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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속으로 뛰어드는 ‘밤바리’의 쾌감

등록 2016-01-13 19:08수정 2016-01-14 09:32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야경. 바이크를 타면 야경 속 일부가 된 느낌이다. 
 박미향 기자 <A href="mailto:mh@hani.co.kr">mh@hani.co.kr</A>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야경. 바이크를 타면 야경 속 일부가 된 느낌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그럼에도 바이크
“북한산 간다더니, 북한에 있는 산 가는 줄 알았잖아요.”

누군가의 웃음 섞인 푸념이 흘러나왔다. 지난달 크리스마스이브 날 새벽 1시, 바이크를 탄 친구들 8명은 어쩌다 보니 북한을 향해 달리고 달렸다. 원래 서울 시내에서 북악스카이웨이를 타고 팔각정에 들러 야경을 본 뒤 내려와 다시 북한산 쪽으로 난 도로를 향해 달리자는 두루뭉술한 계획이 있을 뿐이었다. 북한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싶었는데 몇 번의 좌회전을 거치니 곧 도로 이정표에는 ‘통일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고양·일산·파주 방향이라는 표시가 나왔다. ‘파주… 그 옆에 문산… 개성으로 통하는 육로….’ 재미있는 상상은 주행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러다 진짜로 북한 코앞까지 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번졌다. 무리를 이끌고 선두에서 달리던 ‘묻지마 바이크 주행 가이드’ 친구는 크리스마스를 북한에서 맞이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다행히 추위와 체력의 한계 등을 호소하는 친구들의 제지에 새벽 3시께 각자의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최종 목적지를 모르고 떠난 ‘묻지마 밤바리’는 이렇게 끝났다.

밤.바.리! 친구들이 찬양해 마지않던 밤 나들이를 바이크를 본격적으로 탄 지 한달 만에야 실행에 옮겼다. ‘밤바리’는 라이더들이 쓰는 용어인데, 밤에 바이크를 타고 나들이 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 어원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바리’의 뜻 중에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이 있다. 오늘날에 와서 경운기나 오토바이에 잔뜩 실은 짐 역시 ‘바리’라 일컫기도 하는데, 아마 여기에서 유래한 것 아니냐는 추측 정도만 있을 뿐이다.

‘밤바리’라 이름짓고 떠난 서울 시내 및 근교 라이딩은 또다른 묘미가 있더랬다. 묻지마 밤바리 전날 난생처음으로 팔각정을 반환점으로 하는 밤바리를 감행했다. 북악산 위 팔각정 아래 풍경은 자동차로 가던 때와 당연히 다르지 않다. 한강도 제자리에, 남산도 제자리에, 동대문의 쇼핑센터들도 제자리에…, 모두들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달라질 리 없는 풍경이다. 다만, 시속 30~40㎞의 속도를 내는 바이크로 살살(시속 40㎞가 제한속도다) 즈려밟고 오르내린 북악스카이웨이 아래의 풍경을 마주한 느낌은 크게 다르다. 멋진 풍경을 담은 그림을 구경하는 것과 그 그림 속 멋진 풍경 안에 실제로 들어와 있는 것 정도의 차이랄까. 그림 같은 풍경 속에 폭 뛰어든 느낌이다. 밤바리 때 ‘야경’은 ‘보는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야경이 펼쳐진 곳의 공기를 (미세먼지로 괴로울 때도 있지만) 맡고, 바람을 (추위로 괴로울 때도 있지만) 맞는다. 도로 아래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서 새어나오는 빛들은 하늘 위 별만큼이나 예쁘다. 땅 위의 별무리 사이를 가르며 달리는 즐거움에 짜릿하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묻지마 밤바리’ 가이드는 조금 더 내달리지 못해 아쉬웠던지 “조금 더 달리면 기가 막힌 국도가 있는데…”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느라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던 중에도 그 ‘기가 막힌 길’이 너무 궁금했다. 몸을 녹이려 들렀다가 그날 밤바리의 반환점이 된 편의점 사장님의 한마디는 호기심에 불을 질렀다. 왕년에 바이크 좀 타셨다는 사장님은 “조금만 더 가면 길이 차~암 괜찮은데. 나 ‘오도바이’ 탈 적엔 그쪽으로 새 차 엔진 길들이기 한다고 왔다 갔다 했지”라고 말씀하셨다. 결국 체력의 한계에 굴복했지만, 그 길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아마 ‘바이크로 가보지 못한 모든 길이 궁금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당장엔 좀더 다양한 밤바리 코스를 짜봐야겠다.

바이크에 빠진 M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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