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구석 빛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스탠드등을 활용하면, 넓어 보이는 효과와 안락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이케아코리아 제공
인테리어란 말조차 없던 시절, 조명은 동그란 전구나, 기다란 형광등뿐이었다. 집 꾸미기에 신경 좀 써야 하는 요즘이라고 크게 다를까. 아파트에 기본적인 조명은 설치돼 있지만, 한 단지 수백에서 수천 가구가 같은 조명을 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지루한 일이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너무도 뻔하거나 유치찬란한 디자인의 조명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도배를 새로 해도, 페인트를 새로 칠해도, 북유럽풍의 가구를 들여와도, 조명에 신경 쓰지 않으면 인테리어는 무너진다. 특히 조명 디자인이 약한 한국에서 조명은 인테리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한국 실정에 맞는 조명 인테리어 활용법을 알아봤다.
공간의 용도를 파악하라
조명 인테리어의 기초는 공간 파악이다. 완성도 높은 조명 인테리어를 위해선 각 공간의 활용도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현관은 집의 첫인상이기도 하지만 집 밖을 나설 땐 마지막으로 거쳐 나오는 곳이다. 집의 처음이지 마지막이다. 이런 곳에 조명으로 개성을 준다면 인상이 오래 남는다. 보통 원형이나 네모난 형태의 정형화된 현관용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과감하게 전구를 노출하는 노출형 디자인이 유행이다. 전구 노출형은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전구를 계절이나 유행에 따라 바꿔 끼울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주기적으로 갈아주기만 해도 집 전체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거실의 경우 한국에서 가장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천장등과 스탠드등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좋다. 모임이나 손님맞이 등 밝은 분위기가 필요하면 밝은 천장등을 켜고, 저녁 이후 차를 마시거나, 텔레비전 시청 등 쉬는 곳으로 쓸 땐 천장등을 끄고 스탠드등을 켜면 밝은 빛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주방은 음식을 조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밝고 깨끗한 빛이 필요하다. 칼을 사용하는 공간이기도 해서 싱크대 위쪽엔 가능하면 밝은 조명이 좋다. 레일등을 활용하면 각도에 따라 원하는 곳을 더 밝게 비춰줄 수 있어 최근에 인기가 높다.
침실엔 눈에 직접 빛이 닿지 않는 간접 조명이 적합하다. 좋은조명연구소 제공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에는 앤티크한 금속 소재의 등을 활용하면 분위기가 맞는다. 좋은조명연구소 제공
식탁은 한국의 집 구조에서 가장 주인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다. 식탁 위 적절한 조명 하나만 배치해도 그 집의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나면서, 집 전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주로 식탁 위까지 내려오는 펜던트 형태의 조명을 설치하는데, 천장등을 끄면 무드등으로 역할도 한다. 예전에는 튀지 않는 평범한 펜던트등을 선호했는데 최근엔 골드·로즈골드·구리 색 등 튀는 금속성 등이 유행하고 있다.
침실의 경우 잠을 자거나 쉬는 공간이기 때문에 밝을 필요가 없다. 눈에 불이 직접 들어오지 않는 간접 조명이나 천장에 비추는 샹들리에등, 밝기 조절이 가능한 디밍(dimming) 기능이 있는 엘이디(LED)등을 주로 사용한다.
이 밖에 습기가 많은
욕실은 방습 기능이 있는 매립등을,
아이 방은 아이들이 갑자기 불이 꺼지는 걸 무서워할 수 있으니, 보조 스탠드나 타이머 기능이 있는 조명을 활용하면 좋다.
결국 각 공간의 활용도에 맞게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과하면 곤란하다. 좋은조명연구소의 정혜리 대표는 “예쁘다고 이곳저곳 스탠드를 설치한다든가, 너무 밝은 조명을 달아 놓으면 인테리어의 통일성도 떨어지고 눈의 피로도만 올라간다.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침실은 전구색, 거실은 백색
조명과 집 전체 분위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형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의 공간이 수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모던, 북유럽, 미니멀 디자인이 적합하다. 만약 북유럽 디자인을 원한다면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의 그레이, 베이지, 옅은 파스텔 톤의 조명이 어울린다. 원목을 활용한 조명도 친환경적인 느낌이 난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라면 간결한 금속성 소재 디자인에 검정과 흰색으로 포인트를 준 조명이 깔끔한 느낌이 난다. 최근 유행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엔 앤티크한 느낌이 나는 금속 소재 조명이 어울린다. 유리나 철망 등을 활용하면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다소 남성적인, 일부러 건축 마감을 안 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 색도 중요하다. 우선 연색성과 광색을 따져야 한다. 연색성은 얼마나 태양광에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100에 가까울수록 자연스러운 본연의 색을 보여주고 눈이 편안하다. 광색은 조명 색상을 말하며, 전구색(2700K), 백색(4000K), 주광색(6500K)으로 나뉜다.
