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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의 붉은심장과 푸른눈 속으로

등록 2012-11-21 18:42수정 2012-11-22 14:11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의 절경. 호수 사이와 주변에는 트레킹을 하기 좋게 나무 데크로 된 길들이 놓여 있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의 절경. 호수 사이와 주변에는 트레킹을 하기 좋게 나무 데크로 된 길들이 놓여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성곽·바다 어우러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와 옥빛 호수 층층이 쌓인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
휴가가 길지 않은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2주일 이상 되는 크로아티아 자유여행 일정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직이나 은퇴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모를까, 소도시와 마을 곳곳을 훑는 크로아티아 여행은 꿈에 가깝다. 그렇다고 1주일 안팎의 짧은 여정이 헐거울까, 지루할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단 두곳만 제대로 여행하더라도, 크로아티아 여행 목적의 절반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으니.

이탈리아 반도와 크로아티아 사이의 바다는 아드리아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크로아티아 도시들은 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맑은 바다와 밝은 햇살로 방문자들을 설레게 하는 아드리아해. 아드리아해 오른편에 펼쳐진 지역의 또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달마티아’이다. 이 지역에서 난 개의 품종이 달마티안이다. 달마티아의 해안선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남쪽을 향해 내달리다 보면, 두브로브니크가 있다.

크로아티아 해안 지방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지중해식 피자 가게.
크로아티아 해안 지방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지중해식 피자 가게.
웅장한 성곽길 걸으며
해안 절경 감상
중세 모습 골목길 탐방도 꼭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를 낀 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도시의 별명 또한 아드리아해의 붉은 심장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이곳을 가리켜 조지 버나드 쇼는 “지상에서 낙원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두브로브니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아시아권 여행자들의 발길이 늘고 있지만, 크로아티아는 독일과 스페인 등 서유럽권 사람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여행자들을 처음으로 맞았던 가이드 엘레나 불라트는 “크로아티아는 17~18세기부터 휴양, 관광지로 많이 찾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는 예전의 영화만큼은 못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1991년부터 1995년 사이 발칸반도에서 발발한 세르비아와의 내전 등의 탓이다.

붉은 지붕을 올린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언덕. 그 아래로 옛 시가지와 성벽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성벽과 맞닿은 바다는 옥색과 청색이 교차하며 빛난다. 성벽의 3분의 2는 바다를 끼고 있다. 이 성벽은 내전을 비롯한 전쟁에도 다행히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여전히 복구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여행자들이 거니는 골목과 광장, 성벽 위 길에서는 그 흔적을 찾기 힘들다.

크로아티아가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인기를 얻게 된 데는 휴양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풍부하고 다채로운 역사 유적 등 볼거리의 영향도 있지만, 다른 유럽 휴양지에 견줘 비교적 저렴한 물가의 영향도 있다. 그래서 최성수기인 7~8월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두브로브니크는 유럽에서 건너온 인파들로 성벽가 골목길이 북적댄다. 결국 결과는 물가 상승이었다. 작은 물병 한개 값이 1시간 떨어진 지역보다 3배나 비쌌다. 성벽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바가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성벽 밖 숙소 근처 식당이나 식품점 등을 이용하면 된다.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내려다본 풍광.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내려다본 풍광.
크로아티아의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와 달리, 두브로브니크 여행 안내자들은 ‘두브로브니크 공화국’ 시대를 자주 입에 올렸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공화국 지배를 받았지만, 이곳은 무역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해양 도시국가로 자리잡았던 곳이다. 성안의 성당을 비롯한 모든 건물과 골목길, 깎아지른 듯한 바닷가 절벽 위 세워진 성벽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여행지 곳곳을 돌며 느꼈던 생소함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박제화된 여행지가 아니라 현지인들의 일상이 그 안에 숨쉬고 있었다.

꼼꼼하게 둘러보길 권할 만한 곳은 너무 많다. 그중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성벽 길 걷기 투어이다. 성벽의 관문인 필레문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티켓을 파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시작해 성벽 일주를 하는 데는 적어도 1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1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길을 걷다가 햇살을 맞고, 또 성벽 아래 바다빛을 구경하다 보면, 서너시간을 봐도 모자랄 정도이다.

옛 시가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플라차대로 양옆으로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이 대로만 보고 돌아서서는 곤란하다. 대로 사이사이에 난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노천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즐비하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몰라도 자유여행자들에게는 이곳에서 잠깐의 여유를 꼭 누려보기를 권한다.

두브로브니크 옛 성곽 안의 대로인 플라차대로의 야경.
두브로브니크 옛 성곽 안의 대로인 플라차대로의 야경.
카르스트 지형 안에
16층 계단식 호수 탄성
울창한 숲엔 야생 곰도 서식

두브로브니크를 붉은 심장이라고 한다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푸른 눈’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차로 3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미지의 세계, 어쩌면 요정이 살 것 같은 호수와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한발을 내딛자마자 탄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제1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만난 ‘빅 폴’(큰 폭포)은 세 갈래로 절벽에서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움푹 파인 절벽에 자리잡은 폭포의 웅장함은 이른 오전에 더욱 감동적이라고 안내자 헬레나 페트로비치는 설명했다.

시작에 불과했다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이었다. 빅 폴에 이어 절벽 사이의 호수들은 계단처럼 펼쳐졌고, 그 호수 안에는 다양한 물빛깔이 반짝였다. 플리트비체 예제라(Plitvice Jezera·호수) 국립공원은 카르스트 지형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땅속에 들어가면 석회를 녹여 구멍을 만든다. 이 구멍이 커져 지하에는 석회동굴이 생긴다. 플리트비체의 호수는 이 석회동굴이 함몰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호수 속 물빛이 다채로운 것은 석회 침전물의 색깔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이끼를 비롯한 수생식물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플리트비체의 호수 생성의 비밀에는 카르스트 지형뿐 아니라 수변 식물들의 역할도 담겨 있다. 플리트비체의 호수는 모두 16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수 옆에 자라는 나무들은 비가 많이 올 때면 휩쓸려 댐을 만들었고, 이것이 쌓이고 쌓여 16개 층의 호수가 된 것이다. 나무에 붙어 자라는 이끼에 석회 성분이 엉겨붙어 이끼 돌이 된다. 이 돌은 아주 쉽게 부서진다.

헬레나는 플리트비체의 다양한 종의 생물들 이야기를 꺼냈다. 그 가운데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곰 이야기이다. 그는 “이 지역에는 가끔씩 곰이 출몰한다”고 말했다. 그는 곰이 새끼를 기르고,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곰은 드물게 발견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바로 송어다. 나무 데크가 놓인 호수 길을 걷다 보면, 인기척을 느낀 송어가 모여든다. 인천 앞바다의 갈매기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송어는 야생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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