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연필이 밀수품 된 사연 들어보셨나요?

등록 2017-10-26 10:25수정 2017-10-26 15:03

커버스토리

필기구 마니아라면 놓칠 수 없는 책들
문구의 역사부터 필사의 매력까지 다양

펜 마니아이자 문구류 블로그 ‘아이러브펜슬’ 운영자인 조세익씨의 펜들.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펜 마니아이자 문구류 블로그 ‘아이러브펜슬’ 운영자인 조세익씨의 펜들.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전 세계의 많은 필기구 마니아들은 자신의 열정을 책의 형태로도 남겨두었다. 필기구 사용기 중심의 책부터 필기구의 역사와 상징, 공학적 분석을 다룬 책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필기구 관련 책들을 소개한다.

공학의 집합체 연필의 모든 것, <연필>

공학적 산물로서 연필을 다룬 책이다. 544쪽의 분량으로 연필 전반에 대해 자세히 고찰한, 보기 드문 연필 관련 서적이다. 지금은 흔한 연필도 한때는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치솟고 밀수가 성행했다. 악덕 상인들은 돈을 더 벌기 위해 연필에 심을 넣지 않은 채 사기 판매를 하기도 했다. 저자인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연필 이전 필기구의 역사부터 연필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해온 과정, 연필을 둘러싼 문명사, 연필 산업의 개척 과정, 연필의 공학적 공정 등을 세세히 설명한다. 연필이라는 평범한 인공물을 통해 ‘공학’ 자체에 접근해보겠다는 시도다.

읽다 보면, 몇 해 전 화제가 된 <연필 깎기의 정석>(데이비드 리스)이나 <연필의 101가지 사용법>(피터 그레이)과 같은 ‘익살스러운’ 책의 시원 역시 이 책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연필에 대한 진지한 고찰뿐 아니라 유머까지 천연덕스럽게 구사한다. 연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소중한 책이겠으나, 아쉽게 절판됐다.(헨리 페트로스키, 지호)

인간의 생활 바꾼 문구 얘기, <문구의 모험>

저자 제임스 워드는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문구 덕후’다. ‘당신의 인생과 함께한 문구들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볼펜, 만년필, 클립, 종이, 연필, 지우개, 스테이플러 등 다양한 문구의 역사를 이루는 주요 장면들, 그것을 사용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문구에 담긴 공학 기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았다. 문구사의 주요 장면은 인간의 생활과 산업을 바꿔놓은 주요 장면들과 얽히며, 어떤 문구의 발명은 사고의 큰 전환을 가져왔다. 저자는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지우개가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도구”라고 말하며, 색인카드는 정보처리 방식에, 형광펜은 공부하는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작가와 그들의 특별한 문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분노의 포도>의 작가 존 스타인벡은 작가 생활 내내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닌 끝에 전설이 된 연필 ‘블랙윙 602’에 정착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은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딕슨 타이콘데로가’ 연필 6자루를 깎은 후에야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영국 주간 <업저버>는 이 책을 두고 “제임스 워드 덕에 우리에게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문구에 관한 책이 필요 없게 됐다”고 평했는데, 정말 그렇다.(제임스 워드, 어크로스)

문구왕의 76가지 이야기, <궁극의 문구>

문구 아이템 카탈로그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가 지금껏 써본 펜, 지우개, 칼, 접착제 등 문구 중 ‘궁극’이라 할 만한 76가지가, 저자 자신이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돼 있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시각이다. 그의 문구 리뷰는 고급 만년필 같은 수집용 문구가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쓰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평범하고 실용적인 문구 중심이다. 이 책에 소개된 문구들은 저자의 필수 아이템 중에서도 거의 매일 사용하는 문구라고 한다. 그는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세심한 사용기, 용도에 맞는 문구 고르는 법, 올바른 사용법 등을 정리해 소개한다.

