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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역 귀신 비켜! 올여름 웹툰이 얼려주마

등록 2015-07-01 20:40수정 2015-07-02 15:10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더 무서워지는 웹툰 공포물
좀비물에서 도깨비 귀신 이야기까지 공포웹툰 인기 쑥쑥…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그림 삽입해 공포효과 극대화

조지 로메로 감독의 흑백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이후 좀비는 하나의 장르물로 자리잡았다. 좀비 영화는 지금까지도 여러 형태로 변주돼오고 있다. 심지어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물(<웜 바디스>)로도 변주됐을 정도다. 좀비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는 최고 인기를 구가하며 10월 시즌6 방영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2009)나 지난해 개봉한 <좀비스쿨>이 있었고, <문화방송>이 2011년 2부작으로 방영한 단막극 <나는 살아있다>는 국내 최초의 좀비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 수를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국내에서 좀비물이 활발한 분야는 오히려 웹툰이다. 2007년 <한겨레> esc에 <좀비의 시간>이라는 만화를 연재한 이경석 작가는 2010년 다음 웹툰에 <좀비의 시간 2>를 연재했다. 강풀 작가는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된 이후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옆집 여자를 지키는 이야기를 통해 좀비물과 순정만화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다음 웹툰의 <1호선>도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에서 여자친구를 찾아 지하철 1호선의 철길을 따라 걷는다는 내용이다. 네이버 웹툰에선 좀비를 소재로 한 <데드데이즈> <조선좀비실록>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좀비물뿐 아니다. 최근 들어 웹툰에서 공포물이 각광받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최근 완결된 랑또 작가의 <빨간책>(그림)은 월요일과 수요일 각각 업데이트되는 20~30개 작품 가운데 조회수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빨간책>은 매회 완결된 이야기를 내놓는 단편 연재물인데, 특이한 건 서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사람과 귀신이 맞닥뜨리는 그 순간의 묘사에 집중함으로써 오싹한 공포를 자아낸다. 랑또 작가는 연재 후기에서 “내가 실생활에서 귀신과 만난 경험을 바탕 삼아 독자들이 일상에서 섬뜩한 공포를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네이버 웹툰의 <백귀야행지>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웹툰은 특이하게도 공포물과 코믹물을 결합한 것이다. 명랑만화 그림체의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어떤 대목은 소스라치게 섬뜩하면서도 배시시 웃음을 자아낸다. 웹툰을 그린 아만 작가는 대만 사람이다. 대만에서 라인웹툰 서비스를 통해 연재하던 것을 우리말로 번역해 국내에도 소개하고 있다.

공포웹툰에 특수효과 처음 적용한
2011년 <옥수역 귀신>
네이버 웹툰 7일부터
두달간 공포특집 단편선 연재
모든 작가들이 특수효과 선보일 예정

다음 웹툰에선 2013년 완결된 장작 작가의 <0.0㎒>가 큰 사랑을 받았다. 심령현상을 과학적으로 밝히려는 사람들이 ‘귀신의 집’으로 불리는 흉가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제목은 뇌파나 진동수를 귀신의 주파수와 일치시키면 직접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설정에서 비롯됐다. 디디 작가의 <관찰인간>도 다음 웹툰을 대표하는 공포물이다. 부모의 사고를 목격한 이후 은둔형 외톨이가 된 남자가 옆집에 이사온 수상한 가족이 인체발화 현상과 관계있음을 발견하고 그들을 관찰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다. 올 초 완결 때까지 소름 돋는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두꺼운 고정 독자층을 형성했다.

공포웹툰은 이제 또다른 진화를 앞두고 있다. 움직이는 그림, 소리, 진동 등 특수효과를 활용해 보는 이의 공포를 배가시키는 공포웹툰들이 올여름 독자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공포웹툰에 특수효과를 적용한 효시는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이다. 2011년 여름 네이버 웹툰 작가 20여명이 참여한 <2011 미스테리 단편> 릴레이 연재분 중 하나다. 화면을 내리다 보면 갑자기 피 묻은 손이 튀어나와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여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호랑 작가가 같은 시리즈에 소개한 <봉천동 귀신>에선 피투성이 여자 귀신의 얼굴이 기묘한 소리와 함께 화면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이 두 작품은 영어로도 번역됐는데, 외국인들이 이를 보고 깜짝 놀라는 반응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특수효과는 호랑 작가가 관련 아이티 기술을 어느 정도 알았기에 가능했다. 네이버 웹툰은 아예 작가들이 관련 기술을 몰라도 손쉽게 특수효과를 쓸 수 있도록 ‘웹툰 효과 에디터’를 개발했다. 하일권 작가는 지난 5월 연재를 시작한 <고고고>에서 이 에디터 도구를 처음 적용했다. 일부 장면에선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그림이 움직이고, 총을 쏘는 장면에선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린다. 네이버 웹툰은 오는 7일부터 두 달 동안 공포 특집 단편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름’을 주제로 3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게 되는데, 모든 작가들이 웹툰 효과 에디터를 활용한 특수효과를 선보일 예정이다. 거의 모든 공포물에서 움직이는 그림, 소리, 진동 등을 적절히 활용해 보는 이의 공포를 극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올여름은 공포영화 대신 공포웹툰이 지배할지도 모르겠다. 또 우리나라가 공포웹툰 강국으로 불쑥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불쑥 솟아올라 세상을 깜짝 놀랜 옥수역 귀신의 손처럼 말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그림 네이버 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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