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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면허, 넌 내게 굴욕감을 줬어

등록 2016-06-08 19:36수정 2016-06-09 10:59

2종 소형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3번 불합격한 기록. 10번 치르면 합격할 수 있을까? MOLA 제공
2종 소형운전면허 기능시험에서 3번 불합격한 기록. 10번 치르면 합격할 수 있을까? MOLA 제공
[매거진 esc] 그럼에도 바이크
좀 재수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시험에 떨어져 본 적이 거의 없다.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 최대한 시간과 노력 등을 투자했고 거기에 운도 많이 따랐다. ‘초딩’ 시절부터 입사시험까지 낙방의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낙방의 괴로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자그마치 3번 떨어진 시험이 있다. 앞으로 몇번이나 더 떨어질지 모른다. 10번은 치러야 붙을는지, 실은 그것조차 자신이 없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고 해서 과연 붙을까 싶어서 지레 뒷걸음질 치게 된다. 2종 소형 운전면허 기능시험 이야기다.

나는 1종 보통 운전면허를 갖고 있다. 이 면허로는 배기량 125㏄ 미만의 바이크만 탈 수 있다. 125㏄ 이상의 바이크를 타려면 2종 소형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내 바이크는 모두 125㏄ 미만이지만, 2종 소형 운전면허가 필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2종 소형 운전면허가 있으면 그 면허가 인정되는 일부 다른 국가에서 바이크를 탈 수 있다. 올해 초 다른 나라에 가서 스쿠터를 빌려 타고 싶었지만, 2종 소형 운전면허 취득 사실이 적힌 국제면허증이 없어서 포기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여건이 된다면 바이크를 타고 싶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125㏄ 이상의 바이크를 탈 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해 놓자고 마음먹었다.

바이크를 함께 타는 친구 여럿은 2종 소형 운전면허를 땄다. 필기와 기능으로 이뤄진 이 시험에 단번에 붙은 친구만 3명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은 만점인 100점으로 기능시험을 통과했다. 2종 소형 운전면허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더욱 커져갔다. 나도 ‘2소 클럽’에 가입하고 싶었다. 마침 2소 클럽 미가입 친구들 여럿이 함께 운전면허시험장에 가기로 했다. 준비는 미흡했지만, 경험이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덜컥 함께 응시했다.

20여명의 응시생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응시생들의 기능시험 과정을 지켜본다. 1번 응시생이 출발했다. 5초나 지났을까? “탈선입니다. 탈선입니다. 불합격입니다”라는 방송이 기능시험장 안에 울려 퍼졌다. 순간적으로 키득거렸다. 너무 빨리 떨어진 거 아니야? 큭큭. 그러나 1번 응시생뿐 아니었다. 20여명의 응시생 대부분이 광탈(광속 탈락) 응시생이었다. 키득거렸던 나는 말할 것도 없다. 한 친구는 3번째 2종 소형 기능시험이었지만, 그 역시 떨어졌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운전면허시험장에서 교육을 받고 응시하면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 사설 운전면허시험장은 10시간 동안 기능시험 연습을 한 뒤 연습장에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친구가 연습하는 걸 따라가 본 적이 있다. 5분도 안 돼서 돌 수 있는 기능시험 코스를 내내 쳇바퀴처럼 돌아야 한다. 너무 지루해 보였다. 학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시험을 보면서 배우자!’라고 결정했다. 여러 번 시험을 보다 보면 합격 가능성도 높아질 거라고 믿었다. 실제로 3번 낙방했던 친구는 5번째 기능시험에서 합격했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로 두 번 더 시험장에 갔다. 높아지는 건 불안감이요 낮아지는 건 합격 가능성. 첫 시험에서는 2초 만에, 두 번째 시험에서 5초 만에, 세 번째 시험에서는 7초 만에 떨어졌다. 기능시험 코스에 머무르는 시간은 조금, 아주 조금 길어졌지만 결과는 똑같다. “불합격입니다”라는 시험장 내 방송문구가 너무 익숙해졌다.

또 시험을 보러 갈 것이다. 또 떨어질 수도 있다. 응시생 가운데 합격자가 생기면 마치 자기 일인 듯 기쁘다. 마치 동료라도 된 듯이. 2종 소형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경험한 이들의 알 수 없는 연대감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연대감은 이제 그만 느끼고 싶다. 다시 터덜터덜 시험장으로 향한다.

바이크에 빠진 M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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