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레이시아 사라왁 빈툴루에서 열린 ‘제9회 말레이시아 보니오 국제 연 축제’. 한국연협회·리기태연보존회 리기태 회장 등이 참가해 한국의 방패연, 창작 줄연, 스포츠 카이트 등으로 25개국 200여명의 선수들과 자웅을 겨뤘다. 사진 리기태 제공.
‘아프로만’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스포츠 카이터 강성수 아시아카이트포럼 한국 대표는 스포츠 카이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급하려 애쓰고 있다. 아시아카이트포럼은 3~4년 전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카이터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그는 원래 방패연 연싸움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15년 전쯤 중국의 대표적인 ‘연 도시’ 웨이팡에서 연싸움 대회가 열려 참가했다가 스포츠 카이트를 처음 접했다.
“한 싱가포르 친구가 연으로 국제무대에 진출하려면 전통 연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스포츠 카이트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그때부터 이 친구에게 기회만 있으면 초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그는 약 5년 동안 프랑스, 중국 등 각종 국제 스포츠 카이트 대회를 자비로 다니며 기술을 익히고 각국 선수들을 만났다.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스포츠 카이트 인구는 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스포츠 카이트 관련 안내서 등 공인된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현재 활동 중인 국내 선수들도 강성수 대표처럼 스스로 외국의 교본을 번역하거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외국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 이들이 다수다. 스포츠 카이트에 입문하는 이들은 대개 그들이 이렇게 마련하고 동호회 등을 통해 공유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 카이트 입문자를 위한 정보들을 정리했다.
■ 장비와 준비
연날리기에 필요한 것은 연, 연줄, 얼레 그리고 탁 트인 공간이 전부다. 스포츠 카이트도 마찬가지다. 연과 연줄, 핸들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스포츠 카이트의 종류는 크게 화려한 곡예와 기술이 가능한 ‘스턴트 카이트’, 매우 크고 강한 양력(lift)을 만들어내는 ‘파워 카이트’, 4개의 줄로 속도와 방향 등 정확하고 다양한 비행 조종이 가능한 ‘쿼드 라인 카이트’(일명 레볼루션 카이트) 등이 있다. 자신의 체력과 흥미에 맞춰 연의 크기와 종류를 정하면 된다.
스포츠 카이터들은 주로 ‘해외직구’(해외 직접 구매)로 카이트를 구매한다. 알려진 스포츠 카이트 국내 제작업체로는 ‘카이트 세븐’과 ‘아이엠카이트’가 있다. 가격은 2만~3만원대의 저렴한 것부터 30만~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만난 카이터들 중에는 컴퓨터 조립하듯 재료를 공수해 스스로 카이트를 제작해 사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가격이 상당하고 종류가 천차만별이므로 초보 입문자라면 임의로 카이트를 구입하기보다 동호회 등에 문의를 하거나 직접 체험을 해본 뒤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 장소와 때, 그리고 바람
국내에서 스포츠 카이트를 날리기에 가장 좋은 곳은 바닷가다. 바람이 한 방향으로 잘 들어오고, 근처에 높은 빌딩·언덕·교각 등이 없어 와류가 생기지 않으며, 방해물 없이 탁 트여 있고 사람이 거의 없는 곳.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곳이다. 스포츠 카이터이자 카이트 제작업체 ‘카이트 세븐’의 운영자 맹성수씨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건물이나 큰 나무가 있으면 난풍의 원인이 되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닷가는 도시에서 거리가 있으니, 대안은 강이다. 강성수 대표는 “서울에서는 한강변, 그중에서도 바람이 제일 좋은 곳은 난지와 여의도”라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까지도 바람은 들어오지만 그 아래쪽으로는 산이 많아 날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은 오후 1~2시쯤이 가장 좋다. 바람은 해풍과 육풍의 원리로 부는데, 땅이 완전히 데워져 기압차가 크게 올라가는 이 시간쯤이 가장 좋은 바람이 부는 때다. 계절상으로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봄, 가을, 겨울 모두 날리기 좋다.
