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포복절도 재미로 다시 오겠습니다

등록 2017-05-17 19:46수정 2017-05-17 19:54

[ESC 10돌 기념호] Let's ESC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음식업계도 한 단계 그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이가 있습니다. 페란 아드리아가 그런 이죠. 그는 ‘분자요리’(조리와 과학을 접목)를 전세계 요리사들 주방에 퍼뜨렸고, 요리사를 미묘한 맛의 창조자로 인식시켰습니다. 오귀스트 에스코피에(1846~1935)가 20세기 서양요리의 체계를 잡았다면 21세기 식탁의 발전은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리브즙을 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뚜껑을 열면 밀림의 향이 피어오르는 그의 요리를 그저 가진 자들의 혀의 욕망을 채워주는 것이라 폄하하는 이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스페인 마드리드 출장길에 우연히 그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헐렁한 옷차림에 신호등을 기다리는 그의 옆모습에서 6개월 숙성시킨 하몬 이베리코의 소금 향이 났습니다. 더구나 그의 레스토랑 ‘엘 불리’의 실험을 다룬 다큐멘터리 <엘 불리: 요리는 진행 중>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죠.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6개월 전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인데 왜 문을 닫고 재단을 만들었는지요?” 지금 그는 음식과학연구소를 차려 지구의 거의 모든 맛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간장, 된장도 그 목록에 들어가 있습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물음표를 던지려는데 한 모금 빤 시가의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ESC는 10돌 기념호를 내고 잠시 문을 닫습니다. 새 시즌을 위한 밑작업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맞습니다. 그를 끌어들인 건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수십 킬로 떨어져 있는, 낯선 페란 아드리아를 등장시킨 것은 ESC의 한 달여간의 공백이 그의 혁신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 재밌고, 더 황당한 콘텐츠로 사랑하는 독자님들의 식탁에 웃음을 주기 위해서 밤새 혁신을 고민하겠습니다. 10돌을 지나 20돌이 되는 그날까지 독자님들의 응원에 기대어 달리고 달리겠습니다.

박미향 ESC 팀장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