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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집안 분위기 바꾸는 나만의 조명을

등록 2016-03-30 20:43수정 2016-03-31 14:20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봄맞이 집단장
적은 비용으로 큰 인테리어 효과 낼 수 있는 벽부등 만들기
블로거들이 올린 ‘온라인 집들이’ 포스팅을 보면서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살랑대는 봄바람처럼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지만 거창하게 공사를 할 엄두가 안 난다면 조명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조명발’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조명은 적은 비용으로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인테리어 요소다.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전승환 실내건축’의 전승환 대표에게 도움을 얻어 벽부등(벽에 붙이는 조명)을 만들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지 않았다. 그가 알려주는 순서대로 차근차근 따라하다 보면, 제아무리 손재주 없는 ‘곰손’이라도 2시간 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넘나 예쁜 조명’을 가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재료비는 단돈 1만원이면 충분하다.

①

우선 바닥이 평평한 투명 아크릴 그릇이 필요하다. 전등갓으로 쓸 건데,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맞는 그릇을 준비하면 된다. 지름 26㎜짜리 소켓에, 4W(와트) 엘이디(LED) 전구가 필요하다. 전 대표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소켓의 지름은 26㎜와 14㎜인데, 26㎜가 더 안정적이고 구하기 쉽다. 전구는 엘이디가 다른 것보다 안전하고 수명이 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플러그, 중간 스위치, 전선, 까치발(선반받침대), 전동드릴 또는 송곳, 니퍼 또는 가위, 십자드라이버, 글루건 또는 본드, 종이와 연필을 준비한다.①

벽부등에도 오만가지 디자인이 있다. 어떤 모양의 전등을 만들지 생각한 뒤 종이에 연필로 도면을 그리는 게 내 손으로 조명 만들기의 첫 단계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구현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에, 추상적인 생각을 시각화해두는 것이다.

제아무리 손재주 없는 ‘곰손’도
2시간이면 하나밖에 없는 조명 뚝딱
스위치 켜니 따스한 빛 쏟아진다
이 맛에 셀프 인테리어 하나 보다

②

다음은 전동드릴로 아크릴 그릇 바닥의 한가운데에 전선이 통과할 구멍을 뚫을 차례다.②처음 들어보는 전동드릴이 제법 묵직했다.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을지 긴장도 됐다. 눈치를 챘는지, 전 대표가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한번에 구멍을 뚫으려 하지 말고, 조금씩 여러 차례에 나눠서 뚫으면 됩니다. 전동드릴 속도는 천천히 하세요. 안 그러면 그릇이 드릴과 같이 돌 수 있어요.” 처음 서너번은 1~2초씩, 극도로 소심하게 전동드릴의 작동 스위치를 눌렀는데, “좀더 길게 눌러도 된다”는 전 대표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4~5초씩은 누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몇 차례 반복하니 마침내 구멍이 났다. 전동드릴을 구멍에 끼운 채 위아래로 몇 차례 움직여, 구멍난 부분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집에 전동드릴이 없으면 송곳이나 십자드라이버 등의 끝을 불에 달궈 써도 된다고 한다.

그 구멍으로 전선을 밀어넣었다. 그릇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넣으면 된다. 어떤 전선도 괜찮은데, 이날은 스피커용 전선을 이용했다. 시커먼 색이 아니라 반투명한 흰색이어서 보기에 더 나았다. “스피커선은 배선용 전선이 아니라서 엘이디 전구처럼 전력이 낮은 경우에만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된다”는 전 대표의 설명이 뒤따랐다. 이제 그릇 안쪽으로 넣은 전선의 끝 쪽을 두 가닥으로 나누고, 각각의 피복을 2~3㎝ 벗겨야 한다. 피복 안쪽의 구리선이 같이 잘려나가지 않도록 우선 전선을 돌려가며 니퍼나 가위로 피복을 조금씩 살살 잘라낸다. 그런 뒤 니퍼 등으로 잘린 부분을 잡고 당기면 되는데, 생각만큼 잘 빠지지가 않았다. 전 대표가 “이거 정말 ‘깨알팁’인데, 전선을 잡은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이 부분(니퍼나 가위의 날)을 세게 밀면 피복이 쉽게 벗겨져요” 하며 웃었다. 곧장 따라해봤더니, 정말 그랬다.

③
④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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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복을 벗겨낸 구리선은 일단 아랫부분을 두 바퀴 돌려 꼰 다음, 나머지 부분을 두 갈래로 나눠 다시 각각 끝까지 꼬았다.③전선 하나를 두 가닥으로 나눴고, 이 두 가닥을 다시 각각 두 가닥으로 나눠 꼬아놓으니 전선 하나에 브이(V)자 모양의 구리선 두 개가 달린 모양이 됐다. 소켓의 볼트 두 개를 빼내, 브이자 모양의 구리선 사이에 각각 하나씩 넣은 뒤 구리선으로 볼트 대가리 바로 아래쪽을 감아 단단히 고정했다.④전 대표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건 엄청 중요한 단계예요. 각각의 전선 가닥에서 나온 구리선이 한두 가닥이라도 엉키면 전등을 켤 때 합선이 되거나 감전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서로 엉키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정확히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지 다시 확인한 뒤, 남은 구리선을 니퍼로 잘라내고, 볼트를 소켓에 다시 끼워넣었다.⑤그런 다음엔 등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그릇 한가운데에 소켓을 붙일 자리를 사인펜으로 정확히 표시했다.⑥그릇의 바닥 쪽에 글루건을 바르고 소켓을 눌러 고정시킨 다음 전구를 끼웠다.

⑦
⑧

이젠 전등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플러그를 달아야 한다. 소켓을 연결하지 않은 쪽의 전선 끝을 역시 두 가닥으로 나누고 피복을 벗겨냈다. 그리고 노출된 구리선을 각각 꼬았다. 한번 해본 과정이어서 그런지 속도가 빨라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플러그를 분해해보니, 돼지코처럼 생긴 어댑터에 볼트 두 개가 고정돼 있었다. 이 볼트를 푼 뒤, 꼬아둔 구리선의 끝을 접어 각각의 구멍에 하나씩 넣었다. 전기가 통하는 구리선이 플러그 바깥으로 나오면 위험하기 때문에, 피복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밀어넣을 수 있도록 끝을 접은 것이다.⑦볼트를 조여 어댑터에 전선을 단단히 고정하고, 전선을 가지런히 정리해 플러그를 재조립했다.⑧실수 없이 잘한 걸까?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았더니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⑨

여기까지만 하고 끝내도 되지만, 좀더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중간 스위치를 달아주는 게 좋다. 조명을 설치할 위치를 고려해 스위치 달 곳을 정하고, 그 지점의 전선을 잘랐다. 잘라낸 전선은 소켓에 전선을 연결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구리선을 꼬아, 분해한 스위치의 볼트에 고정했다. 볼트를 다시 끼워넣고⑨스위치 덮개도 다시 덮어 재조립했다. 제법 그럴듯한 조명 하나가 내 손으로 완성된 거다.

⑩

전 대표가 글루건을 이용해 기둥 한쪽에 까치발을 붙이고, 여기에 조명을 고정해줬다. 다시 플러그를 꽂고 스위치를 누르니, 세상 둘도 없는 따스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⑩뿌듯했다. 이 맛에 셀프 인테리어를 하나 보다 싶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임민영 메종케이 실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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