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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마흔 살 넘어 간 먼나라 학교, “제 인생 바꿨어요!”

등록 2018-06-06 20:47수정 2018-06-07 06:09

[ESC] 커버스토리┃체험여행

안식년·안식월, 장기 휴가자를 위한 제안
덴마크 성인 학교는 대학 수준의 과정
국제워크캠프기구 프로그램도 할 만
덴마크의 비공식대학 ’폴케호이스콜레 아이피시’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나란히 섰다. 온은주 제공
덴마크의 비공식대학 ’폴케호이스콜레 아이피시’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나란히 섰다. 온은주 제공
"어디 다녀올 거예요?" 직장에서 안식년이나 안식휴가를 앞둔 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모처럼 생긴 귀한 휴가다. 길게는 1년, 짧게는 3~4달 동안인 장기 휴가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이들이 선택할 만한 여행은 무엇이 있을까? 모두투어 브랜드전략부 원형진 매니저는 “장기휴가에는 요즘 각광받는 체험여행이 오히려 더 적당하다”라며 “단순한 체험을 떠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장기 체험여행자들을 만나봤다.

덴마크에 있는 성인 학교 아세요?

직장인들에게 안식년 혹은 안식월은 성실히 일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 박스 같은 거다. 강연 전문 스타트업 ‘소셜프로그’ 온은주(42) 작가는 올해 초 3개월간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에 다녀왔다. ‘민중의 대학’이란 뜻의, 덴마크 정부가 지원하는 일종의 비공식 대학이다. 18살 이상 성인만 입학 가능하며 학위는 나오지 않지만 입학식과 졸업식은 진행된다. 온씨처럼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진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이런 종류의 학교가 약 60~70개 있다. 이 중 외국인 입학이 가능한 폴케호이스콜레는 ‘아이피시(IPC)’ 한 곳이다. 온씨가 입학한 학교도 ‘폴케호이스콜레 아이피시’다.

직장 생활 20년 차인 그는 3개월의 휴가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이 컸다. 그는 고심 끝에 자신에게 ‘배움’을 선물하기로 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백세시대를 맞아 배움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마흔두 살에 떠난 ‘장기휴가’는 그를 변화시켰다. 온씨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스무 살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몸과 마음이 젊어진 것 같았다”고 한다. 실제로 학기마다 평균 33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학생이 교수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문화 교류를 한다.

영화 제작, 춤, 아프리카 드럼, 합창, 유럽 문화, 외국어 회화, 성 문화 이해 등 다양한 문화 이론 및 체험학습을 골라 들을 수 있는데, 강의 수준은 일반 대학교와 비슷하다. 학교 밖에서도 ‘살아 있는’ 배움은 계속된다. 기숙사에는 ‘공동의 방’이라는 곳이 있는데, 학생들은 이곳에 모여 온종일 토론을 한다. 학생 식당에서는 조리 시설이 있어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고향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으면서 친목을 다진다. 달마다 열리는 ‘문화의 밤’ 행사에는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 고국의 전통 복장을 하고 공연을 한다.

온씨는 이 학교를 ‘생각 여행’이었다고 정의한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쳐 있던 마음에서 새순처럼 삶의 의욕이 살아났다.

디지털 마케터로 일해왔던 그는 이 학교를 마친 후 직업을 바꿨다. 스타트업에서 작가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자기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교육 방법인 ‘비주얼 씽킹’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학교가 ‘제2의 인생을 찾는 교실’로 불리는 이유다. 온씨는 “학비가 400만원으로 다소 비싼 감은 있지만 내 인생을 바꿔서 아깝지는 않다”고 말한다.

신청방법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중 아이피시(IPC. www.ipc.dk)만이 외국 학생의 입학을 허용한다. 학교 누리집에 입학하고 싶은 이유를 수필로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입학 신청 순서에 따라 정원이 채워진다. 매 학기 2~3개월 전에 신청해 놓는 게 좋다. 학교는 국적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한 국가당 15명으로 입학을 제한한다.

