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기자가 용치놀래기 눈을 가린 채, 회를 뜨는 모습.
물고기 해부 절반의 실패기…‘이론보다 어려운 실제’ 되뇌었네
“갓 잡은 고기로 회를 떠서 한 점 입안에 넣고, 소주 한잔 걸치면 세상 부러울 게 없지….” 바다낚시를 해본 사람들은 침을 삼키며 이렇게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4시간여를 들여 추자도까지 온 마당에 자연산 물고기로 요리 한번 맛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esc팀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초보 요리사는 도전에 나섰다. 도구는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도마와 행주 3장, 목장갑, 그리고 몸매가 날렵한 회를 뜨는 데 쓰는 칼이다. 장비가 단출하니, 회 뜨는 것도 뚝딱 큰 문제 없을 줄 알았다.
심기일전해 도전! 팀원들이 추자도 부근 무인도 직구도에서 잡아 올린 40여마리의 고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용치놀래기를 골라 도마에 올려놨다. 15㎝ 정도 되는 녀석을 도마에 올렸다. 처음부터 난관이다. 일단 끔벅끔벅 눈을 뜨고 있는 고기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아우, 어떡해.” 고기 눈깔만 가만히 쳐다보다 생각해낸 것은 얼굴 가리기였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장갑을 낀 터라 안 그래도 손이 둔했는데, 손끝 감촉은 더욱 무뎌졌다. 꿈틀대는 탓에 힘을 주니, 고기 살이 뭉개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식감은 포기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며 손에 온 힘을 줘 칼질을 해 나갔다.
미끈한 줄만 알았던 용치놀래기의 몸에서 손톱만한 비늘이 떨어져 나온다. 초보 요리사의 칼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비늘이 ‘웬수’만 같았다. 저만치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곧 맛있는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 캬~!’ 하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팀원들은 타들어가는 내 속을 몰랐을 게다.
분명히 야외 회뜨기의 고수 곁에 바짝 앉아 눈으로 잘 익혔다고 여겼지만, 역시 수십년 세월의 ‘경험 지식’은 함부로 흉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장을 피해서 칼집을 잘 내면 되지요잉.” 고수가 설명한 ‘칼집을 잘 낼 수 있는 부위’는 분명히 그 부위가 맞았다. 하지만 내장은 계속 터져 누런 속이 흘러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한 마리를 다 손질했다. 너덜너덜한 고기 살을 보며 내심 뿌듯했으나, 차마… 팀원들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둔한 손질과 칼질 탓에 고기는 회가 아니라 허연 지우개처럼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곤란한 것은 처치(?)에 드는 시간이었다. 숙련된 사람들은 20분이면 회 한 접시 뚝딱 차렸을 터. 그러나 한마리를 손질하는 데 자그마치 20분! 그러니까 회 두점 뜨는 데 걸린 시간이 20분. 한 접시를 뜨려면 아무래도 반나절은 걸릴 기세였다. 결국, 회 한 접시 뜨기, 누구와의 게임도 아니었으나, 졌다. 도전은 그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아마추어 낚시꾼이 회를 뜨는 데 왕도는 없어 보인다. 많이 경험해 보는 수밖에. 그러나 바른 방법은 알아두는 게 좋을 법하다. 평생을 추자도에서 살며 다양한 종류의 수없이 많은 고기를 손질해 본 박종혁 나바론민박 사장의 회뜨기 방법.
“비늘을 다 긁어낼 생각 하지 말고 일단 행주로 미끈한 몸통을 닦아내쑈. 칼에 비늘이 붙으면 잘 들지 않응께, 행주에 닦으면서 쓰고요.” 1단계다. 왼손으로 살짝 머리 쪽을 잡고 아가미 지느러미 바로 옆에 날카로운 칼끝을 수직에 가깝게 대고 내장 쪽을 피해 배 쪽으로 칼집을 넣는다. 그리고 배 부위를 따라 꼬리지느러미까지 가른다. 등쪽도 마찬가지로 처리한다. 2단계다. 3단계는 껍질 제거. 아가미 지느러미 옆에 낸 칼집 사이에 칼날을 눕혀 얇게 1㎝ 정도 자른다. 왼손으로는 머리 쪽을 잡고, 오른손으로 껍질을 벗겨낸다. 그러고 나서 등쪽 부위부터 시작해 칼끝으로 살을 긁어낸다. 가운데 뼈 부위가 닿을 때까지 수차례 긁어내고, 반대 배 쪽도 같은 방법으로 긁어낸다. 그러면 길이 10여㎝, 폭 4㎝ 정도의 고기 살이 발라진다. 4단계다. 고기를 뒤집어 1단계부터 4단계까지를 반복하면 고기 1마리가 회 대여섯점으로 변신한다. 물론, 고수의 경우다.
추자도=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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