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미팅 행사에서 한 여성이 매칭카드에 마음에 드는 남성의 이름을 적고 있다. 듀오 제공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13년 동안 일하며 4만명의 만남을 주선해온 웨딩컨설턴트 이아무개(42)씨에게 결혼은 뜻밖에 ‘아픈 기억’이다. 그는 ‘돌싱남’이다. 결혼정보업체 베테랑 직원이 이혼 사실을 공개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는 그동안 써온 책에서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전 배우자가 ‘스펙’이 좋았거든요. 저보다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이었죠. 사실 그 점에 끌렸던 것 같아요.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을 했는데 6개월 만에 헤어졌어요. 모든 게 안 맞더라고요. 뒤도 안 돌아보고 깔끔하게 이혼했죠. 반성이 되더라고요. 결혼은 스펙이 아니었어요.”
수많은 커플의 결혼과 이혼을 지켜본 그가 꼽은, 피해야 할 사람 1순위는 과거의 자신처럼 ‘스펙을 밝히는 사람’이다. 그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결혼을 재수가 불가능한 대학 입시처럼 여긴다”고 했다. 경제적 문제부터 자아실현까지 모든 걸 결혼이라는 ‘한방’으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결혼생활은 그런 생각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그다음으로 피해야 할 사람은 ‘만남중독자’다. 결혼정보업체에서 통용되는 말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는 재미에 빠진 사람을 일컫는다. “어떤 고객은 업체가 주선한 단체미팅에만 50번을 나왔어요. 결국 결혼은 했는데 6개월 만에 이혼했어요.” 사람 만나는 재미에 빠지면 한 사람과 살아야 하는 결혼생활에 절대 적응이 힘들다는 얘기다.
급하게 결혼을 서두르는 사람도 피하는 게 좋다. 만나자마자 결혼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무언가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또 스스로도, 나이가 많거나 집안 어른들 강요에 쫓기다 보면 좋은 사람을 볼 ‘선구안’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날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웨딩컨설턴트들은 경험적으로 볼 때 ‘대화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호구조사’ 같은 뻔한 질문보다는 ‘내 얘기’를 조리 있게 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첫 만남에선 개성 있는 자기소개만 해도 꽤 효과가 크다고 하니, ‘누군가’를 찾고 있다면 염두에 두자.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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