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낭에서 바스켓 보트를 타고 있는 모녀. 김미영 기자 제공
퇴근하면 뭐 하나, 휴가 중이면 뭐 하나. 시도 때도 없이 ‘카톡!’ ‘카톡!’ 울려대는걸. 팀 단톡방이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일과 후, 에스엔에스(SNS)로 하는 업무지시는 금지라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도치 않은 불상사(?)가 간혹 생긴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뒤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요즘 ‘핫’하다는 베트남 다낭. 그것도 가족여행이 아닌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큰딸, 딸의 친구 셋, 그리고 엄마들까지 8명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 13살 딸들에게 중학교에 가기 전 친구와 엄마와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했지만, 엄마들을 위한 힐링의 목적도 숨어 있었다.
풀 빌라 리조트, 수영장, 바다, 이국적인 다낭과 호이안의 풍광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물가가 저렴해 한국에서 꿈도 못 꿨던 맥주를 박스째 냉장고에 쟁여두고 아침부터 마셔댔다. 술 먹는다고 잔소리하는 남자분(?)도 없을뿐더러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인의 무게를 벗어던지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카톡!’ 불행의 서막이었다. 베트남을 떠나야 하는 8일, (그렇지 않아도 떠날 생각에 울고 싶은데) ‘미영, 혹시 이번주 헐 가능?’ 팀장의 메시지였다. ‘베트남에서 재미난 일 없었어?’ 휴가 기간 동안 고생했을 팀장과 팀원을 생각하니, 거절할 수 없었다. 실은 ‘헐~’을 쓸 만큼 획기적으로 쌈박한 일은 없었던 터였다. 9일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마음
이 무거웠던 이유다. ‘뭘 써야 하나?’
나름 완벽주의자라고 자부하지만, 실은 덤벙대고 성격이 급한 편이다. 무슨 일을 하면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과일을 깎고 나면 손가락이 베이고, 집안 청소를 하면 다리에 멍이 들며, 자전거를 타면 넘어지고야 마는. 3주 전 달걀말이를 한다며 베어낸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의 살점이 이제 좀 붙었나 싶었는데, 하필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또 다른 상처를 내고 말았다. 사연인즉, 샤워를 마치고 옷을 꺼내면서 닫은 붙박이장 문의 반동으로 발뒤꿈치를 찍히고 만 것. 충격과 고통도 잠시, 상처가 심상치 않다. 결국 세 바늘을 꿰맸다.
이게 웬 날벼락이람?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고 나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무엇보다 발 디딜 때마다 밀려오는 통증, 걷는 것 자체가 고통이니 꽤 불편하다. ‘혹시 팀장이 일하기 싫어 일부러 다쳤다고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 아냐, 팀장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어찌 됐건, 다친 덕분에 지금 ‘헐~’을 쓰고 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