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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이 되고 싶습니다

등록 2016-07-28 09:30수정 2016-07-28 09:34

[렛츠 esc]
“손님은 피부가 하얘서 어떤 색이든 잘 받아요.”

믿었습니다. 옷가게 점원이 직업윤리를 발휘해 날린 ‘선심성 발언’을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무채색도 총천연색도 예쁘게 소화하는 줄 알았습니다. 착각이 무너진 건 십수년 전 언젠가 ‘오렌지색 입술’이 유행할 때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화장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싱그럽기 짝이 없던 이나영이 오렌지색 립스틱을 바르고 찍은 광고를 보곤 그만 꽂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립스틱을 사 처음 바른 순간 아, 그건 정말 ‘재난’이었습니다. 거울 속에선 말 그대로 입술만 동동 떠다니고 있더군요. 이나영처럼 생기지 못한 제 자신을 탓하며, 화장지를 뽑아 입술을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게 이번 커버스토리로 다룬 ‘퍼스널 컬러’ 때문이란 걸 알게 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죠.

사람마다 어울리는 색이 제각기 다르다는 건 참 재밌는 일입니다. 키도, 체형도, 머리카락 굵기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이 세상에 다양성과 개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처럼, 퍼스널 컬러도 단조로운 세상에 생기를 부여하는 재미난 특징이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왜 ‘우월한 유전자’는 남의 것이고, 나는 이 모양인가 하는 억울함은 남습니다!)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될 수 없는 물의 색. 조혜정 기자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될 수 없는 물의 색. 조혜정 기자
생각해보면 퍼스널 컬러가 꼭 시각적인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화는 녹색, 희망은 노랑, 자유는 파랑, 정열은 빨강, 이렇게 어떤 이미지를 색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성격과 됨됨이도 색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동효 여행작가가 국내 최초로 소개한, 자유와 평등, 반자본을 추구하는 히피들의 모임 이름이 ‘무지개 가족’인 이유도 아마 그런 거겠죠. ESC팀 기자들은 저한테 이런 색입니다. 점잖은데 재밌는 이병학 선임기자는 골드브라운, 열정과 일 욕심으로 똘똘 뭉친 박미향 기자는 진빨강,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이정국 기자는 레몬색, 트렌디하면서도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강나연 객원기자는 보라색. 여러분들은 어떤 색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는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될 수 없는 물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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