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이런 손님, 곤란해요

등록 2017-03-02 08:32수정 2017-03-02 08:51

[ESC] 커버스토리
편의점 ‘진상’ 리스트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극한 알바’다. 편하게 서서 계산만 하는데 뭐가 힘드냐고? 천만의 말씀. 최근 편의점에서 혼밥을 먹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뒷정리할 일이 늘어난데다, 택배 같은 부가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꼭 일이 힘들어서 극한 알바가 된 것은 아니다. 가장 힘든 건 사람이다. 바로 ‘진상 손님’.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대학생 김안수(26)씨와, 직장인 이혜정(28)씨에게 진상 손님의 유형을 들어봤다.

아재들, 매너 탑재 좀!

“야, 말라 한 갑 줘봐.” 말라는 담배 ‘말보로 라이트’의 줄임말이다. 줄여서 부르는 아재들의 특성이다. 반말 뒤엔 꼭 돈을 집어 던진다. 그럴 땐 아르바이트 직원도 담배를 집어 던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그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다. 상냥하진 못하더라도, 사람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

억지스러운 요구를 하는 손님도 진상이다. 이씨의 경험담이다. “제주도에서 파는 한라산 소주를 매일 와서 찾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안 들어온다고 하니깐 ‘왜 안 들어오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좀도둑에 성희롱까지

심각한 상황이지만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몰래 물건을 가져가는 좀도둑도 많지만, 대놓고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 갑자기 들어와 “여기 사장하고 친군데 소주 하나 줘봐”라며 막무가내로 물건을 내놓으라는 식이다. 이들은 대부분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바뀐 지 얼마 안 되는 편의점을 노린다고. 이런 경험이 없는 초보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많이 속는다고 한다.

성희롱도 빈번하다. 물건을 사면서 은근슬쩍 손을 만진다든가, “전화번호가 뭐냐”며 남자들이 치근덕거리는 경험은 여성 아르바이트 직원에겐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어깨나 다리를 주물러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 이씨의 말이다. 이 정도 진상이면 개념 탑재가 아니라 쇠고랑 탑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취했으면 그냥 집에 가세요

취객은 늘 문제다. 밤 12시가 넘어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 열에 아홉은 취객이다. 이들이 주로 찾는 건 숙취해소용 음료와 해장용 컵라면. “한번은 한 아저씨가 비틀거리며 들어왔어요. 숙취해소 음료를 찾기에 안내해줬는데 일행 것까지 산다며 5~6병을 한꺼번에 꺼내다 바닥에 떨어뜨렸어요. 진짜 짜증나죠. 밤에 혼자 일하는데 그거 다 치워야 하잖아요.” 이씨의 말이다.

컵라면 등을 먹고 난 뒤 뒷정리는 늘 하는 일이지만, 취객은 음식을 더 많이 흘린다. 라면 국물을 바닥에 쏟는 일은 허다하다. 치우는 건 전부 아르바이트 직원의 몫이다.

초딩들, 자제 좀

“초딩 한 무리가 오면 완전 쑥대밭이 돼요. 돈이 없으니깐 자잘한 과자 여러 개를 사서 까먹고 가는데 치우는 게 만만치가 않아요.” 김씨에겐 초등학생이 기피 손님이었다. 중·고등학생만 돼도 그렇게 지저분하게 먹지 않는다고 한다. 중고생은 많아야 한두명이 오는데, 초등학생은 한 반의 절반 정도가 떼를 지어 온단다. 그 무리가 들어와 과자를 까서 먹기 시작하면 아르바이트 직원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른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