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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의 나비효과···옛 극장 부활 이끌어내

등록 2017-08-31 10:12수정 2017-08-31 10:27

[ESC] 김성일이 만난 완소 피플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영화계 인사 최아람·이윤정·강효미·배광호 만나다
“포스터에 톱배우 등장이 흥행과 연결 되는 건 아냐”
영화 관련 일을 오랜 기간 함께 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아온 김성일의 친구들. 왼쪽부터 배광호 그림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성일, 최아람 영화사 ‘람’ 대표, 강효미 퍼스트룩 대표, 이윤정 퍼스트룩 대표.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영화 관련 일을 오랜 기간 함께 하며 끈끈한 우정을 쌓아온 김성일의 친구들. 왼쪽부터 배광호 그림커뮤니케이션 대표, 김성일, 최아람 영화사 ‘람’ 대표, 강효미 퍼스트룩 대표, 이윤정 퍼스트룩 대표.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영화 한 편은 그냥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극장에 걸리기까지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덧대어져야 가능하다. 기획·투자·캐스팅·촬영·편집·홍보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수없이 많은 회의와 실행이 반복된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순조로우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함께 작업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도, 틀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그러는 사이 제작사, 투자사, 광고디자인업체, 홍보 마케팅사는 팽팽한 긴장감 못지않은 끈끈한 유대감도 생긴다.

김성일의 오랜 친구들인 최아람(영화사 ‘람’ 대표), 이윤정·강효미(영화홍보마케팅사 ‘퍼스트룩’ 공동대표), 배광호(영화광고디자인업체 그림커뮤니케이션 대표) 사이가 그렇다. 영화 작업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고 지금은 그 어떤 관계보다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김성일은 “2004년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의상 담당자로 참여할 당시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담당자인 최아람과 처음 만났고, 이후 여러 영화 작업을 함께 하면서 이윤정, 강효미, 배광호와 친분을 쌓았다”고 말했다. 최근엔 4월26일 개봉한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함께 작업했다. 지난 22일 퍼스트룩 사무실에 이들이 모였다.

■ 제목과 포스터, 영화 흥행 ‘좌우’

김성일(이하 김) 이 친구들은 외모만큼이나 유쾌한 사람들이어서 만나면 기분이 참 좋아.

최아람(이하 최) 그렇게 좋아? 헤헤헤.

<임금님의 사건수첩> 포스터.
<임금님의 사건수첩> 포스터.
<임금님의 사건수첩> 할 때 그래서 행복했어. 결과도 좋았지?

절반의 행복?(<임금님의 사건수첩>은 163만명의 극장관객을 동원했다.)

배광호(이하 배) 공식적으로 ‘해피’한 것으로 하자.

그래, 해피. 그 영화는 제목부터가 왠지 처음부터 와닿아서 잘될 것 같았어.

이윤정(이하 이) 하지만 개봉 시기가 안 좋았어. 그즈음부터 한국 영화가 위축되기 시작했거든.(최근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영화 제목이 흥행에 영향을 미쳐? 이건 된다, 안 된다 이런 느낌이 올 것 같은데.

있지. 그래서 제작의 초반 부분인 프리프로덕션(영화 촬영 전 제작 프로덕션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하는 단계)부터 홍보마케팅팀에 의견을 구하지.

강효미(이하 강) 조사나 마케팅팀 내부 의견으로 제목을 바꾸기도 해. 영 아니다 싶으면 대안을 제시하지.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동명의 출판만화가 있어서 다른 제목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어. 만화는 두 명의 꽃미남이 등장하는 데 반해 영화에서는…. 결국엔 흥미를 이끌어내는 좋은 제목이니 그대로 가자 했지만.

포스터는 어때? 사실 관객 대다수는 포스터 한 장을 보고 관람 여부를 결정하잖아.

중요하지. 모든 마케팅을 포스터를 기반으로 하잖아. 포스터가 실패해서 망한 영화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포스터가 좋아 흥행한 영화도 있을 거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포스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포스터.
포스터에 흥행이 보장된 출연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면 흥행하나? 배광호 대표가 제작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나름 선전했잖아.

