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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꽤 멋지고 지적인 친구

등록 2016-09-08 09:21수정 2016-09-08 09:26

책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한 권의 시집과 따스한 차 한잔이 당신을 기다린다.
책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한 권의 시집과 따스한 차 한잔이 당신을 기다린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20~30대 사이에서 부는 ‘시 열풍’…“시인과 독자의 소통이 동력”
시인 박준은 지난 4일 <문화방송>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녹화에 참여해 김구라에게 시를 가르쳤다. 오는 10일 방송될 예정이다.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tvN)의 <비밀독서단>에서 배우 예지원이 그의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그의 첫 시집은 6만5000권이 팔렸다. 오은이 지난달 낸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의 낭독회 입장권은 한 장에 1만5000원인데도 3시간 만에 마감됐다. 그와 황인찬 등의 시인들은 <바자>, <보그> 같은 유명 패션잡지의 화보도 찍었다. 지난달 31일 시인 신용목의 산문집 낭독회가 열린 서울 카페 파스텔은 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20~30대로 가득 찼다.

유명 연예인도 아닌데 낭독회 표가 매진되고 잡지 화보를 찍는다. 이는 한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시가 화려하게 귀환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교보문고 쪽은, 올해 시집 판매가 전년도(1~8월) 대비 36.4%나 늘었다고 한다.

시가 부활 조짐을 보인 것은 3년 전부터다. 시인 오은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2013년), 황인찬의 <구관조 씻기기>(2012년)와 <희지의 세계>(2015년)가 출간 몇 달 만에 1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하상욱의 <서울시>(2013년)는 15만부 이상 판매됐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동주>는 이런 시 열풍의 기폭제가 됐다. 흑백 영상을 타고 흐르는 시는, 칼에 베인 것처럼 아픈 윤동주의 삶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배우 강하늘이 낮은 목소리로 읊는 그의 시는 강퍅한 현실을 사는 이들을 위로했다. 그 덕분에 손익분기점이 60만명인 이 저예산 영화는 개봉 2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었다. 덩달아 윤동주의 초판본을 복간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출간 한 달 만에 15만부 이상 판매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최근의 시 열풍엔 ‘위로’ 말고 다른, 거대한 동력이 있다. ‘소통’이다. 그 축은 개성 강한 시인과 그들 또래 독자들이다. 20~30대 젊은 시인들은 대중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자신의 시를 올리고 댓글에는 친구처럼 답을 단다. 이들의 시 쓰기도 이전과는 다르다. 시인 이우성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시 쓰기”라고 말한다.

독자들은 1980~90년대엔 만나기조차 어렵던, 존경의 대상이었던 시인들과 이들이 다르다고 느낀다. 나와 동시대를 사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로 인식한다. 내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주는, 꽤 멋있고 지적인 친구가 생긴 것이다. 독자들은 예쁘게 시를 베껴 쓰고 향기 나는 커피 한 잔도 시집 옆에 두어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생산된 이미지는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진다. 140자 트위터 문장에 익숙한 20~30대에게 시는, 그야말로 최적화된 콘텐츠다. 시인 오은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영향으로 ‘문화 소비’ 형태가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유행하는 패션을 열광적으로 소비하듯 지금 20대는 시를 경쾌하게 즐긴다.

시 평론가 신형철은 “젊은 시인들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나 관계 맺기가 과거와 다르다. 에스엔에스를 통해 자신의 육성을 대중에게 들려줘, 시만 읽으면 생길 수 있는 거리감을 없애버렸다. 독자들과 수평적인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이다. 시와 독자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라고 평가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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