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즈음의 일이다. 바이크를 타고 부천역 앞으로 향했다. 전날 잠드는 데 고생을 했다. 설레어서.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침착하려 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바이크를 타는 인생에 언젠가 변곡점이 찾아올 거라 생각했지만, 너무 빨리 찾아온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도 살짝 들었다. 그날 누군가가 팔려고 내놓은 바이크를 만나러 갔던 것이다. 가와사키라는 브랜드의 ‘에스트렐라’라는 모델이었다. ‘에스트렐라’(에스트레야·Estrella)는 스페인어로 ‘별’이라는 뜻을 가졌다.
첫 바이크, 혼다 ‘크로스커브’를 만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울 도심은 말할 것도 없고 근교까지 씽씽 잘 달렸더랬다. 바이크의 심장인 엔진은 튼튼하기 그지없다. 110㏄의 배기량은 초보 바이크 라이더에게 충분한 힘과 속도를 경험하게 해줬다. 첫 바이크엔 미안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눈은 다른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시선이 자꾸 오래된 바이크를 향했다. 오래된 바이크, 바이크 마니아들은 ‘올드 바이크’라 부른다. 세상에 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어도 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멋짐’을 간직한 바이크들이다. ‘빈티지’라는 말이 붙으면 뭔가 괜히 더 멋져 보이는 시대인데, 그 ‘빈티지’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관점에 따라선 ‘고물 바이크’라 여겨질 만한 그런 바이크지만, 그래서 더 멋진 바이크들이 세상에는 아주 많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심정으로는 ‘차라리 몰랐으면’ 싶을 정도로 괴롭다. 그 이유는 갖기도 어렵고, 가졌다 한들 바이크 상태를 유지하며 잘 타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올드 바이크 중에서도 250~400㏄ 정도의 배기량인 클래식 바이크에 꽂혔다. 클래식 바이크 중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옛 디자인 등을 재현해 내놓은 모델들이 꽤 있다. 그래서 클래식 바이크라고 해도 ‘올드’하지는 않은 바이크들도 있기에 ‘올드 바이크=클래식 바이크’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올드 바이크를 향한 목마름은 원래 바이크를 처음 타기로 한 때부터 느꼈었다. 다만 바이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올드 바이크를 고집하는 건 무리다 싶어 접어뒀지만, 그 목마름은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멋진 올드 바이크를 보면 한숨부터 나왔다.
그러던 차였다. 부천역 앞으로 갔다. 그리고 실은… 그 전엔 경상도의 작은 도시에도 갔다. 그곳에서 올드 바이크를 사기로 한 친구가 있는 김에 다른 친구들 여럿과 함께 나섰다. 그 바이크숍에 머물렀던 시간은 30분 정도였을까? 그 짧은 시간에 사고는 나고야 말았던 것이다. 녹이 곳곳에 비치는 아주아주 오래된, 자그마치 1969년에 태어나‘신’ 바이크가 그곳에 있었다. 외관이 ‘딱’ 마음에 들어 그냥 무심결에 ‘착’ 앉아보았다. 그 순간을 ‘사고’라고 표현할밖에. 정신을 못 차렸다. 엔진 소리를 들은 것도 아니고, 달려본 것도 아닌데, 마음에 들어버렸다. 여러 친구들의 만류에 그만두었지만 그날 그 사고 이후 ‘올드 바이크 앓이’는 증세가 심해졌다. 그 뒤로 진정을 못 하고 부천역까지 달려갔지만 에스트렐라의 너무 깔끔한 모양새(2000년대 중반 출고된, 올드하다기엔 많이 젊은 바이크였다)에 오히려 마음을 접고 돌아섰다.
올드 바이크를 갖고 싶은 이 마음은 뭘까? 스스로 묻는다. 아마 정말 잘 맞는 ‘친구’를 찾고 싶은 게 아닐까. 첫 바이크는 너~무 깔끔하고, 틈 없는 친구다. 세상살이의 퍽퍽함은 아직 모르는 게 분명한 3개월령의 바이크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언젠가는 만나고야 말 올드 바이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시동은 잘 안 걸리고, 길 가다 중간에 퍼지고, 틈과 녹이 듬성듬성 보여도 ‘애쓰고 있어, 나도 애써볼게!’라며 쓰윽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응원을 해주고 싶은 바이크를. 그런 바이크 친구를 어서 만나고 싶다.
바이크에 빠진 M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