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캠핑에 필요한 짐들이 실린 바이크들. 싣고 또 실어도 다시 실어야 할 짐이 생기곤 한다. MOLA 제공
캠핑은 힘들다. 캠핑 열풍 시대, 온갖 예찬이 넘쳐나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캠핑은 아주 불편하다.”
사계절 가운데 캠핑하기 좋은 때는 봄과 가을 정도. 그것도 진짜 봄, 진짜 가을이 왔을 때만 ‘쾌적한 캠핑’이 가능하다. 더위·추위와 싸워야 하고, 온갖 벌레를 물리쳐야 한다. 제대로 각 잡혀 완성된 텐트 이미지를 보면, 편안하고 낭만적인 밤을 상상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에어매트와 침낭을 갖춘 그나마 푹신한 잠자리도 조금만 뒤척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 잠을 설치곤 한다.
바이크에 짐을 싣고 떠나는 모토캠핑은 자동차를 이용한 오토캠핑에 견줘 더욱 불편하다. 맨몸으로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떠나는 이들의 고생에 견줄 바 아니지만, 비교하자면 그렇다. 자동차 트렁크가 그렇게 넓은 공간인지 모토캠핑을 떠나기 전에 실감하지 못했다. 최소한의 장비를 싣는 데도 골머리를 앓는다. 이리저리 공간을 만들어 도무지 실릴 것 같지 않은 짐들을 겨우 다 싣고 돌아서면, 꼭 하나가 남아 있다. 결국 이고 지고 떠나게 된다.
그럼에도 모토캠핑이다. 자동차보다 주차 공간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그냥 멈춰 서면 된다. 차가 다닐 수 없는 작은 길로 방향을 틀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경치에 웃다 문득 떠올린다. 그래, 이래서 모토캠핑이지. 지난봄 날씨가 풀리자마자 많은 라이더가 모토캠핑을 떠났고, 그 여행기를 온라인 공간에 속속 올렸다. 엉덩이가 들썩이는 기분이다.
지난 초겨울에 한 번, 올해 봄에 한 번 모토캠핑을 경험했다. 앞서 말한 불편함은 기본값이다. 피할 수 없는 추위와 더위(봄이지만 매우 더운 날씨였다), 쉽게 잠들 수 없는 환경, 갑작스레 쏟아지는 비를 경험했다. 다녀와서는 며칠 녹초가 된 채로 지냈다. 그러다 다시 여러 장면이 불편했던 순간 위로 펼쳐진다. 캠핑에서 제일 중요한 돼지고기를 급히 사러 가느라 달렸던 길 위에 펼쳐진 맑고 반짝이는 별들, 동이 터오기 시작한 때 임도를 오르며 들었던 개울물 소리,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가던 친구들과의 바이크 수다. 잠깐의 라이딩이 줄 수 없는 모토캠핑의 즐거움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장마라 비까지 내리는데, 모토캠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지우 작가의 웹툰 <100㏄> 탓이다. 덕이라고 해야 하나? 이 작가는 2014년 영화배우 김꽃비와 떠난 전국여행기를 소재로 한 바이크 웹툰을 올레마켓웹툰에 연재 중이다. 엄청난 바이크 마니아인 이 작가의 지난 작품 <로딩>이 바이크를 타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는데, 이제 쉬지 않고 모토캠핑을 하라고 하라고 재촉하는 웹툰이 등장한 것이다. 라이딩을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여정 내내 이어진다. 웃지 못할 아찔한 순간들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작가과 김 배우가 여정 내내 찍은 영상도 웹툰과 함께 올라오곤 한다. 웹툰은 “떠나세요!”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왜 떠나지 않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크를 탈 이유가 없었지만 타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모토캠핑 역시 개인의 경험과 주관적인 감상에서 비롯한 것일 뿐 꼭 해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그래서 좋다. 아무 이유 없고,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이 주는 행복감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좋을 뿐이다. 일상의 빈틈을 비집고 나오는 작은 행복은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