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주택의 지붕은 붉다. 옛날부터 달마티아 지역에서 나는 붉은 흙으로 지붕을 얹기 시작한 게 붉은 지붕의 기원이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고색창연한 명소들 사이에 박힌 소도시와 마을들 또다른 광채
고색창연한 명소들 사이에 박힌 소도시와 마을들 또다른 광채
햇살은 따사로웠다. 불어오는 바람은 한껏 부드러움을 품고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북쪽 도시이자 수도인 자그레브에서 남쪽 끝 유명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까지 내내 하늘에선 저녁 사이 몇번의 비를 내렸을 뿐이었다. 모두 8곳의 여행지를 들르는 내내 축복은 이어졌다.
‘8곳? 그렇게나 많나?’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 여행자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지만, 그들이 짧은 여행 기간에 찾는 대표적인 여행지는 많지 않다. 수도 자그레브와 국립공원이자 세계자연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는 플리트비체,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지은 성이 위용을 자랑하는 스플리트와 아드리아해의 붉은 보석으로 꼽히는 두브로브니크 정도이다. 과연 이곳들은 크로아티아의 큰 보석이라 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그 사이 알알이 박힌 소도시와 마을의 정취는 유명한 관광지와는 또다른 매력을 선물한다. 그것은 여느 유명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과 현지인들의 일상을 누려볼 수 있는 기회에서 찾을 수 있다. 자다르와 시베니크, 트로기르와 스톤. 이 4곳의 소도시와 마을은 소도시 여행에 푹 빠진 여행자들이라면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아드리아 해안도시 자다르
히치콕도 극찬한 ‘석양’ 감동적
자유여행자 필수 탐방코스로 자다르. 내륙에 위치한 수도 자그레브로부터 서남쪽으로 쭉 달려오면 다다르는 곳이다. 크로아티아의 서쪽, 아드리아해의 바람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도시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곳곳을 둘러보지 못할까 걱정이 됐다. 해가 짧아진 때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모두들 이 점이 걱정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자다르 옛 성곽과 성당, ‘카슈텔’이라 부르는 골목길은 환하게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무려 9세기에 건설된 성 도나투스 성당 등의 내부는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장엄한 외관과 더불어 고대 로마 시대의 광장인 ‘포럼’ 등을 둘러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바다 오르간(파도의 움직임으로 공기를 밀어내 소리를 내는 오르간)이 내뿜는 배경음악은 야경이나 석양을 눈앞에 두고 즐겨야 더욱 감동적이다. 영화 찍을 곳을 찾으러 다니다 자다르에 들른 앨프리드 히치콕은 “자다르의 석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다르는 중세에는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크로아티아가 품은 여느 소도시들의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민족과 나라의 침략을 감내해야 했던 곳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자다르가 거의 대부분 파괴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업을 중심으로 활기찬 모습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 일정으로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역시 바닷가에 접한 시베니크. 이곳에서는 시로코라는 따뜻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크로아티아의 두가지 바람을 설명해준다. 따뜻한 시로코, 그리고 아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 ‘보라’. 시로코가 분 뒤에는 비가 온다고 했지만, 여전히 하늘은 파랬다. 시베니크 역시 ‘올드 타운’으로 불리는 고성과 옛 골목 탐방을 빼놓을 수 없다. 언덕 위에 조성된 옛 마을들 사이로 놓인 계단은 2600여개나 된다. 지금도 마을 곳곳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빨래를 너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사진 찍는 이방인들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본다.
