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빨리 배우고 부담없이 즐기는 취미를 위한 속성 강좌들이 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3시간 만에 그리는 연필 스케치’, ‘일주일 만에 화장대 만들기’,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하기’ 강좌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에듀케스트라 제공
[매거진 esc] 단기 강좌 인기
시간이 없어서… 취미생활과 운동에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하지만 하루 24시간 쪼개기 쉽지 않다.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하루 만에 배우는 그림, 일주일 만에 완성하는 목공 등 후다닥 배울 수 있는 강좌들이 늘고 있다.
한해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올해 한가지라도 배우거나 해내겠다는 새해 결심은 시작도 못했다. 이제라도 만회할 방법은 없을까? 1만 시간을 노력하면 어느 분야에서든 달인이 될 수 있다는 책 <1만 시간의 법칙>(이상훈 지음)이 있지만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느냐고 묻는 책 <처음 20시간의 법칙>(조시 카우프먼 지음)도 나왔다. 되도록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면서 빨리 익히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싶지만 지속적으로 시간을 투자할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을 위한 일일강좌, 단기 학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3시간 만에 그려내는 연필 스케치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
한달 동안 악기 배워
발표회까지 여는 프로그램도
하루 만에 배우는 연필 스케치 지난 4월26일 서울 송파 마을예술창작소에서는 ‘3시간 만에 그리는 연필 스케치’ 강좌가 열렸다. 15명 수강생은 이력도 다양했다. 그림을 처음 그려보는 사람도 있고, 학교 졸업한 뒤 연필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강좌를 연 화가 김형경(36)씨는 ‘누구나’ 이 자리에서 정물화 한점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확히는 2시간30분 만에 잘 그리든 못 그리든 하나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뭐가 중요한지 알고 그리는 것과 모르고 무작정 그리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요령을 터득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의 과제는 소나무 그림. 소나무 사진을 보고 우선 휘어진 소나무의 큰 줄기를 따라 그린다. 다음으로는 바탕색을 그리듯 나무 전체를 연필로 칠한다. 한가지 사물을 부분부분 떼어 그려야 한다고 했다. 먼저 줄기를 그리고, 그다음엔 소나무 껍질을 구획을 나누어 그렸다. 마지막으로 갈아둔 연필심을 면봉이나 휴지에 묻혀 찍어가면서 솔잎을 표현한다. 수묵담채화처럼 번지는 느낌을 내기 위해서다. 연필은 따뜻한 매체다. 어둡고 밝게 표현하는 것만 정성스럽게 해도 느낌을 남긴다. 연필이 오히려 귀한 시대가 되면서 연필 그림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언제든 지워가며 다시 그릴 수 있어서 초보에게 안성맞춤이다. 처음에 서투르게 그리더라도 연필선을 더하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어느덧 수강생들마다 버젓이 소나무 한그루씩을 그려냈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연필 그림은 주말에 어울리는 취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2주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토요강좌는 평일 강좌보다 인기가 높다고 했다. 김형경씨는 “하루 강좌에 오는 사람들은 내가 과연 그릴 수 있을지 의심하다가 그려내게 되니까 매일 그리는 사람보다 만족감이 더 크다. 이 강좌에서 가르치는 방법은 초보자도 그릴 수 있도록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이어서 정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주일 만에 가구 만들기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활동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 위버에서는 ‘일주일 만에 가구 만들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5월7일부터 서울 서초구 아이데코 공방에서 열린 이 강좌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을 위해 화장대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한 수강생의 희망으로 시작한 강좌이다. 강좌 첫날에는 만들고 싶은 화장대를 설계한다. 빨리 만든다고 해서 가구 수명이 짧아지면 안 되기 때문에 오일을 바르고 색을 칠하는 마감 공정을 줄일 수는 없다. 아이데코 최상아 공방장은 “나사가 들어갈 자리와 나뭇조각들이 서로 이어지는 부분을 미리 정확하게 재고 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령”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사포질은 생략하고 원목 느낌을 살리는 경우가 많아 가구 만드는 시간이 더욱 짧아졌단다. 주로 하루 만에 목공 작품 만들기를 진행하는 이 공방에서는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프라이팬 걸이 만들기, 주방 수납함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위버와 함께하는 ‘3시간 만에 캠핑 의자 만들기’라는 강좌도 있는데 감성 캠핑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라고 했다. 