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중년 여성들이 나잇살을 감추려고 입던 보정속옷이 기능에 편리함까지 갖추면서 수요층이 20대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보디셰이퍼 착용 전후 모습.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홍보대행사 직원인 김민경(27)씨는 보정속옷을 즐겨 입는다. 중요한 모임이나 가족 행사, 미팅·소개팅이 있을 땐 무조건이다. “몸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 안에 입으면 튀어나온 군살을 말끔하게 없애주거든요. 예전처럼 몸을 과도하게 조이지 않아 불편함이 거의 없어요.” 김씨 주변에는 보정속옷을 입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브래지어 대신 보디셰이퍼를 일상 속옷처럼 매일 입는 마니아들이 있다. 최근엔 겨울 동안 찐 살을 감추려고 보디셰이퍼를 구입한 친구들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미나(29)씨는 지난해 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보정속옷을 입었다. “출근 복장으로 비즈니스 정장만 허용된 탓에 에이치(H)라인 스커트를 자주 입어요. 허리와 배, 엉덩이 라인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데, 같은 팀 동료가 보정속옷을 추천했어요.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워낙 많이들 입으니까 지금은 저도 보정속옷 입는다는 걸 일부러 감추진 않아요.”
20대도 즐겨 입어
40~50대 중년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보정속옷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몸매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 고객층이 20~30대까지 내려갔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젊은층 취향에 맞춰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의 제품이 쏟아진다. 최근에는 등과 복부의 군살을 잡아주는 브라와 팬티, 가슴·힙·골반이 빈약한 사람들을 위한 볼륨업 브래지어와 힙 볼륨패드 거들 등도 속속 출시됐다. 보정속옷이 특별한 날만 입는 게 아닌, ‘데일리 아이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김현주 비비안 상품기획팀 대리는 “옷을 얇게 입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서 젊은층도 보정속옷을 많이 찾는다”며 “요즘 나오는 보정속옷은 소재가 얇아지고 디자인과 색상도 다양해 취향에 맞게 골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비안 보정속옷 전문라인의 연간 매출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8%씩 성장했다. 비너스와 에블린 등 속옷 브랜드에서도 보정속옷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0%에 이를 정도로 인기 품목이 됐다. 올봄엔 가슴부터 허리까지 한번에 보정을 해주는 기존의 올인원과 달리 컵과 몸통 부분이 분리된 ‘컵 없는 보디슈트’(no-cup BT)나 브라와 러닝셔츠, 셰이퍼가 합쳐진 ‘노와이어 보디셰이퍼’가 인기다. 씨제이몰, 지에스샵,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보정속옷 방송을 편성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씨제이오쇼핑의 경우 지난해에만 10개 이상 브랜드의 보정속옷을 방송했다. 롯데홈쇼핑은 매년 15%씩 성장하는 보정속옷 매출을 고려해 5월 중에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몸매 강조 분위기, 그루밍족 증가에
보정속옷 시장 꾸준히 확대
처음 입을 땐 한 치수 큰 것 고르고
쉴 때, 잘 때는 벗는 게 좋아
남성들도 ‘눈독’
보정속옷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남성들이 구매자로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그루밍족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3년 전부터 보정속옷을 입기 시작한 공무원시험 준비생 양재원(30)씨는 “복부비만을 가릴 용도로 입기 시작했다”며 “처지는 살을 탄탄하게 잡아주고 옷을 입었을 때 핏이 살아나는 효과가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성훈(가명·29·금융업계)씨는 빈약한 체형을 보완할 목적으로 보정속옷을 입는다. “어깨·가슴에 패드가 들어간 러닝셔츠를 입으면 근육질처럼 변신이 가능하다. 친구들 중에는 힙업 효과가 있는 코르셋을 착용하는 이들도 여럿”이라고 했다.
남성 보정속옷 전문업체인 네오보디의 윤덕준 대표는 “이 시장은 매년 20%씩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네오보디 라인업만 해도 러닝셔츠(보정나시), 거들, 힙업팬티, 웨이스트 셰이퍼 등 25종에 이른다. 20~30대가 주 고객층으로 소개팅, 결혼식, 웨딩 촬영, 면접 등 특별한 날에 대비해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윤 대표는 “경기도 평택에 사는 고객이 소개팅을 앞두고 6만원의 퀵서비스 요금까지 감수하면서 구입한 적도 있었다”며 “뱃살과 가슴살 보정뿐 아니라 허리와 목·어깨 등의 자세 교정 목적으로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잘 고르려면
보정속옷의 종류로는 브래지어, 팬티, 보디셰이퍼, 올인원(보디슈트), 랭주(프랑스어 linge: 여성용 러닝셔츠), 코르셋, 니퍼(복대), 거들 등이 있다. 각각 기능도 다르다. 따라서 보정속옷을 입으려면 유행이나 계절적 특성보다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보정 기능을 갖춘 제품을 택해야 한다.