숙박시설 2곳뿐인 ‘작은 스톤’
인심 순박 풍광 아기자기
바로 건져낸 굴맛 매혹 고성 위로 올라서면 눈앞엔 청록빛의 바다와 빨간 지붕을 한 마을, 하얀색 보트와 요트가 정박한 항구가 펼쳐진다. 갈 길이 바쁜 여행자들의 발길을 자꾸만 붙잡는다. 시베니크에 머무른 시간은 겨우 3시간. 골목 곳곳, 올드 타운에 자리잡고 있는 3성급 숙박시설을 당장이라도 예약하고 눌러앉아 있고만 싶었다. 문제는 찾았던 모든 소도시와 마을에서 그런 유혹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알알이 박힌 작은 보석들은 더욱 눈에 많이 들어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스톤이 작은 보석의 정점이었다. 유적이랄 것도 없다. 마을 뒤 굽이굽이 펼쳐진 5.5㎞의 옛성 정도가 전부이다. 오래된 염전이 유명하다고 했지만, 정작 매력은 작디작은 마을 자체에 있었다.
스톤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바다에 접한 곳에 ‘작은 스톤’이 있다. 이곳에서밖에 나지 않는 굴이 유명한 곳이다. 작은 스톤의 숙박시설은 고작 두곳뿐이다. 스톤에도 몇 군데 더 숙박시설이 있기는 하다. 5분 거리이긴 하지만, 스톤과 작은 스톤 가운데 하루 머무를 곳을 고르라면 작은 스톤을 선택할 테다. 풍광은 웅장하다고 할 수 없지만, 아기자기하다. 마을 사람들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더욱 순박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곳 바다에서 바로 건져낸 굴은 여행 매력 지수를 크게 높여 놓았다.
이밖에도 트로기르와 차브타트 등의 마을에서 한가하고 아름다운 크로아티아 여행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트로기르는 유명 여행지인 스플리트에서 40분, 차브타트는 두브로브니크에서 30분 거리이다. 이 두 여행지를 찾은 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꼭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크로아티아=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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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마을 뒷산의 옛 성곽.
히치콕도 극찬한 ‘석양’ 감동적
자유여행자 필수 탐방코스로 자다르. 내륙에 위치한 수도 자그레브로부터 서남쪽으로 쭉 달려오면 다다르는 곳이다. 크로아티아의 서쪽, 아드리아해의 바람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도시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곳곳을 둘러보지 못할까 걱정이 됐다. 해가 짧아진 때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모두들 이 점이 걱정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자다르 옛 성곽과 성당, ‘카슈텔’이라 부르는 골목길은 환하게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무려 9세기에 건설된 성 도나투스 성당 등의 내부는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장엄한 외관과 더불어 고대 로마 시대의 광장인 ‘포럼’ 등을 둘러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바다 오르간(파도의 움직임으로 공기를 밀어내 소리를 내는 오르간)이 내뿜는 배경음악은 야경이나 석양을 눈앞에 두고 즐겨야 더욱 감동적이다. 영화 찍을 곳을 찾으러 다니다 자다르에 들른 앨프리드 히치콕은 “자다르의 석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다르는 중세에는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크로아티아가 품은 여느 소도시들의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민족과 나라의 침략을 감내해야 했던 곳이다.
스플리트의 로마제국시대에 지어진 옛 성곽 안 풍경.
스톤에서 5분 떨어진 작은 스톤(mali ston)에서는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다.
인심 순박 풍광 아기자기
바로 건져낸 굴맛 매혹 고성 위로 올라서면 눈앞엔 청록빛의 바다와 빨간 지붕을 한 마을, 하얀색 보트와 요트가 정박한 항구가 펼쳐진다. 갈 길이 바쁜 여행자들의 발길을 자꾸만 붙잡는다. 시베니크에 머무른 시간은 겨우 3시간. 골목 곳곳, 올드 타운에 자리잡고 있는 3성급 숙박시설을 당장이라도 예약하고 눌러앉아 있고만 싶었다. 문제는 찾았던 모든 소도시와 마을에서 그런 유혹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알알이 박힌 작은 보석들은 더욱 눈에 많이 들어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스톤이 작은 보석의 정점이었다. 유적이랄 것도 없다. 마을 뒤 굽이굽이 펼쳐진 5.5㎞의 옛성 정도가 전부이다. 오래된 염전이 유명하다고 했지만, 정작 매력은 작디작은 마을 자체에 있었다.
소도시 시베니크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노천카페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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