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겠다. 나는 지금 이 글을 ‘벼락치기’ 하고 있는 중이다. 째깍째깍, 노트북 모니터 아래에 보이는 전자시계 숫자가 달라질 때마다 마음이 쿵쿵거린다. 탁탁탁탁, 식음을 전폐하며 죄 없는 자판기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원인 제공은 내가 했다. 팀장은 내게 마감 재량권을 준 셈이고, 나는 그 마지노선을 어겼다. 팀장은 분명 마감시간에 맞춰 내가 글을 보낼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거다. 오전 10시59분. 팀장에게 온 카톡이 비극의 서막이었다. “악!” 받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주위 시선이 따가워지는 것도 모른 채.
“선배, 헐~은요?” “제가 (쓸) 차례예요?” 정말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으악, 죄송.” 바로 회신을 보냈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바로 보낼게요.” 머리가 하얘졌다. 당장 뭘 써야 하지? 그것보다 폭풍처럼 이어질 팀장의 ‘지적질’ 카톡이 두려웠다. 그는 종종 편지만큼 긴 지적질 카톡을 보내곤 한다. 그런데 웬걸? “넵”, “ㅋㅋㅋ”가 전부다. 출근길에 금덩이라도 주웠나? 그러고 보니, 뭐 나만 잘못한 건가? 어제도 있고 그제도 있었는데, 팀장이 먼저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 아닌가. 하필 지금에 와서야. 팀장도 내 건망증은 익히 알고 있을 텐데.(나도 건망증 때문에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팀장이 선배였다면 이렇게 아쉬운 속마음을 담은 카톡 메시지를 보냈을 거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죄송해요”라고 한 번 더 사죄의 말을 보낸 게 전부다. 나는 팀장이 무섭다. 그는 나보다 후배지만 일에 있어서는 까칠하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다른 선배들한테도 할 말, 지적질, 눈치 안 보고 다 한다.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런 걸 틀리면 어떻게 해요?’ 때론, 좀 재수 없다.
분노의 자판을 두드리고 나니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팀장이 지적질을 안 한 이유가 혹시 따로 있나? 지금 이 순간, 바늘방석이다. 어쩌면 이 글을 받고 난 뒤 맘에 들지 않아 “휴~” 한숨을 내쉴지도.(미안합니다.) 어찌됐건 팀장 덕분에 ESC 지면과 팀워크가 좋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급 훈훈한 마무리.)
글·사진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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