시나리오도 영화도 좋았지. 시나리오가 좋고 영화 만듦새가 좋으면 유명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도 흥행은 성공하지. 흥행이 보장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해서 꼭 흥행과 연결되는 건 아닌 것 같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개봉될 당시 비슷한 옴니버스 장르의 영화가 개봉했거든. 톱배우가 대거 출연하고 포스터도 인물 중심으로 구성했어. 흥행할 거라고 기대가 컸는데, 흥행 면에서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29만명)이 더 성공했거든.

<임금님의 사건수첩>, <굿바이 싱글>(호두엔터테인먼트와 공동제작), 영화사 람에서 제작한 작품을 보니 최아람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영화에 많이 녹아 있네. 최아람이 <군함도>나 <택시운전사>를 제작했다고 하면 왠지 안 어울렸을 것 같아.

하하하. 그렇지. 그런 작품들은 시작도 못 해. 9월 개봉작인 <남한산성>을 내가 제작했으면 사극 영화가 아닌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였겠지. <황산벌> 같은.

역사물이 아니라 현대극?

남한산성에 놀러 가서 백숙 먹고 고스톱 치고. 뭐 그런 거?

최아람이랑 딱 어울린다.(웃음)

영화는 제작자뿐 아니라 감독 성격과도 엄청 닮은 구석이 있지. 그래서 영화를 감독의 자식이라고 하는 거야.

<내 머릿속의 지우개> 한 장면.
<내 머릿속의 지우개> 한 장면.
최아람을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제작할 때 만났어. 내가 최초로 장편영화 의상 담당을 했는데, 진짜 힘들었어. 주인공인 정우성과 손예진이 선남선녀잖아. 예진이는 역할이 부잣집 딸이라 쉬웠는데, 정우성은 거지 같은 옷을 입혀도 너무 멋있어 가난한 목수 티가 안 나는 거야.

배우가 너무 잘생긴 것도 안 좋은 거구나.

지금도 잘생겼는데, 13년 전의 정우성이면….

김영하 작가가 각본을 썼던 것도 새롭네.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야” 그 대사는 지금 다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명대사지.

정우성이 그 대사 할 때 입었던 베이지색 재킷이 갑자기 떠오르네. 아~.

<굿바이싱글> 포스터.
<굿바이싱글> 포스터.
■ 중소규모 극장 활기 이끈 <옥자>

당신들은 일을 떠나 인간적이고 편해. 농담도 막 던져도 되고. 만담하는 것처럼 신나.

최아람 대표와 배광호 대표는 그냥 패밀리즘을 추구하는 캐릭터야.

이 두 분은 사람과 나누는 밥을 중시하거든. 휴머니즘 그 자체지.

그 밥과 술 덕분에 <굿바이 싱글> 제작할 때 성일이 형 도움을 많이 받았어.

약 세 시간에 걸쳐 밥과 술을 먹으면서 남자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조언을 해줬지!

그래서 나온 게 마동석 캐릭터야. 말투나 손짓 같은 게 어쩜 김성일 그 자체인 거야. 일부러 과장되게 안 했는데도.(웃음)

인물의 리얼리티가 살아 있었던 이유가 있었네. 어투까지.

요즘 영화계 화두가 넷플릭스잖아. ‘퍼스트룩’(1st LOOK)이 <옥자> 마케팅 했지?

지금껏 봉준호 감독과는 일해본 적이 없었는데, 넷플릭스 쪽에서 먼저 제안이 왔어.

우리 회사 이름처럼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는 것이기도 하고, 봉 감독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기에 했지. 처음에는 <옥자> 스트리밍 서비스 마케팅 논의를 했어. 그러다 국내에서 극장 개봉을 하면서 그 홍보까지 함께 한 거지.

칸에서는 넷플릭스 영화라고 해서 작품상 줄 수 없다고 했잖아? 사실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냐?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클래식’ 개념도 이미 다 깨져버린 상태인데. 디지털로 영화 찍는 건 옛 기준에선 영화가 아닌 거잖아.

