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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인의 집은 어디인가

등록 2013-01-23 20:49수정 2013-01-24 14:57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나, 스마트폰입니다. 움직이는 개인컴퓨터(PC)죠. 전화·문자·에스엔에스(SNS)는 기본이고요. 카메라, 비디오, 게임, 동영상 감상은 물론 모바일 인터넷으로 웬만한 일을 처리할 수 있지요. 통화가 가능한 곳이면 주인이 머무는 곳이 사무실이 되고, 영화관이 되고, 게임방이 되죠.

지하철을 타서 지켜보면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어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승객 열에 일고여덟은 저한테 푹 빠져 있지요. 2010년 8월 지하철 내 와이파이가 개통되면서 그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고 해요. 목 디스크 환자가 부쩍 늘어난 것도 그런 영향이랍니다.

지난해 통신3사 휴대폰
분실신고 262만5000건 달해
주인 다시 만난 건 60% 수준

최근 몇년 사이 저에 대한 편애가 더 심해진 것은 제조사와 통신사의 밀어내기 때문입니다. 기능을 하나 덧붙이거나 디자인을 약간 바꿔 새 기종으로 출시하면서 ‘사라 사라’고 욕망을 부추기지요. 그 결과 인구 5000만의 나라에 휴대폰 판매대수는 8000만대에 이릅니다. 성인은 물론 아이들 조막손을 채우고도 넘쳐 집집이 ‘장롱폰’ 한두 개쯤은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된 스마트폰은 3500만대. 수입품을 합치면 스마트폰 보급률은 70%를 훌쩍 넘습니다.

사용자가 늘고 사용빈도가 높아진 만큼 분실도 많겠죠? 지난 한 해 동안 에스케이(SK)텔레콤, 케이티(KT), 엘지(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접수된 제 친구들의 실종(분실) 신고는 262만5000건에 이릅니다. 그 가운데 실제 분실로 이어진 것은 101만건인 것으로 나타났죠. 감격스러운 상봉의 기쁨을 돌려받는 사람들은 60% 남짓에 불과하지요. 보험사의 스마트폰 분실 보험금은 2009년 346억원, 2010년 629억원, 2011년 2291억원으로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분실은 유실과 도난일 터인데,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이럴 때는 작고 귀여운 것이 죄군요.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이니 휴대하기 편하지만 바로 그런 탓에 흘리기 쉽고, 흘리고서도 흘린 것을 모르기 일쑤죠. 둘째로 심리적인 가격이 낮기 때문입니다. 기기 값은 100만원 이상 나가지만 ‘거저’라고 선전하지요. 제조사와 통신사가 합작해 전화요금에 기기 값을 나눠서 숨기잖아요. 사람들은 나중에 덤터기를 쓰더라도 당장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 스마트폰 값을 훨씬 싸게 인식합니다. 그 틈새에 도둑이나 장물아비가 기승을 부리는 거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도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분실신고 된 상태에서 사용하면 위치가 발각되고 금세 붙잡힙니다. 사용자 정보가 입력된 유심칩을 바꾸어도 마찬가지죠. 개통 당시 짝지어진 기기의 일련번호와 유심칩에 입력된 정보가 흔들리면 장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경을 넘으면 말짱 꽝입니다. 개별 나라 안에서만 기기번호가 관리될 뿐, 국적이 다른 통신사끼리는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기기를 다른 나라로 갖고 가 유심칩만 바꿔 끼우면 새것으로 간주되죠. 그래서 ‘중고폰 수출사건’이 심심하면 불거지는 겁니다.

밀수범들은 서울 홍대, 선릉, 강남, 종로 일대에서 절도범한테서 스마트폰을 10만~30만원대에 사들여 국제택배 등을 통해 홍콩 등지의 현지 매입책에게 넘깁니다. 이때 가격은 50만~60만원으로 올라간다는군요. 서울에서 택시를 탔다가 흘린 휴대폰이 깜박 죽었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났는데, 위치 추적을 해보니 중국 선전이더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실제로 일선 경찰서에는 승객들이 흘린 휴대폰을 주워 신고하는 택시기사가 거의 없다더군요. 그러니 국부 유출을 막으려 기를 쓸밖에요.

국내에서는 유심칩 갈아끼워도
쓸 수 없지만 외국 나가면
새 제품으로 둔갑
분실 3일만에 중국에서
위치추적 잡히기도

서울 서초동에 핸드폰찾기콜센터가 있는데, 여기서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 3사, 우정사업본부 등과 함께 실종미아 찾기 캠페인처럼 휴대전화 주인찾아주기 운동을 펼쳐왔습니다. 1999년 4월부터 시작해 2012년 12월까지 우체국(우체통)을 통해 121만5371대를 습득신고 받아 93만9241대를 주인한테 돌려주었다죠. 이 가운데 스마트폰은 7만2827대가 신고 접수되어 6만613대가 주인과 해후했다고 하더군요. 신고자한테는 약소하나마 5000원 또는 1만원권 문화상품권을 줍니다.

지하철·철도·항공사 유실물센터, 또는 일선 우체국, 경찰서의 노력은 정말 가상합니다. 여느 휴대폰처럼 미아신고된 휴대폰은 잠겨 있는데, 담당자들은 기기를 가까이에 두고 벨이 울리기를 기다립니다. 이와 함께 핸드폰찾기콜센터에 일련번호를 올려 콜센터로 하여금 주인을 수배하게 합니다. 충전기를 옆에 두고 배터리를 채워 가며 한두 주 정도를 기다린다죠. 주인이 직접 또는 콜센터의 연락을 받고 전화를 해오면 확인절차를 거쳐 착불로 부쳐줍니다. 그렇게 해서 신고된 친구들의 50~60%는 주인을 찾아갑니다.

가장 딱한 친구들이 끝내 주인을 못 찾은 바로 저와 같은 스마트폰들입니다ㅠㅠ. 보통 유실물은 14일 동안 분실물 공고를 거쳐 습득신고 1년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신고자한테 소유권이 넘어가고, 그로부터 6개월까지 신고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국가소유가 되어 매각처분합니다. 말 그대로 오갈 곳 없이 떠도는 신세인 셈이죠. 3년 전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됐으니 분실되어 매각처리해야 할 동료들이 쌓이면서 당국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무조건 폐기해야 하나. 비싼 기기이니 재활용할 것인가. 재활용한다면 장물과 어떻게 구별하나. 사이클이 짧은데 구태여 1년6개월까지 기다려 구형을 만들 필요가 있나 등등 말이지요. 이제 제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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