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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걸려 만든 영화 속 짜장라면, 기억하시나요?

등록 2018-03-28 20:20수정 2018-03-28 20:59

[ESC] 커버스토리
때리고 맞고, 뼈가 으스러지는 음향효과로 가득하던 한국 상업영화에서 모처럼 아삭한 양배추 씹는 소리를 들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패는 건 땔감으로 쓰는 장작이고, 때리는 건 ‘크렘 브륄레’를 덮은 캐러멜 표면뿐이다. 이전의 한국 영화가 주로 다루던 음식은 짜장면과 라면이다. 질척한 소스에 면을 비비는 소리가 사람 잡는 짜장면이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아올리는 라면 한 그릇에 다양한 인간관계와 갖가지 감정이 담긴다. 라디오 피디 은수(이영애)가 사운드엔지니어 상우(유지태)에게 건넸던 말. “라면 먹을래요?”가 인상적이었던 <봄날은 간다>는 서로 익숙해지다가 어느덧 끝을 짐작하는 연애의 다양한 국면을 라면에 빗댄다. 라면 물이 끓기를 기다리던 은수는 생라면 귀퉁이를 잘라 오도독 씹어 먹기도 한다. 영화에 나오는 라면은 국물 라면이 주를 이루지만 <우아한 세계>에는 여름에 먹는 비빔라면이 등장한다. 인구(송강호)는 가장이자 조직폭력배다. 가족 부양을 이유로 조폭 일을 관두지 못한 그는 결국 기러기 아빠로 혼자 남겨진다. 러닝셔츠 차림으로 비빔면을 먹으며 아내와 자식들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던 인구는 설움이 북받치자 먹던 라면 그릇을 집어 던진다. 짜장라면도 있다. 억대의 카드빚을 갚을 길 없는 남자는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고 무인도에서 눈을 떴다. <김씨 표류기>의 김씨(정재영)가 떠내려온 밤섬은 위로는 서강대교가 가로지르고 눈앞에 63빌딩(현 63스퀘어)이 보이지만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다. 물에 쓸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며 망가진 오리배를 거처 삼아 밤섬 생활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 김씨는 짜장라면 봉지와 수프를 손에 넣게 된다. 짜장면을 먹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그는 면을 만들 궁리를 시작한다. 소화되지 않은 곡물 씨앗을 찾으려고 새똥을 모으고 밭을 만든다. (본의 아니게) 자연 속에서 살며 농사를 짓고 음식을 통해 삶의 의지를 찾아가는 <김씨 표류기>는 <리틀 포레스트>와 닮은 점이 있다. 면 만드는 데만 6개월, 짜장라면이 슬로푸드가 되었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우유콜라라면’ & 괴식 - ‘리틀 포레스트’ & 제철식

방송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태진아가 만든 ‘우유콜라라면’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괴식으로 화제가 됐다. 괴식은 아이스크림에 라면 수프를 뿌려 먹는 등 기이한 식습관을 뜻하나 최근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창조한 맛을 뜻하기도 한다. 한편 같은 기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건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도시에 살다 고향에 돌아온 혜원(김태리)이 제철식을 해 먹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얘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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