영화에 대한 정의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바뀌어가고 있지. 영화 유통산업도 넷플릭스를 주축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이 대립하는 현재는 과도기인 거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이익을 배반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지금은 넷플릭스와 극장 중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지.

하긴 음악도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잖아. 영화산업에서도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되겠지만 극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음원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반대급부로 엘피(LP)바와 엘피문화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영화산업에서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질수록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날 거야.

<덩케르크>를 굳이 용산아이맥스에서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어쨌든 지금은 <옥자>가 넷플릭스 논란의 상징이 된 거고.

<옥자> 포스터.
<옥자> 포스터.
<옥자>가 수익 면에서는 성공했나?

글쎄. 넷플릭스는 하나의 콘텐츠로 얻은 수익이나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아. 극장에서는 멀티플렉스에 걸지 않았는데도 32만명이 들었으니,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개인이 운영하는, 전통 있는 극장에서만 개봉했지. 덕분에 그런 극장들이 때아닌 활황을 거뒀다고 해.

넷플릭스에서 만든 <옥자>가 클래식한 극장의 부흥을 이끌었다니, 아이러니네.

우리 엄마가 <옥자> 덕분에 10년 만에 대한극장에서 동창회를 했대. 그런 분들이 꽤 될걸?

<벤허> 보던 대한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그립다. <접속>에 나왔던 피카디리 앞 그 광장.

단성사는 재개관을 추진 중이라고 해

정말? 와~ 이거 박수 칠 일이네.

우리도 <옥자> 홍보하면서 전통을 지닌 지역의 극장들을 가볼 수 있었지.

시설은 어때? 낡았나?

그렇지. 대부분 대를 이어 2~3대가 운영하더라고. 전성기 때처럼 관객이 많이 들어온 게 간만이라고 고맙다고들 하셨지.

봉 감독조차도 언제 또 이런 극장에 오겠냐며 신기해했고. 어떤 예술영화 전용관의 경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옥자>를 상영한 덕분에 자금난에 중단했던 독립영화들의 제작지원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목격한 거지. <옥자> 덕분에 영화 후반작업을 하게 됐다며 봉 감독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 후배 감독도 있대.

관객으로서도 멀티플렉스 외의 다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한 거네. <옥자>가 순기능을 했네, 했어.

앞으로 넷플릭스 외에 아마존, 디즈니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해. 관객으로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폭넓게 즐길 기회를 얻는 거지. 이런 유통산업의 변화가 영화계에 순기능으로 작용했으면 해. <옥자>처럼. 전통 극장의 부활을 선도하는, 그런 것.

<장산범> 포스터.
<장산범> 포스터.
■ <킹스맨2>일까, <남한산성>일까?

향후 개봉되는 영화들 중에 기대하는 작품이 있어? 난 <킹스맨2>.

<남한산성>이랑 <킹스맨2>랑 비슷한 시기에 맞붙겠는데?

한국 대표 <남한산성>도 외국 대표 <킹스맨2>도 다 잘되기를 바라.

출연진이 어떻게 돼?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휘순.

대박! <오션스 일레븐>의 병자호란 버전이네.

내로라하는 연기파들이 모인 작품이라 기대가 커.

그림커뮤니케이션의 다음 작품은?

배 얼마 전 <숨바꼭질>을 만든 허정 감독의 두번째 스릴러 <장산범>을 함께 작업했고, 지금은 <끝까지 간다> 제작진이 만든 <반드시 잡는다>를 준비 중이지. 이 영화 모니터 시사를 먼저 봤는데 역시 베테랑 제작진과 배우들이라 그런지 영화가 너무 좋더라고.

영화사 람은 다음 작품이?

내 성격에 맞게 밝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 한국형 슈퍼히어로 무비? 나머지는 극비. 나도 <군함도>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군함도> 코미디 버전?

아니다. <남한산성> 패러디 버전으로 <북한산성> 준비할까?

일동 웃음.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국 영화가 잘되길 바랄 뿐이야.

새롭고 참신한 작품들, 꿈만 꿨지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영화로 꼭 만들어주세요. 파이팅!

정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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