘팬질’이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여러모로 적극적인 아줌마 부대가 등장해 맹활약 중이다. 30~50대 여성이 주축인 이른바 ‘이모팬’이다. 가수 조용필도 50대 이상 팬들이 숱하게 많지만, 그들은 조용필의 이모뻘이 아니다. 소녀시대를 필두로 ‘삼촌팬’들도 열광했지만 그 화력이 특정 팬덤을 논할 만큼은 아니었다. 누나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역시 새로운 팬덤이라고 부를 만큼 강렬하고 폭넓진 않았다. 최근 폭풍처럼 등장한 이모팬은 뭔가 다르다.

가수 비와 동방신기 팬들에서 생기기 시작한 이모팬들은 동방신기 3인(나중에 제이와이제이(JYJ) 결성)과 소속사 에스엠과의 분쟁 과정에서 결집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방신기와 ‘성균관 스캔들’에서 JYJ 팬 형성

제이와이제이 이모팬들이 제이와이제이 전용 인터넷방송을 만들고 거액의 버스광고 모금을 단박에 해치우는 등 거대 연예기획사에 맞설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아내·아줌마에서 홀연히 ‘팬질’의 세계로 등장하게 된 까닭이 더욱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표면적으로 제이와이제이의 이모팬들은 크게 두 경로를 거쳐 형성됐다. 하나는 기존 동방신기의 팬에서 시작된 경우다. 인터넷방송에도 적극 참여 중인 최은영(36·회사원)씨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최씨는 2006년 일본에서 동방신기를 처음 접했다. “어느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티브이에서 연예인들이 일어를 하는데 너무 완벽하더라고요. 그래서 티브이 앞으로 가서 유심히 봤죠. 동방신기였는데요. 그 정도의 노력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고요. 제이와이제이는 동방신기에서도 특히 실력있는 친구들이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이모팬이 된 거죠.”

제이와이제이를 만나며 본격 팬질에 빠져든 이모팬은 더욱 많다. 이 경우 대개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한 박유천에서 이어진다. “486세대에, 고3·중3 딸을 둔 주부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 이모팬은 “딸아이 옷 사주러 들른 옷가게에서 우연히 동방신기 노래를 접한 뒤, <성균관 스캔들>에서 주인공이 박유천이라는 것을 알면서” 팬의 세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박유천에 대해 궁금해 기사를 찾아다녔는데 너무 이상한 일이 많이 있더군요. 주인공이 박유천인데도 인터넷 기사에선 박유천만 쏙 빠져 있는 데 분개하기 시작한 거예요.”


거대기획사 횡포에 80년대 기억 되살아나

최고령 팬으로 꼽히는 권태숙(77) 할머니 역시 지난해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서 제이와이제이의 팬이 됐다. “손자뻘인 아이들이 착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한편 안쓰러워서 격려해주고 싶어요. 박유천군은 드라마 연기가 번듯해서 좋았고 재중군은 목소리가 호소력 있으면서 남자다운 면이 마음에 들고, 준수군은 착하고 순수해 보여서 좋지요.” 권 할머니의 20대 손녀는 “할머니가 현재 에스엠과 소송 중이라 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 제이와이제이를 위해 종종 박유천 어머니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집에 들러 매상을 올려주시기도 하고 화보집, 음반, 디브이디 등을 구매하신다”고 전했다.

이모팬 열풍을 낳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한국방송 제공)
이모팬 열풍을 낳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한국방송 제공)

동방신기에서 시작했든, <성균관 스캔들>에서 꽂혔든 이모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팬질에 뛰어든 데엔 공통점이 있다. 거대 기획사와 지상파 방송사의 횡포로 제이와이제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 40대 이모팬은 “세상 살 만큼 살아서 웬만한 일에는 감동하지 않고 먹고살기 바빠 여간해선 행동에 나서지 않는 중년여성들이, 천하다 여겼던 방송국 게시판 순례와 전화질을 당당하게 실천하고 독려하며, 나 자신을 위해서도 열지 않던 지갑을 아낌없이 열게 만드는 힘”의 원인을 “1980년대와 2010년 사이의 기막힌 조우에서 찾고 싶다”고 말했다. “40대가 청춘을 보냈던 80년대는 민주화 투쟁의 앞에 나섰건 뒤에 숨었건 간에 자유와 정의, 인권과 도리에 대한 고민이 취업 고민보다 우위에 있던 시기였다. 이런 푸르디푸른 이상을 혈관 깊숙이 간직한 세대이지만 더러는 현실에 타협하고 굴복하고 더러는 내 살길 찾느라 이상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날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박유천)을 만나 서럽도록 푸른 이상에 심장이 요동쳤다. 그러고 나서 이모들은 가수 박유천을 찾아내고 함께 재중과 준수, 제이와이제이를 만나게 됐다. 이들의 기막힌 재능과 그보다 더 기막힌 현실에서 이모들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다시 한번 80년대를 조우하게 된 것이다.”

각성한 이모팬들은 건강한 여론 형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최은영씨는 이모팬들을 ‘필터’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모팬들은 기사나 정보를 접할 때 걸러서 들어요. 무작정 받아들이거나 배척하지 않고 사실 확인하고 나서 피드백도 하죠. 다른 팬들을 만나도 이렇게 정보를 걸러서 전달해요.”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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