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가 안산 자동차경기장에서 코스 공략법을 배우고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이정연 기자 5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스포츠 드라이빙에 도전하다
이정연 기자 5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참가를 위해 스포츠 드라이빙에 도전하다
후륜구동으로 치고 나가는
힘센 녀석들 사이에서
내 소형차는 자꾸만 작아졌다 자동차 운전면허 1종을 취득한 지 나름 5년차 되는 운전자이다. 여성 카레이서들의 맹렬한 도전을 지켜보다 모험심이 발동했다. 포뮬러원(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관람형 스포츠에 속하지만, 체험해보지 말란 법 없다. 그리하여 도전했다.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해보기로 결정했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경주협회)에서 인증하는 대회 가운데 아마추어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경기를 위한 운전 기술을 배워봤다. 일단, 결론은? 벽은 높지만, 당신도 자동차 경주에 참가할 수 있다. 어떤 대회를 참가해볼까?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는 생각보다 여럿이다. 경주협회의 공인 대회는 세개이다. 카트 경기인 코리아카트챔피언십, 최고 권위의 슈퍼레이스, 프로와 아마추어 경기를 함께 진행하는 동일차종(원메이크) 대회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 있다. 이 가운데 스피드페스티벌을 참가해보기로 결정했다. 스피드페스티벌은 제네시스 쿠페(프로 경기)와 포르테 쿱, 아반떼 클래스(아마추어 경기·챌린지 클래스)로 구분돼 경기가 진행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아반떼 챌린지 클래스의 참가 여건이 완화돼 좀더 접근이 쉬울 듯했다. 자동차경주에는 일반적으로 수동 기어 자동차가 쓰이지만, 올해 아반떼 클래스에 한해 오토매틱 기어 장착 차량도 참가할 수 있게 했다.
1종 면허를 땄지만, 클러치를 어떻게 밟고 기어를 바꾸는지도 가물가물했던 나에게는 희소식이다. 5월19~20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영암서킷)에서 열리는 스피드페스티벌 1전에 깃발을 꽂아보기로 했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우선 출전 가능한 자동차를 마련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안전 규정에 맞춰 경추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대회 주관사인 이노션의 스포츠마케팅팀 서원 부장은 “모터스포츠가 ‘위험하다’는 일반 인식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안전 쪽의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양산 차량의 최고의 성능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애프터서비스(차량 유지보수)도 일부 제공할 계획이다.
참가자 자신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운전 기술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일반 운전자도 흥미로워할 부분이 있다. 경기가 열리는 영암서킷에서 발급하는 서킷 라이선스다.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포뮬러원이 열리는 서킷을 달려볼 수 있게 됐다.
21일 직접 가본 영암서킷에서 운영지원팀 조태석씨의 안내로 경기장을 돌아봤다. 이 경기장을 질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윤영국 케이아이시사업단 단장은 “일반인들을 위한 주행 프로그램으로 스포츠주행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차례밖에 진행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대회가 없을 때는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운전을 해야 하나? 아마추어 레이스에서도 관건은 결국 운전 실력이다. 드라이빙마스터아카데미(DMA, dma.ac.kr)에서 마련한 ‘스포츠 드라이빙 스쿨’ 코스를 이수해보기로 했다. 임성택 대표가 이끄는 이곳은 프로 레이서들의 코치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경기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본기와 운전 기술을 밀착 전수받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25일 경기도 안산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린 드라이빙 스쿨에는 13명이 참가했다.
멋진 수입차들 사이에 4년 된 프라이드가 안쓰러웠다. 굴하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후륜구동으로 치고 나가는 힘이 센 녀석들 사이에서 자꾸만 작아졌다. 조수석에 앉은 안현준 코치는 “자동차가 작아서 힘은 달려도 그만큼 가벼워서 코너링에는 유리하다”고 위로한다.
