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에서 라일락 등 줄기째 꺾은 꽃가지들 사이에 선 카트린 뮐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프랑스에서 온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와 아침 꽃시장을 찾다
프랑스에서 온 플로리스트 카트린 뮐러와 아침 꽃시장을 찾다
지난달 30일 아침 7시,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시장 3층. 훅 더운 기운이 끼쳤다. 꽃이 머물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이곳 시장의 기온은 20도를 웃돌았고, 습도는 75% 안팎이었다. 늘 비슷하던 꽃 도매시장의 이른 아침 풍경이, 이날은 조금 색달랐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플로리스트이자 교육자인 카트린 뮐러(36) 때문이었다.
‘에콜 아르티스티크 드 카트린 뮐러’라는 플라워 스쿨(꽃 장식과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교)을 2005년 프랑스 파리에 이어 2009년 한국에 연 그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플라워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에서 <슈퍼 플라워 레슨>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꽃을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인 5월의 봄을 앞두고, 그와 함께 꽃시장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다.
16살 때 꽃꽂이 입문
한국에도 학교 열어
자연주의 지향 돋보여 “오늘은 검정에 가까운 와인색을 띠는 클레마티스가 참 예쁘네요.” 꽃 얼굴(꽃잎이 있는 부분을 플로리스트들은 꽃 얼굴이라 한다)을 매만지는 카트린 뮐러의 얼굴에 싱그런 미소가 담겼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음, 전 특별하게 좋아하는 꽃이 없는걸요. 날마다 바뀌죠.” 이날 간택을 받은 오늘의 꽃이 클레마티스였다. 그의 꽃세계는 이렇듯 정해진 것이 거의 없다. 선호하는 꽃과 디자인, 스타일은 계속 바뀐다. 여느 예술가들의 특징과 다르지 않다. ‘선호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꽃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데도, 그런 그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꽃도 사람처럼 개성이 있는 거 아세요? 저마다 얼굴이 다르다고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고요.” 카트린 뮐러는 마치 좋아하는 인형이 가득 찬 가게 안을 누비는 듯했다. 좋아하는 인형이 너무 많아 행복하기도 하고, 곤란하기도 한 소녀의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스타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규정짓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자연스러움’이다. 모호한 표현이라 여길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접할 때 비로소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을 것이다. 당근이나 사과 같은 과일을 함께 쓰기도 한다. “숲에 꽃만 있는 것은 아니죠. 나무도 있고, 과일도 있고. 이런 자연 속의 다른 소재를 찾으니까, 인공적인 부자재를 쓰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더라고요. 자연 진주와 인공 진주의 차이랄까요?” 그의 자연주의 지향은 개성 충만한 프랑스 오트 쿠튀르 무대 위의 옷을 짓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에게 ‘오트 쿠튀르 크리에이터’라는 별명이 있다. 또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멋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가운데 스며 나오는 프랑스인들의 개성과 멋을 가리키는 ‘프렌치 시크’를 그의 스타일 경향으로 꼽기도 한다.
“꽃도 사람처럼
저마다 얼굴이 달라요
그래서 아름답죠” 이런 경향은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 플라워 아트’로 옮아가고 있다. 꽃 장식을 만드는 데 인공적인 부자재와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플로리스트의 중요한 자세 가운데 하나가 ‘자연을 존중하는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에요. 꺾은 꽃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밖에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잖아요. 간단한 것부터 바꿔나가자는 것이에요. 꽃을 묶을 때, 철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자연스러움’과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플로리스트이자, 교육자로 카트린 뮐러를 이끈 것 역시 자연이다. “어렸을 때 숲이나 정원에 있으면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어요. 꽃을 갖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됐지만,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하지요.” 16살에 플로리스트 양성 전문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는 “식물과 꽃으로부터 정신을 맑게 해주는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자친구들이 패션 아이템에 관심을 갖고 놀듯,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과 숲에서 갖고 놀 만한 것을 찾기 시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옛날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오랜만입니다.” 꽃시장을 거닐던 그는 한국말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이고, 더 예뻐졌네”라는 상인의 인사말에는 활짝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이런 꽃시장을 거닐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숲을 거닐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둘러봐요. 플라워 디자인을 새롭게 구상할 때는 실제로 숲으로 가서 많은 것을 떠올리죠.” 예쁜 것은 좋아해도, 꽃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기자도 방에 꽃을 한번 꽂아볼까 생각해 조언을 구했다. 간단하다. “여러가지 색의 꽃을 꽂는 건 저도 정말 어려워요. 한가지, 아니면 한가지 색감의 꽃을 꽂아보세요. 그리고 꽂을 꽃 가운데 주인공을 선택했다면 이 꽃의 얼굴만 생각하세요.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세요.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8살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32살인데 왜 벌써…”
■ ‘살인연기’ 노래방 소파…불 번지는데 13초
■ “성희롱 할아버지 찾습니다” 한 여대생의 ‘공개수배’
■ 검찰에 제발로 찾아온 수십억 현금다발...왜?
