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헌정 밴드란 유명 음악인을 전문적으로 좇아 연주하는 밴드를 말한다. 대부분은 특정 음악인에 대한 존경에서 출발해 그 음악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초점을 두지만, 때로는 놀라운 창의력이나 뜻하지 않은 현대 예술의 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가바 | 아바 노래들을 펑크록으로 연주하며 ‘디스코펑크’를 개척했다고 자부한다. 자칭 ‘오사카 로큰롤 고등학교’ 교수 스티그 혼다가 ‘전세계에서 학생 다섯 명을 모아’ 결성했다. 3집은 스페인어로만 녹음됐는데, 가사 번역 실수로 영국 여왕을 나치 돌격대에 비유했기에 판매 금지를 당했다고 한다.
비틀주스 | 비틀스 헌정 밴드. 리더는 놀랍게도 1980년대 인기 그룹 보스턴에서 리드 보컬을 맡았던 브래드 델프이다. 비틀주스는 모방 의상이나 무대장치 없이, 순수한 음악만으로 충실히 비틀스를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둔다.
아이언 메이든스 | 여성으로만 구성된 아이언 메이든 헌정 밴드. 멤버들의 별명도 아이언 메이든 멤버의 본명을 따서 달았다. 예컨대 보컬리스트는 ‘브루스 디킨슨’에 빗댄 ‘브루스 치킨슨’이다.
레즈 제플린 | 역시 여성으로만 구성된 레드 제플린 헌정 밴드. 이름에서는 동성애자 밴드라는 인상이 풍기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2004년에 결성한 뒤 호평을 받으며 활동해 왔다. 2008년에는 보나루 페스티벌에 출연했는데, 몇몇 언론은 레드 제플린이 출연한다고 오보하기도 했다.
드레드 제플린 | 역시 레드 제플린 헌정 밴드이지만, 남성으로 구성됐고 헤비메탈이 아니라 레게풍으로 제플린의 음악을 연주한다. 게다가 보컬리스트는 몸무게가 130㎏이 넘는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가수다. 혼성 모방으로서 헌정 밴드를 실험하는 듯하다.
미니 키스 | 소인증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키스 헌정 밴드. 조이 파탈(일명 ‘미니 악령’)이 결성해서 각종 텔레비전 쇼나 닥터 페퍼 음료 광고에 출연하는 등 제법 인기를 누렸다. 리더 조이 파탈은 작년에 사망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밴드를 계속 꾸려오고 있다.
노웨이시스(No Way Sis) | 오아시스 ‘공식’ 헌정 밴드. 1996년에 발표한 싱글은 차트 4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그 곡의 원작자는 오아시스가 아니라 뉴시커스다. 오아시스가 뉴시커스를 표절해 구설에 올랐던 점에 착안한 역설이었던 셈.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노웨이시스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뛰어난 밴드”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새터데이 나이트 스페셜 밴드 | 레너드 스키너드 헌정 밴드. 2005년 레너드 스키너드의 멤버 다섯이 가담하면서, 실제 레너드 스키너드보다 더 많은 오리지널 멤버가 활동하는 헌정 밴드가 됐다.
사파이어 불리츠 | 데이 마이트 비 자이언츠(TMBG) 헌정 밴드. 그런데 이 헌정 밴드의 정체는 TMBG 자신이다. 즉, TMBG가 무대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헌정 공연으로서 앨범 한 장 전체를 연주한 것. 바야흐로 원본과 복제를 구별할 수 없는 시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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