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는 얼굴로 어린이집 등원 길에 나서는 두나. 이기태 제공.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고.’ 나는야 자칭 타칭 ‘사랑 예찬론자’다. 사랑 없이 어찌 살아갈꼬. 한해 두해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사랑’을 향한 충동(?)과 욕망이 희미해지는 것이다. 이성에 무뎌져가는 나와 달리 요즘 일곱살 막내 두나가 지독한 ‘사랑앓이’ 중이다. 벌써 올해 들어서 두나가 좋다고 고백한 남자친구만 네 명이다. 준영, 승유, 서준, 하준까지. 두나가 남자애들한테 인기녀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정반대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 반 남자친구들은 ‘작고 귀여운’ 여자애들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반면 두나는 언니들과 달리 또래 아이들보다 발육 상태가 좋다.
“네가 좋다”는 두나의 고백이 남자애들한테는 부담이었을까. 좋아하는 남자친구한테 고백할 때마다 번번이 차였다. 두살 때부터 어린이집을 함께 다녔던 준영은 “코 파는 것을 봐서 싫다”, 서준은 “작고 귀여운 민아가 좋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날 밤이면 두나는 눈물로 이불을 흠뻑 적시곤 했다. “우리 두나 예뻐. 잘 먹고, 친구들한테 친절하면 더 인기 많아질 거야.” 다독여 보지만 “엄마, 나 이쁘지?”부터 되묻는다. 그렇다. 실연의 상처는 쉽게 씻기지 않는다.
하지만 두나의 얼굴에 요즘 웃음꽃이 피었다. ”넌 나보다 너무 커”라고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하준이가 요즘 두나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사실 덕분이다. “엄마, 하준이가 나 좋대. 나도 좋아.” 벌써부터 사랑 타령이라니?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부쩍 컸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서로의 애정을 확인했다고 해서 둘 사이에 ‘어른 세계’처럼 그 무엇이 있는 건 아니다. 그뿐이다. ‘우정 확인 테스트’쯤이라고 할까. 잘 어울리고, 모두 친하게 지내는 관계에 변화는 없다고 한다.
귀여운 것들. 그래. 사랑에 웃어보고, 울어보는 일은 많이 경험할수록 좋다. 남에게 폐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경험을 통해 더욱 성숙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해서 사랑에 미쳐 네 인생을 포기해선 안 된다. 엄마 걱정한다~. 두나야, 울지마. 이젠 웃으렴. 노랫말처럼 ‘사랑은 다시 또 온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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