식탁등은 안락한 느낌의 전구색이 좋다. 레드밴스 제공
식탁 위의 개성있는 조명은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좋은조명연구소 제공
나무 소재의 등은 편안한 북유럽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이케아코리아 제공
레드밴스(옛 오스람 가정조명 부분) 마케팅팀 김주애 과장은 “침실과 식탁 등은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전구색, 거실 같은 넓은 공간은 백색, 공부방과 현관문은 깨끗한 빛으로 집중도를 높이는 주광색을 주로 설치한다”고 말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깨알 팁도 알아두면 좋다. 만약 집에서 쓰지 않는 오래된 스탠드등이 있다면, 최근 대중화가 시작된 스마트 엘이디등 하나 달면 활용도가 높아진다. 스마트 엘이디는 스마트폰으로 색상 등을 조절할 수 있어 공간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집이 넓지 않다면 작은 매입등에 빛 확산을 많이 해주는 아크릴 커버를 단다든가, 벽등을 설치해주면 집에 어두운 공간이 줄어들면서 넓어 보이는 효과가 난다.
싼 엘이디 고집 말아야
최근 집 전체 조명을 엘이디로 교체하는 것이 대세다. 엘이디의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이다. 1시간당 킬로와트(㎾h) 전기 요금이 125원이라면, 하루 10시간 기준 백열등은 연간 전기 요금이 2만7375원이지만, 엘이디등은 3103원에 불과하다.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현재 시장가가 99㎡(30평대) 아파트 전체(거실, 방3, 욕실2, 부엌 기준)를 바꿀 때 최소 40만원부터 시작할 정도다.
전구 소켓용 엘이디등을 활용한 조명. 레드밴스 제공
교체를 결심했다면, 램프만 바꿀 것인지 갓을 포함한 조명 전체를 다 교환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존 전구 소켓에 끼우면 되는 전구형 엘이디도 생산돼 의외로 비싸지 않게 엘이디로 교체할 수 있다. 엘이디 조명을 고를 때 무조건 밝다고 좋은 건 아니다. 30평대 아파트 기준으로 거실 100와트(W), 큰방 40와트, 작은방 30와트, 주방 20와트, 욕실 10와트가 권장된다.
너무 싼 제품을 고집하는 것도 금물. 저질 제품을 썼다간 엘이디 램프가 깜빡거리는 ‘플리커’나, 눈 부심이 심한 ‘글레어’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조금 가격을 치르더라도 램프는 신뢰성 있는 회사의 제품을 사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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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조명…기분까지 풀어주네
미래형 라이팅 어디까지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 14층엔 평범해 보이지만 비밀이 숨어 있는 방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조명과 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객실이다. 지난 14일 직접 방문해 보니, 보통 전등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있는 벽 부분에 정보무늬(QR코드)가 뜬 작은 엘시디(LCD)창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대니 바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이 실행됐다.
‘로맨틱’ 모드로 맞추자 방 안이 금세 은은한 붉은색 톤으로 바뀌었다. ‘힐링’ 모드로 변경하자, 2초 정도 뒤 방 안은 초록색이 가득 찼다. ‘취침’을 누르자 자동으로 커튼이 닫히면서 모든 불이 꺼졌다.
신기한 이 조명은 필립스라이팅의 스마트 조명 ‘휴’로, 스마트폰으로 1600만가지의 색을 설정할 수 있는 최첨단 조명이다. 호텔은 이런 스마트 객실을 25개 운영 중이다. 호텔 로비에도 휴가 설치됐는데, 태블릿피시로 세계 각 나라에 맞는 조명을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관광객이 들어올 땐 중국 국기를 한번 클릭하면 호텔 로비가 붉은 톤으로 바뀌는 식이다.
필립스 휴 라이팅 기술이 적용된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객실. 필립스라이팅코리아 제공
최첨단 조명이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면 일반 엘이디(LED) 램프와 다를 바 없다. 램프 안에 와이파이 송신 시설 등 전자장치가 들어가 있어 원격 제어가 가능한 것이다. 이런 스마트 조명제품은 아직 호텔 같은 대형 상업시설 위주로 설치돼 있지만 최근 일반 전구 소켓에도 장착이 가능한 제품이 나오면서 대중화가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 조명은 단순히 조명 색을 바꿔주는 것을 넘어, 전자우편이 오거나 낯선 이가 침입했을 때 조명을 변화시켜 알려주는 알람과 보안 기능도 제공하고,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조명 설정도 가능해지는 등, 스마트 헬스케어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거나, 집 외부 밝기를 인지해 자동으로 조명을 조절해주는 장치들이 시장에 출시된 상황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꽤 보편화가 된 상태로, 애플 홈킷,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과 연동해 음성으로 조명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도 케이티(KT) 기가지니 등과 같은 스마트홈 제품과 연동을 추진 중에 있다.
Lighting
조명 혹은 조명 시설.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 대부분 전기를 이용하며 백열등, 형광등 엘이디(LED) 등으로 나뉨. 최근에는 엘이디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음. 같은 광원을 사용하더라도 직접 조명, 간접 조명 등 빛을 비추는 방법과 위치에 따라 밝기와 분위기가 달라져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근 부각되고 있음.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도움말 좋은조명연구소, 레드밴스, 이케아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