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좋아서 하는 인터뷰
어떻게 그녀의 친구가 됐을까? 기억이 안 난다. 아, 아는 누나가 소개해줬다. 언젠가 그 누나가 그랬다. “노래 좋아.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지.”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제목이 ‘잠’이었다. 누나한테 전화 걸고 싶었다. 그래, 이런 노래를 들어야 하는 거야,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 4~5년쯤 지났다. 여전히 사람들이 그녀를 잘 모른다. 2013년에 두 번째 앨범 <아름다운 날>이 나왔을 때 열흘 동안 그 앨범만 들었다. 그리고 어느 밤에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야, 너 자신을 믿고 가는 거야.’ 먹먹해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한 달 전쯤 그녀를 만났다. 추웠다. 카페에 들어갔다. 내부가 네모난 카페였다. 소란스러웠다. 그런데 그 소음이 어떤 공간 ‘감’을 형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 같았다. “이게 너의 목소리야. 겨울, 소란스럽고, 그러나 따뜻한 카페 안.”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우주의 단 한 명이라도 그녀의 노래를 듣고 나와 같은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 노래 한번 들어봐. 세 곡이야. 이제 곧 발표할 거야.” 그녀가 말했다. 나는 눈을 감고 들었다. 좋다고 말하기가 미안했다. 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알지만, 그래도 내가 미안할 것까진 없는데 미안했다. “1월부터 한 곡씩 발표할 거야. 12월까지. 그러고 나서 3집 앨범을 내는 거지.” 그녀가 말했고 “에이, 그건 ‘월간 윤종신’이랑 똑같잖아.” 내가 말했다. “응, 똑같아. 그런데 좋은 거잖아. 성실한 거고. 그래서 나도 하려고. 좋은 건 배우면 좋지.” 그녀가 한 모금밖에 마시지 않은 녹차라테를 엎질렀다. 바닥에 푸른 잔디가 피었다.
다시 음악을 듣다가 내가 말했다. “그런데 나는 ‘브로콜리 너마저’랑 ‘가을방학’ 노래가 좋더라. 가사 때문에. 이야기가 있잖아. 재밌고.” 그녀가 대답했다. “응. 나도 좋아. 그래서 나도 그렇게 써보려고 했는데….” “야, 그냥 웃기려고 한 말이야.” 안다, 내가 미쳤지, 그게 웃기겠어. “안 되더라고. 나는 가사가 그렇게 안 써지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따로 있더라고.”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엉뚱한 얘길 꺼낸 거고. 헤어져서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왔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듣지만, 그날은 나도 모르게 손이 라디오를 껐다. 나 지금 진짜 좋은 노래 듣고 왔다고! 나에게밖에 말할 수 없었지만.
그날 내가 들은 노래가 1월에 음원으로 발표됐다. 그날 내가 들은 노래 중 한 곡도 곧 발표된다. 사람들이 들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알게 될까?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하게 될까? 그녀의 목소리는 악기 소리를 타고, 마치 대지에 뿌리를 박은 나무처럼, 자란다. 강하지 않으면서도 우뚝하고 고요한 가운데 풍경의 작은 소리까지 기억해낸다.
나는 진작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대해. 안 한 건 슬퍼서다. 매력적인 목소리가 많다. 요즘은 모두 좋은 노래를 좋은 목소리로 부른다. 아이돌도 노래를 잘 부른다. 강렬하거나, 유연하게, 종종 자극적으로, 때론 고요하게, 여러 목소리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한 소리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많은 가수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를 들을 누군가를 위해. 그녀의 목소리는 자기 안을 들여다보고, 자기 안의 소리를 듣고, 그것과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보내는 목소리 같고, 그런 노래 같다. 그녀는 우선 자신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어?”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워야 해.” “음원 발표하고 기분이 어땠어? 아쉬웠어?” “아쉬운 건 없어. 그런데 열심히 해야 해. 멈추면 안 돼.” 미안해, 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왜, 라고 물을 것 같아서 보내지 않았다. ‘멈추면 안 돼’라는 말, 나를 위로하는 말 같았다. 나, 위로받을 일 있나? 1월에 그녀가 발표한 음원의 제목은 ‘그녀에게’다. 그녀는 수상한 커튼이다. 수상한 커튼(사진)이 그녀의 이름이다.
이우성 시인
수상한 커튼. 사진 이우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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