2014년 스페인 캄브릴스에서 열린 국제워크캠프 현장. 봉사자들이 무너진 빈민가의 집을 재건하고 있다. 박은하 제공
2014년 스페인 캄브릴스에서 열린 국제워크캠프 현장. 봉사자들이 무너진 빈민가의 집을 재건하고 있다. 박은하 제공

집 짓기로 봉사 활동

여행작가 겸 출판업계 종사자인 박은하(34)씨도 4년 전 직장에서 안식년을 맞아 스페인 캄브릴스에서 열린 국제워크캠프로 떠났다. 국제워크캠프기구는 세계 87개국에서 봉사를 매개로 모인 이들이 교류하는, 100년 역사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다. 그는 “외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활동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이곳에서 한 달간 15개국에서 온 26명의 사람도 함께 머물면서, 낙후되고 무너진 건물을 부수고 새집을 지었다. 극빈 노동자들이 머물 집이었다. 벽돌을 나르면서 가족과 삶의 터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허름한 환경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던 자신을 돌아봤다. “먼 이국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 그 순간의 교훈은 평생 가는 것 같다”고 박씨는 말했다.

박씨는 짬이 나면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인근의 강으로 소풍도 다녔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친구들도 사귀고 지역 문화 환경도 둘러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그는 평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체험’이란 단어를 다는 게 송구한 일이지만, 자신은 현장에서 배운 게 많아 ‘인생 여행’이라고 말한다.

신청방법

국제워크캠프(www.workcamp.org)가 있는 국가마다 숙소 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침낭을 챙기는 게 좋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소품이나 식재료를 가져가면 봉사자들 간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쌓을 수 있다. 참여 가능한 나이는 만 19∼30살.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취미를 여행으로!

1294년에 세워진,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교회 ’도미니카넌’ 안에 있는 서점. 김홍민 제공
1294년에 세워진,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교회 ’도미니카넌’ 안에 있는 서점. 김홍민 제공
자연답사, 필라테스, 와인 체험…. 여행을 하며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국내 여행사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체험 테마여행 상품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여행을 통해 특별한 체험을 누려온 ‘베테랑’ 여행자들이 있다. 체험여행을 다녀온 뒤 직업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이색 테마여행, 체험여행의 매력에 빠져든 이들의 다양한 여행담으로 들어가 보자.

“유럽 여행 8박10일 동안 오직 책방만 둘러봤죠.”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점 투어’를 기획한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독자 12명과 함께 네덜란드·벨기에·스위스 등의 유명 서점들을 둘러보고 왔다. 출판 마케팅 행사로 계획한, 독자들과 함께하는 서점 탐방 여행이다.

김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1294년에 세워진,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교회 ‘도미니카넌’ 안에 있는 서점”을 꼽았다. 최근 영국 <가디언>이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서점’으로 선정한 곳이다. 이 서점은 2006년 “서점을 만드는 대신 교회의 어느 것도 변형시키거나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교회 쪽 요구를 받아들여, 네덜란드의 최대 서점 체인인 셀렉시즈의 경영주 톤 하르메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건축가들이 교회 역사를 존중해 멋진 솜씨로 세운 서점을 마주하는 순간, 다들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럽의 특색 있는 서점들을 돌아보며 한국에서도 오래된 절집처럼 전통적인 장소에 서점을 만들 수는 없을지 각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오는 11월에도 ‘유럽서점 떼거리 유랑단’이라는 주제로 8박10일간 서점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번에는 독일과 영국의 서점을 둘러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제맥주페스티벌 중 하나인 미국의 ’지에이비에프(GABF)’ 현장. 권진주 제공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제맥주페스티벌 중 하나인 미국의 ’지에이비에프(GABF)’ 현장. 권진주 제공

운동, 미용, 요리 등 관심사를 취미로만 국한하지 않고 여행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려는 성취 지향적 여행도 주목받고 있다.

