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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에는 3분 법칙, 협박에는 단호하게

등록 2014-04-16 20:02수정 2014-04-17 16:32

뷔페식당을 찾은 진상 고객들은 식중독 변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뷔페식당을 찾은 진상 고객들은 식중독 변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진상 손님’ 대처법
외식업체의 진상손님 대처법…원칙을 정해 지켜야 장기적으로 진상 줄일 수 있어
식당 주인에게 진상 손님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존재다. 몇 년씩 업장을 운영하다 보면 고약한 요구를 하는 손님을 만나기 마련이다. 몇 번 곤혹을 치른 주인들은 대책을 고민해보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수년간 현장경험을 한 호텔리어, 오너 셰프, 외식 컨설턴트 등의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몇 가지 진상 손님 대처법을 소개한다.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 고객들 막기 위해
외국엔 예약금 제도 보편화
조용한 식당 분위기 위해
어린이 입장 제한
비난만 할 일은 아냐

시간을 벌어라

롯데호텔 서울의 한식당 ‘무궁화’의 책임자인 지인규 과장은 3분 법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손님의 언성이 높아지면 정중하게 다른 방으로 모십니다. 상황이 벌어진 현장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죠.” 고객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에 3분 법칙을 적용한다. 최소 3분 이상 차근차근 고객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 평범해 보이지만 의외로 효과는 크다고 한다. 차나 커피 등 차분히 목을 축일 음료를 내오는 것도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차를 마시다 보면 화가 난 고객은 차분해지고 10분 이상 대화를 하게 돼요. 클레임의 대상이 된 종업원이 직접 응대하지 않습니다. 최상급자가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업원도 감정이 격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호전되기는커녕 더 큰 사달이 날 수도 있다. 고객의 불만 호소가 끝나면 차분하게 “전화번호를 주시면 다음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라든가 “할인을 해드리겠습니다”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한다. 호텔은 자체 대응 매뉴얼북이 있지만 실제 변화무쌍한 현장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사례 위주의 직원 교육이 예방책이라고 말한다. 블랙컨슈머 명단을 작성해 평소 숙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칙을 정하고 지켜라

레스토랑 운영자에게 ‘노쇼’(NO SHOW) 고객은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불편한 진상 손님이다. 노쇼는 호텔, 레스토랑, 항공사 등의 업계에서 주로 쓰는 말로, 고객이 사전예약을 하고 취소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레스토랑은 예약손님을 받으면 테이블을 비워놓고 식재료도 미리 준비해둔다. 연락도 없이 손님도 나타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다른 손님을 받을 수도 없는데다 그날 구입한 식재료는 고스란히 버리게 된다. 8명 예약을 하고 5명만 오는 상황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식 문화에서는 연락 없이 예약을 파기하는 것을 별것 아닌 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에서 사전 예약 취소는 손님의 에티켓으로 본다. 서울 신사동 ‘류니끄’의 오너 셰프 류태환씨는 “국외 미슐랭 가이드 별점 레스토랑은 예약할 때 전액 입금을 원칙으로 하는 데가 많다. 레스토랑이 자체적으로 원칙을 정하는 게 좋다. 노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30~50% 정도 식대 입금을 원칙으로 내세우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원칙을 세우는 일은 노쇼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식당 주인은 나름의 운영 콘셉트가 있기 마련이다. 시끌벅적한 선술집이거나 우아한 레스토랑이거나. 그것에 맞는 원칙을 정하는 게 진상 손님을 줄일 수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조용한 레스토랑을 추구한다면 출입 아동의 나이를 제한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한 리조트업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7살이하의 미취학 아동 동반 시 비용이 좀 더 드는 룸 이용을 원칙으로 한다. 1년6개월 전부터 시행해왔으나 여전히 항의하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서울 청담동의 한 프렌치레스토랑의 오너 셰프는 단골고객으로부터 “코키지(자신이 가져온 와인을 마실 때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잔의 사용료)를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였다가 다른 손님들로부터 심한 질타의 소리를 들었다. 원칙 없는 행동은 화를 부른다.

맞불작전을 펼쳐라

서울 마포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는 ㅇ씨는 블로그 등에 자신의 업장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올라오면 본인의 블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터넷 진상 손님을 대응하는 그의 방법이다. 반박하는 내용을 꼼꼼히 적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다. 검색이 잘 되도록 제목도 관련 단어를 사용한다. 자신의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그의 전략 중 하나다. 그는 “누적된 포스팅도 많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한 블로그가 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진상 고객 때문에 온라인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공식적인 조처에 기대는 방법도 있다. 네이버에는 ‘게시 중단 요청 서비스’가 있다. ‘본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한 게시물’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게시 중단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정보통신망법 44조 2항에 의거해 30일간 임시조처로 게시물을 차단한다. 30일이 지난 뒤에 게시물 최초 작성자가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동 삭제되지만 이의 신청을 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내용을 전달해 그 결정에 따른다.

뷔페식당은 진상 손님에게 취약한 대표적인 업장이다. 주로 식중독 변상이 단골 레퍼토리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한 뷔페식당은 가족 5명 모두 식중독에 걸렸으니 1인당 5000만원의 변상을 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한 특급호텔의 뷔페식당도 같은 사례를 겪었다. 10여명이 단체로 와서 이용하고 그중 한명이 식중독 호소를 하면서 30여명의 식사권을 달라는 항의였다. 업장의 과실이 명확할 경우 당연히 피해보상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설 때는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게 이들의 원칙이다. 호텔은 진단서를 우선 요구한다. 진단서를 떼는 비용까지 제공할 것임을 전달한다. 열에 다섯은 이 정도의 요구에 꼬리를 내린다고 한다. 진단서도 끊어오지 않고 막무가내로 변상을 요구할 경우 호텔의 블랙컨슈머 전담팀으로 넘겨 법적인 대응까지 고려한다.

동료의 지지를 끌어내라

영세한 업장이나 소규모 레스토랑은 전담 법무팀을 두거나 기물 파손 등의 보험을 든 경우가 적다. 정공법 대응이 쉽지 않다. 스스로 상처를 달래는 경우가 많은데, 업장 동료들의 지지나 위로의 말이 중요하다. 진상 고객에게 노출된 종업원에게 주인이 오히려 책임을 물으면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 한바탕 동료와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소심한 대응책이지만 위안을 얻는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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