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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단발남의 조상은 삼손?

등록 2018-02-28 19:44수정 2018-02-28 19:52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 <한겨레> 자료사진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 <한겨레> 자료사진
예술가와 단발머리 남자

단발로 유명한 이들은 동서고금 부지기수다. 대중에게 유독 익숙한 단발머리 남자들을 살펴봤다.

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단발남’은 구약에 나오는 삼손으로 봐야 할 거 같다.(기원전 12~11세기로 추정) 삼손의 괴력은 긴 머리에서 나왔다. 신화라고 치부해도, 당시 긴 머리가 남성성의 상징이었다는 은유가 된다. 정확하게 머리가 얼마나 길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만들어진 삼손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어깨 약간 위로 떨어지는 단발이었다. 너무 길면 남자 주인공이 멋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루벤스의 그림 <삼손과 델릴라>를 봐도 그 정도 길이다. 델릴라는 잠자고 있던 삼손의 머리를 자른 ‘악녀’다. 한국의 말썽 피우는 사춘기 자녀가 잘 때 부모가 머리를 자르는 관습(?)은 이때 생긴 듯하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 철학가들도 모두 단발이다. 사진은 없으나 흉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 신화 속 남성 인물도 대부분 단발이다. 제우스, 헤라클레스, 디오니소스 등도 조각이나 그림 같은 예술품에선 단발로 묘사됐다.

현대로 접어들면 주로 예술가들이 대중의 사랑을 얻었다. 1960년대를 뒤흔든 히피 문화는 남성 단발 열풍의 근원지였다. 비틀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대 뮤지션들은 단발보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장발에 가까웠다. 레드 제플린, 딥 퍼플이 그랬다. 1980년대에는 더 길어진다. ‘엘에이(LA) 메탈’을 이끌던 미국의 건스 앤 로지스, 반 헤일런 등은 허리까지 내려오게 머리를 길렀다. 이러한 장발 흐름에 반기를 든 건 1990년대 등장한 록 밴드 너바나다. 목선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를 한 커트 코베인은 대안이란 뜻을 가진 ‘얼터너티브 록’을 이끌었다. 그가 장발이 아닌 단발을 선택한 것도 의미심장한 일이다.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한겨레> 자료사진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대중문화에서 단발로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다. 2008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역대급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시거’ 역을 연기한 그는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에 직모 단발머리를 하고 나와 관객들에게 극한의 공포를 안겨주었다.

최근 한국은 단발남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불미스러운 사건도 여러 건 터졌다. 정부 고위직을 지내다 성추행 사건으로 낙마한 한 인사는 갑자기 단발머리를 하고 나타나 대중을 뜨악하게 했고, 성추행 사건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한 유명 연극 연출가 또한 단발머리였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발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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