여럿이 모이지 않아도 강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목공 강좌의 장점이다. 기술을 배우기 위한 강좌는 여럿이 모여야 수강료가 내려가지만 목공 강좌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강좌는 혼자든 여럿이든 수강료 차이가 크지 않다. 이수아 위버 대표는 “요즘은 기업에서 회식이나 야유회 대신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술 마시는 대신 와인이나 수제 맥주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하루 만에 기술을 마스터할 수는 없겠지만 취미를 시작할 수 있는 관심과 용기를 주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하기 무언가를 빨리 뚝딱 만들어내는 강좌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9년부터 에듀케스트라에서 진행해온 강좌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 하기’는 이름대로 1개월 만에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를 배우는 강좌다. 1년에 2~3차례 모집하는 이 강좌에 등록하면 1주일에 2시간씩 3번 원하는 악기를 배운다.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싶은 꿈을 위해서 1년은 어렵겠지만 한달을 투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듀케스트라 배권식 부장은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악기를 배우고 싶은 이유와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6살부터 72살까지 연령도 다양한 수강생들이 악기를 배우는 이유는 가야금, 해금, 피리, 대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등 악기 종류만큼이나 다양했다. “평생을 함께할 악기를 알기 위해 입문하는 어린이들도 있고요, 은퇴하면서 고생한 부인에게 선물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던 분도 계셨습니다. 외국에 살다가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음악을 함께 배워 친해지고 싶은 엄마도 있었고요.” 배 부장의 말이다. 이 강좌의 목표는 발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한달 뒤에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노래, 합주곡, 지정곡 등 세가지 곡으로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강당에서 발표회를 연다. 난생처음 악기를 잡아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달 뒤에 3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악기마다 차이가 있다. 플루트는 처음에 배우기 쉽지만 곡을 완성하기 어려운 반면,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는 아예 소리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트럼펫을 가르치는 최유진 강사는 “혼자 하면 힘들다. 강사와 같이 음을 만들면서 악기를 연습하는 제대로 된 방법을 익히는 데 3주를 보낸다. 기본 음정을 잘 익히면 연주는 금세 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악기를 배우면 교재를 정해서 진도를 나가지만 이 강좌에서는 한달 대부분을 소리를 내는 기본 훈련에 보낸다. 무대에 선다는 목표가 있어서 수강생들은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강좌는 주로 하자센터에서 진행되지만 원하는 기업과 지역에서 열리는 ‘찾아다니는 한달이’도 있다. 6월4일부터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신광교회에서도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하기가 열릴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3시간 만에 그려내는 연필 스케치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
한달 동안 악기 배워
발표회까지 여는 프로그램도
하루 만에 배우는 연필 스케치 지난 4월26일 서울 송파 마을예술창작소에서는 ‘3시간 만에 그리는 연필 스케치’ 강좌가 열렸다. 15명 수강생은 이력도 다양했다. 그림을 처음 그려보는 사람도 있고, 학교 졸업한 뒤 연필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강좌를 연 화가 김형경(36)씨는 ‘누구나’ 이 자리에서 정물화 한점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확히는 2시간30분 만에 잘 그리든 못 그리든 하나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뭐가 중요한지 알고 그리는 것과 모르고 무작정 그리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요령을 터득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그림을 빨리 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의 과제는 소나무 그림. 소나무 사진을 보고 우선 휘어진 소나무의 큰 줄기를 따라 그린다. 다음으로는 바탕색을 그리듯 나무 전체를 연필로 칠한다. 한가지 사물을 부분부분 떼어 그려야 한다고 했다. 먼저 줄기를 그리고, 그다음엔 소나무 껍질을 구획을 나누어 그렸다. 마지막으로 갈아둔 연필심을 면봉이나 휴지에 묻혀 찍어가면서 솔잎을 표현한다. 수묵담채화처럼 번지는 느낌을 내기 위해서다. 연필은 따뜻한 매체다. 어둡고 밝게 표현하는 것만 정성스럽게 해도 느낌을 남긴다. 연필이 오히려 귀한 시대가 되면서 연필 그림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언제든 지워가며 다시 그릴 수 있어서 초보에게 안성맞춤이다. 처음에 서투르게 그리더라도 연필선을 더하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어느덧 수강생들마다 버젓이 소나무 한그루씩을 그려냈다. 