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CSR부 닛타 유키히로 그룹 수석 부사장. 사진 조혜정 기자
[esc 커버스토리] 윤리적 소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유니클로 CSR부
닛타 유키히로 그룹 수석 부사장
유니클로 CSR부
닛타 유키히로 그룹 수석 부사장
스파(SPA: 기획·생산·유통·판매를 모두 도맡아 하는 업체) 브랜드는 ‘쓰레기 유발자’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보통 스파 브랜드 매장엔 2주 단위로 새로운 디자인의 옷이 걸려 고객을 유혹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상’을 쏟아내는 그들의 전략에 고객은 손쉽게 지갑을 연다. 한두 차례 입고 옷장에 처박아둔 옷 위로 또 새 옷이 쌓여간다. 쌓이고 쌓인 옷이 갈 곳은 기어이 쓰레기통이다.
스파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유니클로는 의미없이 버려질 옷에 온기를 불어넣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2006년부터 유니클로가 진출한 17개국의 고객들로부터 헌옷을 수거해 난민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니, 그 옷으로 욕만 먹지 말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노력의 대표적인 결과물로, 유니클로가 속한 그룹 ‘패스트 리테일링’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담당하는 부서가 주도했다. 지난해 8월까지 약 4천만벌을 수거해 그 가운데 절반가량을 전세계 59곳의 난민 캠프에 전했다. 나머지는 해당 국가의 노숙인 등 소외계층에 전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집중적으로 옷을 기부받는 ‘1천만벌의 도움’ 캠페인을 벌였는데 모두 1037만벌을 모았다. 평소의 3배 이상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닛타 유키히로 그룹 수석 부사장(사진)을 지난 5월16일 르완다의 콩고·부룬디 난민 캠프에서 만났다. 그는 캠페인을 통해 모은 의류 가운데 54만벌을 전달하려 난민 캠프를 찾았다. 사회적 책임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2005년부터 12년째 이 일을 맡고 있다는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직원, 고객, 시민사회, 환경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이해관계자”라며 “지금은 기업이 경제적인 가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가치를 어떻게 만들고 확대하고 재생산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시기다. 우리는 (옷을 만드는 기업이므로) 옷을 다시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난민 의류 지원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2001년에 ‘후리스(플리스 소재로 만든 유니클로 제품) 리사이클’ 캠페인을 시작해, 수거한 후리스를 화력발전에 쓰이도록 했다. 2006년부터는 ‘전 상품 리사이클’ 프로그램을 시작해 유니클로의 모든 헌 옷을 기부받았는데, 수거한 옷의 90%가 깨끗하고 사용 가능한 상태였다. 그걸 태워 없애지 말고, 실제로 옷이 필요한 곳에서 쓸 수 있도록 찾아봤다. 대부분의 국제단체나 기구에선 옷보다 돈, 식량, 물, 약이 더 필요하다고 했는데 유엔난민기구에서 옷이 필요하다고 해, 2007년부터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의류 지원을 하게 됐다.”
- 난민 캠프엔 몇 차례나 방문했나?
“네팔, 타이, 조지아(그루지야), 카자흐스탄, 에티오피아 등 10차례가 넘는다. 난민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서, 지난해 난민 수가 6천만명을 넘었다. 옷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옷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 난민 지원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난민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립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난민이 꿈과 희망을 생각하고, 취업·자립할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유엔난민기구의 난민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올여름부터 3년 동안 1천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하고 일할 수 있다면 그 사람과 가족들의 인생이 바뀔 수 있을 거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자신만의 정의가 있나?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수치로 측정하거나 검증하기는 힘들지만 매우 중요하다. 가령, 직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할 수 있다면 그 의미가 얼마나 큰가. 중장기적으로 보면 이들은 우리의 고객도 될 수 있다. 난민은 사회공동체가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는 증거인데, 그 사회와 사람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건 기업으로서 당연하다. 세계가 평화롭지 않으면 기업도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기업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 국가의 법률을 지키는 것처럼, 사회가 기업을 바라보는 엄격한 시선을 만족시켜야 한다. 세금을 납부하고 부를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권, 환경, 고용조건, 노동환경 등에서 혁신해야 하고, 사회공헌 활동과 투명성 확보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키갈리/글·사진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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