■ ‘노조 탈퇴’ 양승은 아나 “신의 계시 받았다”
한국에도 학교 열어
자연주의 지향 돋보여 “오늘은 검정에 가까운 와인색을 띠는 클레마티스가 참 예쁘네요.” 꽃 얼굴(꽃잎이 있는 부분을 플로리스트들은 꽃 얼굴이라 한다)을 매만지는 카트린 뮐러의 얼굴에 싱그런 미소가 담겼다. 가장 좋아하는 꽃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음, 전 특별하게 좋아하는 꽃이 없는걸요. 날마다 바뀌죠.” 이날 간택을 받은 오늘의 꽃이 클레마티스였다. 그의 꽃세계는 이렇듯 정해진 것이 거의 없다. 선호하는 꽃과 디자인, 스타일은 계속 바뀐다. 여느 예술가들의 특징과 다르지 않다. ‘선호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꽃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데도, 그런 그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꽃도 사람처럼 개성이 있는 거 아세요? 저마다 얼굴이 다르다고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고요.” 카트린 뮐러는 마치 좋아하는 인형이 가득 찬 가게 안을 누비는 듯했다. 좋아하는 인형이 너무 많아 행복하기도 하고, 곤란하기도 한 소녀의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스타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규정짓는 것 가운데 하나는 ‘자연스러움’이다. 모호한 표현이라 여길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실제로 접할 때 비로소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을 수 있을 것이다. 당근이나 사과 같은 과일을 함께 쓰기도 한다. “숲에 꽃만 있는 것은 아니죠. 나무도 있고, 과일도 있고. 이런 자연 속의 다른 소재를 찾으니까, 인공적인 부자재를 쓰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더라고요. 자연 진주와 인공 진주의 차이랄까요?” 그의 자연주의 지향은 개성 충만한 프랑스 오트 쿠튀르 무대 위의 옷을 짓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에게 ‘오트 쿠튀르 크리에이터’라는 별명이 있다. 또다른 사람들은 일부러 멋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는 가운데 스며 나오는 프랑스인들의 개성과 멋을 가리키는 ‘프렌치 시크’를 그의 스타일 경향으로 꼽기도 한다.
지난 4월30일 한국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강의 시작 전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카트린 뮐러와 수강생들
저마다 얼굴이 달라요
그래서 아름답죠” 이런 경향은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 플라워 아트’로 옮아가고 있다. 꽃 장식을 만드는 데 인공적인 부자재와 쓰레기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플로리스트의 중요한 자세 가운데 하나가 ‘자연을 존중하는 눈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에요. 꺾은 꽃을 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밖에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잖아요. 간단한 것부터 바꿔나가자는 것이에요. 꽃을 묶을 때, 철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쓴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자연스러움’과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플로리스트이자, 교육자로 카트린 뮐러를 이끈 것 역시 자연이다. “어렸을 때 숲이나 정원에 있으면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어요. 꽃을 갖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됐지만,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하지요.” 16살에 플로리스트 양성 전문학교에 들어가기 전 그는 “식물과 꽃으로부터 정신을 맑게 해주는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여자친구들이 패션 아이템에 관심을 갖고 놀듯,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과 숲에서 갖고 놀 만한 것을 찾기 시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며 옛날을 떠올리는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오랜만입니다.” 꽃시장을 거닐던 그는 한국말로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이고, 더 예뻐졌네”라는 상인의 인사말에는 활짝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이런 꽃시장을 거닐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숲을 거닐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둘러봐요. 플라워 디자인을 새롭게 구상할 때는 실제로 숲으로 가서 많은 것을 떠올리죠.” 예쁜 것은 좋아해도, 꽃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기자도 방에 꽃을 한번 꽂아볼까 생각해 조언을 구했다. 간단하다. “여러가지 색의 꽃을 꽂는 건 저도 정말 어려워요. 한가지, 아니면 한가지 색감의 꽃을 꽂아보세요. 그리고 꽂을 꽃 가운데 주인공을 선택했다면 이 꽃의 얼굴만 생각하세요.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세요.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8살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32살인데 왜 벌써…”
■ ‘살인연기’ 노래방 소파…불 번지는데 13초
■ “성희롱 할아버지 찾습니다” 한 여대생의 ‘공개수배’
■ 검찰에 제발로 찾아온 수십억 현금다발...왜?
■ ‘노조 탈퇴’ 양승은 아나 “신의 계시 받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