바람의 세기는 너무 세도, 약해도 힘들다. 중풍에서 배우기가 가장 쉬운데, 풍속 3~5m/s가 가장 적당하다. 바람의 세기는 일반 날씨 예보를 이용해도 되고, 세계 일기예보 제공 사이트 윈드그루(www.windguru.cz)를 보면 시간대별로 풍속, 돌풍, 풍향, 기온, 구름의 정도, 강수량 등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 스포츠 카이트 대회
스포츠 카이팅은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월드카이트챔피언십 등 국제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년부터 매년 4~5월 의성세계연축제에서 스포츠카이트월드챔피언십 대회가 열리고 있다.
월드챔피언십의 경기 방식은 스케이트로 치면 기록을 재는 스피드스케이팅보다 연기를 평가하는 피겨스케이팅에 가깝다. 종목은 ‘듀얼 라인’(2줄) 카이트와 ‘쿼드 라인’(4줄) 카이트, 개인과 팀, 규정된 도형을 정확히 수행해야 하는 규정 종목과 경기자가 스스로 선택한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비행하는 것으로 움직임과 예술성의 점수를 매기는 발레 종목 등으로 나뉜다. 세계 대회에서는 미국이 강세를 보이며 아시아권에선 일본이 맹주다.
이로사 객원기자 leerosah@gmail.com
Kite
연. 종이 혹은 천에 뼈대를 붙여 실을 맨 다음 공중에 높이 날리는 장난감. 솔개 연(鳶)자를 씀. 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광범히 분포돼 있음. 최근에는 명절에 즐기는 민속놀이보다 대중적인 레포츠로 각광. 연의 운동성에 주목한 서구권의 ‘스포츠 카이트’를 즐기는 이들도 많아짐.
[ESC]스포츠 카이트, 알아두면 좋은 팁
△스포츠 카이트는 외줄 연과 달리 연을 날리는 도중 연줄의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지 않는다.
△스포츠 카이트를 잘 조종하기 위해서는 양손을 몸에 가까이 붙이고 부드럽고 절제된 움직임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도한 움직임은 연을 산만하고 난폭하게 한다.
△착륙은 바람이 부는 영역 바깥으로 연을 기울여 낮게 띄운 뒤 앞으로 달려가면서 끌어내려야 한다. 잘 안 되면 지면의 3m 정도 위에서 핸들을 놓아버리면 된다. 그러면 연은 날아가 바닥에 사뿐히 떨어진다. 반드시 2~3m 상공에서 던져야 연의 파손을 막을 수 있다.
△스포츠 카이트를 날릴 때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이나 연줄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특히 스포츠 카이트의 연줄은 가늘고 튼튼하며 비교적 지면 가까이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므로 사람이 많은 장소에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연줄이 전도성 성분을 지니고 있으므로 전선 가까이에서 날려서는 안 되며, 천둥·번개가 칠 경우에도 날려서는 안 된다.
이로사 객원기자
[ESC] 스포츠 카이트 배울 수 있는 곳
주말에 서울 한강시민공원의 난지지구(잔디광장), 잠실지구(잠실 선착장), 여의도지구에 가면 스포츠 카이트를 날리는 동호회를 만날 수 있다. 무료로 체험해볼 수 있고, 강습도 진행한다. 쉽게 배우려면 혼자 시도하는 것보다 일단 현장에서 ‘손맛’을 체험해보기를 권한다. 아래 사이트에서는 스포츠 카이트 관련 기술, 매뉴얼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 카이트 동호회
· 카이트 윙스 cafe.daum.net/kitewings (난지지구)
· 한국스포츠카이트 cafe.daum.net/koreasportkite (잠실지구)
· 레인보우 카이트 cafe.daum.net/rainbowkite (여의도지구)
△카이트 월드
강성수 아시아카이트포럼 한국 대표가 운영하는 각종 스포츠 카이트 관련 정보 사이트(www.kiteworld.co.kr, 02-2057-2346)
△카이트 세븐
스포츠 카이트를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www.kite7.com, 0505-348-6677)
이로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