바쁜 직장인들에게 연필 그림은 주말에 어울리는 취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2주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 토요강좌는 평일 강좌보다 인기가 높다고 했다. 김형경씨는 “하루 강좌에 오는 사람들은 내가 과연 그릴 수 있을지 의심하다가 그려내게 되니까 매일 그리는 사람보다 만족감이 더 크다. 이 강좌에서 가르치는 방법은 초보자도 그릴 수 있도록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이어서 정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주일 만에 가구 만들기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활동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 위버에서는 ‘일주일 만에 가구 만들기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5월7일부터 서울 서초구 아이데코 공방에서 열린 이 강좌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을 위해 화장대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한 수강생의 희망으로 시작한 강좌이다. 강좌 첫날에는 만들고 싶은 화장대를 설계한다. 빨리 만든다고 해서 가구 수명이 짧아지면 안 되기 때문에 오일을 바르고 색을 칠하는 마감 공정을 줄일 수는 없다. 아이데코 최상아 공방장은 “나사가 들어갈 자리와 나뭇조각들이 서로 이어지는 부분을 미리 정확하게 재고 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령”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사포질은 생략하고 원목 느낌을 살리는 경우가 많아 가구 만드는 시간이 더욱 짧아졌단다. 주로 하루 만에 목공 작품 만들기를 진행하는 이 공방에서는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프라이팬 걸이 만들기, 주방 수납함 만들기 등을 진행한다. 위버와 함께하는 ‘3시간 만에 캠핑 의자 만들기’라는 강좌도 있는데 감성 캠핑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라고 했다. 여럿이 모이지 않아도 강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목공 강좌의 장점이다. 기술을 배우기 위한 강좌는 여럿이 모여야 수강료가 내려가지만 목공 강좌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강좌는 혼자든 여럿이든 수강료 차이가 크지 않다. 이수아 위버 대표는 “요즘은 기업에서 회식이나 야유회 대신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술 마시는 대신 와인이나 수제 맥주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하루 만에 기술을 마스터할 수는 없겠지만 취미를 시작할 수 있는 관심과 용기를 주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하기 무언가를 빨리 뚝딱 만들어내는 강좌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9년부터 에듀케스트라에서 진행해온 강좌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 하기’는 이름대로 1개월 만에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악기를 배우는 강좌다. 1년에 2~3차례 모집하는 이 강좌에 등록하면 1주일에 2시간씩 3번 원하는 악기를 배운다. 악기 하나쯤 연주하고 싶은 꿈을 위해서 1년은 어렵겠지만 한달을 투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듀케스트라 배권식 부장은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악기를 배우고 싶은 이유와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6살부터 72살까지 연령도 다양한 수강생들이 악기를 배우는 이유는 가야금, 해금, 피리, 대금,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등 악기 종류만큼이나 다양했다. “평생을 함께할 악기를 알기 위해 입문하는 어린이들도 있고요, 은퇴하면서 고생한 부인에게 선물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던 분도 계셨습니다. 외국에 살다가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음악을 함께 배워 친해지고 싶은 엄마도 있었고요.” 배 부장의 말이다. 이 강좌의 목표는 발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한달 뒤에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노래, 합주곡, 지정곡 등 세가지 곡으로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강당에서 발표회를 연다. 난생처음 악기를 잡아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한달 뒤에 3곡을 연주할 수 있을까? 악기마다 차이가 있다. 플루트는 처음에 배우기 쉽지만 곡을 완성하기 어려운 반면, 트럼펫 같은 금관악기는 아예 소리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 트럼펫을 가르치는 최유진 강사는 “혼자 하면 힘들다. 강사와 같이 음을 만들면서 악기를 연습하는 제대로 된 방법을 익히는 데 3주를 보낸다. 기본 음정을 잘 익히면 연주는 금세 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악기를 배우면 교재를 정해서 진도를 나가지만 이 강좌에서는 한달 대부분을 소리를 내는 기본 훈련에 보낸다. 무대에 선다는 목표가 있어서 수강생들은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강좌는 주로 하자센터에서 진행되지만 원하는 기업과 지역에서 열리는 ‘찾아다니는 한달이’도 있다. 6월4일부터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신광교회에서도 한달 만에 악기 마스터하기가 열릴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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