자신의 치수보다 작은 속옷을 입어 ‘큰 효과’를 보려는 이들이 많은데, 작은 사이즈는 도리어 군살을 더욱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옷맵시를 망친다. 또 원활한 신체 활동을 방해해 건강에도 좋지 않고 불쾌감을 준다. 보정속옷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치수보다 하나 큰 제품을 선택해 몸이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래지어나 보디슈트는 가슴둘레와 컵 사이즈로, 거들은 허리·엉덩이·허벅지 둘레에 따라 결정해야 실패 확률이 적다.
최근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지만,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때는 보정속옷을 벗는 것이 좋다. 출산 직후 빠른 몸매 회복을 위해 임산부들이 보정속옷을 입기도 하는데, 이때는 뼈와 근육이 연약해진 시기여서 피해야 한다. 남성 보정속옷의 경우, 탄성이 큰 대신 길이엔 큰 차이가 없다. 키가 월등히 크더라도 강한 보정력을 원한다면 한 치수 작게, 편안하게 일상복처럼 입을 목적이라면 평소 사이즈로 입는 것이 좋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체형별 유용한 보정속옷
①빈약한 가슴 - 패드 브래지어
와이어와 패드가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볼륨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컵 두께가 두꺼운 브래지어는 전체적으로 가슴이 커 보이게 한다. 가슴 아랫부분에만 패드가 부착된 브래지어는 가슴을 위쪽으로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②옆으로 퍼진 가슴 - 사이드 푸시업 브래지어
사이드 푸시업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겨드랑이로 연결되는 가슴 바깥쪽의 지방을 안쪽으로 모아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와이어 브래지어는 장기간 착용하면 가슴을 더 퍼지게 하므로 피한다.
③큰 가슴 - 풀컵&홑겹 브래지어
일반적인 3/4컵 대신 가슴을 전체적으로 감싸주는 풀컵 브래지어를 권한다. 어깨끈이 넓게 디자인된 브래지어는 볼륨이 큰 가슴을 위쪽으로 잘 올려주고 착용감도 편하다. 패드가 없고 컵이 얇은 몰드나 홑겹 브래지어는 가슴선을 자연스럽게 살려준다.
④처진 가슴 - 세미롱 브래지어
어깨끈이 두껍고 와이어 아래쪽에 별도의 가슴 지지대가 있는 브래지어가 좋다. 세미롱 브래지어는 브래지어 밑단이 2~3㎝ 정도 폭넓게 디자인돼 가슴을 받쳐주므로 처진 가슴에 좋다.
⑤두꺼운 허리 - 웨이스트 니퍼
두꺼운 허리선을 잘록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웨이스트 니퍼가 효과적이다. 허리를 감싸는 띠 형태의 웨이스트 니퍼는 허리 부분에 지지대를 넣어 허리선을 날씬하게 보정해준다. 조끼 형태로 입을 수 있게 디자인된 웨이스트 니퍼는 가슴과 등 쪽의 군살까지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다.
⑥하체비만형 - (하이웨이스트) 거들
허리 아래쪽이 통통한 하체비만족을 위한 처방으로는 거들이 있다. 허리부터 보정이 필요하다면 허리선이 높게 디자인된 하이웨이스트 거들이 적당하다.
⑦볼륨이 없는 밋밋한 엉덩이 - 힙패드 거들
밋밋한 엉덩이가 불만족스럽다면 힙패드 거들을 착용한다. 엉덩이 쪽에 별도의 패드가 들어 있어 힙업 효과가 있다.
⑧전체적인 몸매 보정 - 보디셰이퍼·보디슈트
가슴부터 허리까지 상체의 전체적인 보정을 원할 때는 보디셰이퍼가 적당하다.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상체와 하체를 전체적으로 보정하고 싶다면, 브래지어와 웨이스트 니퍼, 거들을 합쳐놓은 보디슈트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