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빈티지 자전거
빈티지 자전거 세계에 빠진 델리스파이스 윤준호의 1980년대 초반 콘셉트 바이크 2년 완성기
빈티지 자전거 세계에 빠진 델리스파이스 윤준호의 1980년대 초반 콘셉트 바이크 2년 완성기
모던록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 사진 박미향 기자
1980년대 후반 일본제품
알루미늄 자전거에 반해
프레임의 까진 부분마저
멋스러워 2007년 입문 윤준호는 기존 자전거의 콜나고 프레임을 팔고 그 자리에 슈퍼코르사를 끼워넣었다. 그러고는 다른 부품들도 하나씩 사서 갈아끼우기 시작했다. 구동계는 이탈리아 ‘캄파뇰로’의 ‘C레코드’ 세트를 달기로 했다. 1980년대에만 나오고 이후 단종돼 희귀해진 모델로, 곡선의 미학과 뛰어난 성능이 어우러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트가 한꺼번에 매물로 나온 게 없어 개별 부품을 하나하나 사 모았다. 틈만 나면 네이버 카페 ‘클래식 앤 빈티지’ 중고 장터와 외국 경매 사이트 이베이를 뒤졌다. 심지어 브레이크 레버 따로, 그 레버를 감싸는 고무 따로 사는 식이었다. 고무만도 8만원을 줬다. 바퀴는 바퀴대인 ‘림’ 따로, 축 따로, 타이어 따로 사고 바퀴살인 ‘스포크’를 주문해 직접 짰다.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림과 촘촘한 스포크는 더욱 예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빈티지풍의 낡은 검은색 가죽 안장을 구해 달았고, 페달은 일본의 클래식 디자인 제품을 달았다. 핸들은 ‘3T’라는 이탈리아 제조사의 것을 달았다. 그렇게 모든 부품을 1980년대 초반 콘셉트로 통일해 완성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구동계는 세트로 한꺼번에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처럼 부품별로 따로 사면 돈도 품도 더 많이 들죠. 이렇게 따로 조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빈티지 자전거 입문자의 경우 완성차를 중고로 사는 게 더 편리합니다. 일본 제품을 찾아보면 싸게는 100만원대 중반부터 가능하죠. 빈티지 자전거라는 게 정식 유통시장이 없어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자신에게 잘 맞는 모델과 가격대를 고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윤준호는 온 정성을 쏟아 최종 완성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처음 나간 날을 잊지 못한다. “아들 같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니 마음이 엄청 부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연주자가 오래된 펜더 기타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요?”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갈 때 나는 소리마저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요즘 나온 스프로킷(뒷바퀴의 톱니바퀴 뭉치) 소리는 차갑게 느껴지는데, 빈티지 자전거 스프로킷 소리는 엘피(LP) 소리처럼 부드럽게 느껴져요.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좋은 걸 어떡해요? 하하하~.”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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