1번 코너를 배우고 나니
팔다리가 후덜덜
그래도 자신감 붙네 스포츠 드라이빙 스쿨은 이론 교육과 슬랄롬(지그재그 주행), 원 선회 교육 뒤 5가지 코스 공략법 교육으로 이뤄졌다. 아침 9시30분부터 모여 있는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대구에서 왔다. 그러니까 적어도 3시간 전인 6시 반께는 출발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교육이 끝나는 오후 5시 반까지 조금이라도 더 체험하고 교육을 받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긴 마음껏 코너링 연습을 할 공간이 많지 않으니 이만큼 좋은 기회가 있을까? 그냥 가속 페달을 밟고 출발을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제대로 앉는 법’부터가 문제다. 어깨를 시트에 딱 붙이고, 다리 전체에 힘을 줘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앉을 것. “무릎 아래만 까딱까딱하면 제대로 제어가 안 돼요.” 오일기 코치는 강조한다. 정회원 코치는 “특히 여성분들은 핸들과 상체 사이를 너무 가깝게 앉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일반 주행을 하다가 돌발 상황이나 사고로 급제동을 할 때 크게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번 헤어핀 코너(유턴에 가까운 코너)와 2번 90도 직각 코너, 3번 ㄷ자 코너, 4번 연속 코너가 있는 복합 코너의 공략법을 배우는 내내 손에 땀이 마르질 않는다. 클리핑 포인트(굽은 길의 꼭짓점)를 향해 달려가다, 급제동 뒤 핸들 꺾기. 말은 쉬운데, 몸은 안 따른다. ‘아, 괜히 한다고 했어.’ 오금이 저렸다. ‘무한도전도 하고, 무한걸스도 했는데 나라고 못하랴?’ 하며 뛰어든 레이싱 체험. ‘포뮬러원 선수가 괜히 대접받는 게 아니다’ 싶고, 그들뿐 아니라 국내외 모든 모터스포츠 선수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오일기 코치는 무전기를 통해 소리친다. “프라이드! 좀더 과감하게! 클리핑 포인트를 향해서! 시선! 시선!” 1번 코너를 배우고 나니 다리도 팔도 후들거렸다. 다행히 교육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붙는 자신감. ‘그래, 처음인데 앞으로 연습하면 되지’라고 되뇌었다. 임성택 대표의 평가는 디엠에이 자체 중급 라이선스 발급 기준인 70점에 0.1점 모자라는 69.9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운전 기술을 겨룬다기보다는 참가에 의미를 두자 스스로 다독였다. “운전을 해봤다고 다가 아니죠? 전혀 다른 경험일 겁니다.” 임 대표는 말했다. 이제까지의 운전과는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안전하게 아찔한 운전을 하는 것은 분명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으련다. 달려보는 거다. 부앙~!
안산·영암=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제공 김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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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녀석들 사이에서
내 소형차는 자꾸만 작아졌다 자동차 운전면허 1종을 취득한 지 나름 5년차 되는 운전자이다. 여성 카레이서들의 맹렬한 도전을 지켜보다 모험심이 발동했다. 포뮬러원(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관람형 스포츠에 속하지만, 체험해보지 말란 법 없다. 그리하여 도전했다.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해보기로 결정했다. 한국자동차경주협회(경주협회)에서 인증하는 대회 가운데 아마추어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경기를 위한 운전 기술을 배워봤다. 일단, 결론은? 벽은 높지만, 당신도 자동차 경주에 참가할 수 있다. 어떤 대회를 참가해볼까? 국내 모터스포츠 대회는 생각보다 여럿이다. 경주협회의 공인 대회는 세개이다. 카트 경기인 코리아카트챔피언십, 최고 권위의 슈퍼레이스, 프로와 아마추어 경기를 함께 진행하는 동일차종(원메이크) 대회인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 있다. 이 가운데 스피드페스티벌을 참가해보기로 결정했다. 스피드페스티벌은 제네시스 쿠페(프로 경기)와 포르테 쿱, 아반떼 클래스(아마추어 경기·챌린지 클래스)로 구분돼 경기가 진행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아반떼 챌린지 클래스의 참가 여건이 완화돼 좀더 접근이 쉬울 듯했다. 자동차경주에는 일반적으로 수동 기어 자동차가 쓰이지만, 올해 아반떼 클래스에 한해 오토매틱 기어 장착 차량도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영암 서킷을 주행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기교육 뒤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한다.
운전 자세부터 바로잡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기초과정은 안전 운행과도 연결된다.
팔다리가 후덜덜
그래도 자신감 붙네 스포츠 드라이빙 스쿨은 이론 교육과 슬랄롬(지그재그 주행), 원 선회 교육 뒤 5가지 코스 공략법 교육으로 이뤄졌다. 아침 9시30분부터 모여 있는 다른 참가자들은 모두 대구에서 왔다. 그러니까 적어도 3시간 전인 6시 반께는 출발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교육이 끝나는 오후 5시 반까지 조금이라도 더 체험하고 교육을 받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긴 마음껏 코너링 연습을 할 공간이 많지 않으니 이만큼 좋은 기회가 있을까? 그냥 가속 페달을 밟고 출발을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제대로 앉는 법’부터가 문제다. 어깨를 시트에 딱 붙이고, 다리 전체에 힘을 줘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앉을 것. “무릎 아래만 까딱까딱하면 제대로 제어가 안 돼요.” 오일기 코치는 강조한다. 정회원 코치는 “특히 여성분들은 핸들과 상체 사이를 너무 가깝게 앉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일반 주행을 하다가 돌발 상황이나 사고로 급제동을 할 때 크게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슬랄롬(지그재그 주행)을 체험해보니 멀미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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