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바이크 라이더와 그 적들

등록 2016-05-11 20:13수정 2016-05-12 14:48

사진 MOLA 제공
사진 MOLA 제공
[매거진 esc] 그럼에도 바이크
“어, 어엇!”

자동차가 거의 30㎝ 옆에 바짝 붙어 스쳐갔다. 꼭 붙잡고 있던 바이크 핸들은 순간 휘청였다. 바이크를 앞지른 자동차는 멀리 사라져버렸다. 심장과 몸 전체가 쿵쾅댔다. 바이크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멈춰서 긴 한숨을 내뱉고는 ‘살았구나, 죽지 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1주일 전 친구와 함께 전주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 겪은 일이다. 그 일을 떠올리자마자 몸과 마음은 그때 당시로 돌아간 듯 다시 떨린다.

당시 달렸던 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80㎞였다. 편도 2차선 도로의 하위 차선인 2차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바로 앞에 트럭 2대가 느린 속도로 주행 중이어서 추월을 시도했다. 1차선으로 옮겨 달리자, 친구 뒤에 있던 자동차 운전자가 바짝 붙었다. 친구 뒤의 자동차가 바이크에 닿을 듯이 달리자, 트럭을 추월하자마자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했다. 그러고 나서 친구 뒤에 바짝 붙었던 자동차가 나를 칠 듯이 2차선으로 옮겨오면서 추월을 한 것이다.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바이크 운전자들을 향한 보복성 위협운전. 그러나 이 정도 충격을 줄지 몰랐다. 뒤에서 지켜본 친구는 “괜찮아요? 정말 치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추월하는 자동차를 확인하는 짧은 순간,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치이겠구나!’

바이크를 함께 타는 여러 친구들은 자신들이 도로 위에서 겪은 보복·위협운전의 상황을 자주 공유하곤 한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갑자기 차선 변경을 하는 자동차, 신호대기를 하다 출발하면 흐름에 맞게 가고 있는데도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 편도 4차선에서 하위 차선으로 달리는 중에도 비키라며 뒤에서 상향등을 깜박거리는 자동차. 도로 위에서 위협운전과 보복운전은 바이크 라이더들에게 일상이다.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데, 자동차 빼고는 모두 도로 위의 방해꾼이라는 생각을 갖고 사는 운전자들이 너무 많다.

도로는 자동차 운전자의 전유물이 당연히 아니다. 자동차, 바이크, 자전거가 함께 달릴 수 있고, 달려야 하는 길이다. 각자가 도로 위에서 법과 상식, 예의를 지킨다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다. 최대한 그 모든 사항을 지키려 노력했고, 그랬기에 이제까지 사고 없이 안전한 바이크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당신은 운이 좋았던 거예요.” 그렇다. 아무리 안전운전, 방어운전을 하면서 라이딩을 한다고 해도 갑자기 도로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무법자들을 미리 가려낼 도리는 없다.

눈앞에 등장한 무법자들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쉽지 않은 길이다. 여러 사건과 마찬가지로, 보복·위협운전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법적인 구제를 받기 위해 본인이 증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가해자들은 모르쇠로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변명하곤 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신고조차 어렵다. 실제로 1주일 전 도로 위에서 보복·위협운전을 네 번이나 겪었지만, 실제로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은 1건뿐이었다. 다행스럽게 바이크에 블랙박스를 달아 그 1건의 위협운전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영상마저 없었더라면 신고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자동차 운전자들이 바이크·자전거 라이더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일 리 없다는 걸 안다. 도로에 대해 위험한 ‘주인의식’을 가진 자동차 운전자들이 문제다. ‘내 자동차가 쌩쌩 달려야 할 내 도로에 거치적거리는 것들은 뭐야?!’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 문제를 가만히 두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망설이지 않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 도로 위에서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 바이크 라이딩을 하고 싶다. 간절한 소망이다. 아주 오래 바이크를 타고 싶다.

바이크에 빠진 MOLA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