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이크를 탈 것인가?’ 바이크를 타겠다 마음먹고 가장 행복하고 괴로웠던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바이크는 세상에 너무나도 많고 많았다. 바이크에 평소 관심있는 독자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평소 관심없던 독자는 ‘무슨 저렇게 과장을…’ 할 것이다. 바이크에 관심을 가진 직후에는 후자에 가까웠다. 친구들이 이것저것 바이크를 소개해줬지만 ‘아, 멋지군!’ 정도의 반응에 그쳤다. 바이크의 구조나 디자인까지도 크게 따지지 않았다. 그냥 외형이 보기 좋은 바이크, 딱 거기에 반응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바이크의 모든 것은 외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바이크의 ‘모든 것’을 입에 올리기에는 아직 정보나 지식이 너무 적은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실제로 탈 바이크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두 가지 목적에 부합하는 후보군을 찾기로 했다. 첫째, 바이크 초보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바이크. 둘째, 고장이 잘 나지 않을 튼튼한 바이크. 외형은 그다음의 문제였다.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면서 멋진 바이크는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첫째 목적, 바이크 초보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바이크를 우선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바이크의 기어를 바꾸는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 클러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자동차도 클러치를 조작해야 하는 수동기어와 필요 없는 자동기어 변속 방식이 있다. 클러치가 없는 바이크는 그 중간 정도에 속한다. 클러치가 없고, 대신 왼발로 페달을 밟아 기어를 변속한다. 페달을 밟으면 중립-1단-2단-3단-4단-중립으로 기어가 바뀐다. 한 바퀴 돌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런 기어를 ‘로터리 기어’라고 부른다. 클러치가 있는 바이크에 견줘 조작이 훨씬 간단하다. 클러치가 없기에 왼손이 자유로워 ‘로터리 기어’ 방식의 바이크는 배달용으로 많이 쓰인다. ‘로터리 기어’ 방식의 바이크는 친구들도 여럿 타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초보 라이더에 가까웠지만 바이크 조작의 어려움은 크지 않아 보였다.
둘째 목적, 고장이 잘 나지 않을 튼튼한 바이크. 당연하지만 내게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애초 마음에 확 꽂힌 바이크는 오래된, 그것도 아주 오래된 바이크들이었다. 관점에 따라 누군가는 ‘빈티지 올드 바이크’라 일컫고, 누군가는 ‘고물 바이크’라 부를 만한 그런 바이크들. 왜 굳이 그런 바이크가 마음에 들었냐고 묻는다면, 적당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냥 마음에 들었는걸…’이라고 얼버무릴밖에. 마음에 와 박힌 멋진 빈티지 올드 바이크는 잠시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바이크 조작도 초보인 마당에 이것저것 손을 보면서 탈 수밖에 없는 올드 바이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바이크 비상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기에 새 바이크를 사기로 결정했다.
이 두 목적을 충족하는 바이크 후보군은 ‘배달용 바이크’로 알려진 바이크군이었다. 게다가 마침, 운명적으로 바이크를 고르는 그 시점에 로터리 기어 방식에 외형까지 너무 멋진 바이크가 수입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이크의 사진을 보고 나서는 올드 바이크에 대한 미련도 잠시 접을 수 있겠다 싶었다. 도심, 교외 가릴 것 없이 타기 좋고, 타이어만 제대로 끼우면 산길도 다닐 수 있는 바이크! 그렇게 나의 첫 바이크(사진)는 결정됐다.
이제 고민은 끝났겠다고? 전혀 아니다. 바이크를 타면 탈수록 고민이 된다. ‘이제 다음에는 어떤 바이크를 탈 것인가?’ 첫 바이크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능은 훌륭하고, 거리에서 칭찬도 많이 받을 만큼 외형도 멋지다. 다만, 타고 싶은 다른 바이크가 많을 뿐이다. 아름답고 멋진 바이크가 이 세상에는 지나치게 많을 뿐이다.
바이크에 빠진 M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