취미가 운동일 경우 외국에서 열리는 특정 종목의 스포츠대회에 참가하고, 맥주 제조에 관심이 있다면 현지 양조장에 단기간 머물며 제조 관련 실습을 받는 식이다.

조은철 링켄리브 여행사 대표는 “요즘 해외여행의 트렌드는 성취감”이라며 “인도네시아 발리의 요가마을에서 필라테스를 집중적으로 배우거나, 해외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등 여행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려는 여행자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권진주(33)씨는 체험여행을 통해 전문성을 키운 끝에 관련 직업으로 이직하는 데 성공했다. 한 대기업의 음료 마케터로 일했던 권씨는 수제맥주의 매력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미국·벨기에·아이슬란드·독일 등에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을 45일간 둘러봤다.

“평소 맥주를 좋아해서 전 세계의 수제맥주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다”는 그는 “각 지역의 자연·문화 특성을 담아 (수제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맥주는 그곳 문화를 이해하는 한 통로가 되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조장 체험여행을 마친 뒤 권씨는 국내 한 수제맥주업체에 입사했다. 현재 ‘제주맥주’ 등 지역의 특성을 담은 수제맥주를 브랜딩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임철혁씨가 지난 3월 미국 사이판마라톤에서 해변길을 따라 뛰고 있다. 임철혁 제공
소방공무원 임철혁씨가 지난 3월 미국 사이판마라톤에서 해변길을 따라 뛰고 있다. 임철혁 제공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뉴욕, 보스턴, 도쿄, 홍콩 등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도시 주변 여행지에 관심이 많다. ‘여행 겸 국제마라톤대회 참가’ 일정의 해외 여행이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소방공무원 임철혁(35)씨도 지난 3월 사이판 마라톤대회에 참여했다.

"휴가 때에도 체력을 잘 키워 놓아야 위기 상황에서 소방관으로서 맡은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맛집 다니고 구경하며 휴식을 취하는 보편적인 휴가보다, 체력 단련과 좀더 연관된 여행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 끝에 2년 전부터 국제 마라톤대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사이판의 맑은 공기 속에 푸른 바다 경치를 원 없이 보며 뛸 수 있어 좋았다”는 임씨는 “마라톤이 끝난 뒤 바닷가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하면 쌓인 피로가 싹 풀린다”며 손을 치켜세웠다.

이처럼 이색 테마의 여행이 주목받다 보니 여행사 기획이 아니라, 여행자들의 요청에 의해 특정 분야 체험여행 상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는 다이어트가 절실해진 사람들의 제안에 따라, 필라테스 전문강사와 동행하는 여행상품을 내놓은 여행사들이 많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도네시아 발리, 필리핀 세부 등의 유명 필라테스 센터에서 체형 진단을 받은 뒤 여행 기간 내내 개인 맞춤형 필라테스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체험 여행, 이 앱 활용하시길!

마이리얼트립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을 설계해줄 수 있다. 다양한 현지 가이드를 찾을 수도 있다. 야외스포츠 지도와 미술관 안내까지 전 세계 현지 여행 상품을 지역별과 테마 별로 검색 가능하다. 실제 여행지를 방문한 이들이 남긴 2만5000개 넘는 리뷰도 참고할 만하다. (www.myrealtrip.com)

클룩

세계 80여개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1만여개 체험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여행 스타일과 시간에 맞춰 예약하면 된다. (www.klook.com)

와이파이 플러스

무료 와이파이 존을 알려주는 앱.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입력 안 해도 연결된다. (www.onestore.co.kr)

맵스미

외국 여행 가기 전에 여행할 국가의 지도를 다운받으면, 현지에서 휴대전화의 데이터가 없어도 지도를 사용할 수 있다. 지피에스(GPS) 설정을 해두면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도 파악할 수 있다..(www.onestore.co.kr)

체험여행

외국에서 하는 마라톤 참가, 파리 미식 여행 등 평소 개인의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주목적으로 한 여행.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엄세대에서 시작된 새로운 여행 문화라고 한다. 자기만의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게 특징.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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