신기한 도구가 끝없이 담겨 있는 ‘마술 주머니’ 때문에 어릴 때부터 도라에몽이 되고 싶었다는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그는 대학원생이던 1999년 티브이도쿄의 장수 프로그램 ‘제2회 전국 문구왕 선수권’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 책의 최초 버전인 <궁극의 문구 카탈로그>를 펴냈다. 이 경력으로 문구회사 디자이너로 입사, 이후 3회, 4회의 문구왕까지 제패했다.(다카바타케 마사유키, 벤치워머스)

문구 입문서,

문구 블로그 ‘아이러브펜슬’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필기구 마니아 조세익(닉네임 ‘세릭’)이 자신이 사용해본 수많은 펜 중 100개를 골라 소개한 카탈로그형 책이다. 이 책 역시 <궁극의 문구>와 같이 지금은 단종돼 구하기 어려운 필기구보다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필기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만년필, 볼펜, 샤프펜슬, 연필, 홀더펜과 형광펜 등 각 필기구의 사진과 함께 구조에 대한 설명, 브랜드와 모델 소개, 각 필기구의 필기감, 노크감(후방 캡을 누르는 감각), 디자인 리뷰, 얽힌 이야기 등을 담았다.

펜 리뷰뿐 아니라 중간중간 ‘나에게 맞는 만년필을 고르는 방법’, ‘샤프심은 뭐 쓰세요?’ ‘연필을 깎고, 쓰고, 좋은 지우개로 지우기’, ‘내가 아끼는 분야별 문구 베스트2’ 등 칼럼을 싣고 있으며 문구류 수납법, 좋은 볼펜에 어울리는 노트와 다이어리 추천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필기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이들을 위한 입문서이자 이미 ‘필덕’인 이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책으로도 손색없다.(조세익, 미호)

만년필 가이드, <만년필 교과서>

일본의 사진, 영상, 미술 관련 출판사 겐코샤가 펴낸 방대한 만년필 카탈로그다. 100여 종의 만년필을 브랜드별, 추천 대상별로 나눠놓았다. 무엇보다 완전 컬러의 큰 판형에 제품별 사진이 자세히 나와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일본의 3대 만년필 브랜드인 파이롯트, 세일러, 플래티나부터 몽블랑, 라미, 워터맨 등 전 세계 인기 브랜드의 만년필까지 다양한 만년필을 소개하고, 만년필을 고르는 노하우, 만년필 사용법과 관리법, 잉크 선택법, 만년필 편지의 매너와 만년필의 역사, 만년필 숍 가이드까지 만년필 입문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 만년필을 고르려다가 다양한 촉의 종류, 브랜드, 가격대, 관리법 등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졌던 이들에게 친절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만년필 관련 국내 저작으로는 서울 을지로에서 ‘만년필 연구소’를 운영하는 만년필 동호회 ‘펜후드’의 회장 박종진씨가 쓴 <만년필입니다!>(박종진, 엘빅미디어)가 있다.(겐코샤 편저, 디자인이음)

필사의 실용서, <필사의 기초>

최근 필사, 펜글씨 쓰는 법, 캘리그래피 등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왔다. 종이에 글씨를 쓸 일이 없어진 디지털 시대, 많은 사람이 굳이 부러 펜을 사용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일 것이다. 저자 역시 우연히 갖게 된 만년필을 어떻게든 쓰고 싶어서 필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이어리를 썼고, 손글씨에 재미를 느껴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필사 자세, 필사하기 좋은 장소와 시간에 관한 이야기, 자신이 사용하는 필사 도구 등 실용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의 독서 편력이 드러난다. 저자는 궁극의 독서는 필사라고 주장한다. 책 곳곳에 자신이 필사했거나 좋아하는 책의 문구들, 작품과 역사 속 필사 이야기 등을 배치해 작가와 읽기, 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필사를 시작한 이들을 위한 실용적인 안내서이자, 자기 글쓰기를 위한 과정이나 또 다른 형태의 독서로서 필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에도 적합한 책이다.(조경국, 유유)

Pen 펜.
종이 따위에 글씨를 쓰는 필기구. 깃털이라는 뜻의 라틴어 ‘펜나’(penna)가 어원이다. 스마트 시대, 펜은 ‘기록’의 역할을 디지털 기기에 넘겨줬다. 어느새 펜은 취미, 놀이, 장식, 감상의 대상이 되었다.

이로사 객원기자 leerosah@gmail.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