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화면 갈무리.
드라마 속 재벌가 식사 장면을 보다가 저들은 무슨 반찬을 먹나 유심히 살필 때가 있다. 남은 반찬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에스비에스 에이엔티>의 조용미 조리실장에게 물었다.
Q 드라마 식사 장면에 들어가는 반찬을 만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
A 대본이 우선이다. 그 집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식기를 정한다. 재벌 집이 배경이라면 전복이나 새우 등을 활용하고, 생선도 통째로 놓고 색색의 고명을 올린다. 반찬을 일품요리처럼 화려하게 구성하고 찌개도 버섯전골처럼 보기 좋은 메뉴를 올린다. 중산층 가정의 밥상도 색이 조화롭도록 구성한다. 풀만 있어도 안 되고, 반찬이 모두 빨개도 안 된다.
Q 한 상 차림의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A 재벌가 식사 장면은 고급 식재료의 비중이 커서 15만~20만원 정도로 든다. 일반 가정집 장면은 4인 기준으로 3~4만원 정도다. 다양한 각도를 찍고 반복해서 연기하기 때문에 실제 한 끼 식사보다 많은 양을 만든다.
Q 보이는 게 우선인 촬영용 반찬도 양념하고 간을 맞추나?
A. 먹으면서 연기를 하므로 일반 반찬과 똑같이 간을 한다. 배우 강부자 선생님이 맛있게 먹었다고 한 적이 있다. 반찬 만드는 법을 묻는 이도 있다. 갈비찜을 잘 먹은 연기자가 다음 촬영 때 대본에 없는데도 갈비찜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조리팀은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이 생긴다.
Q 연기자들은 대사를 말하느라 밥도 반찬도 조금씩 먹는다. 남은 반찬은 어떻게 되나?
A 촬영 시간이 길다 보니 조명의 열기로 음식이 상하기 쉽고, 세트장에 먼지가 많아서 촬영이 끝나면 남은 반찬은 모두 폐기한다. 연기자가 실제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위생이나 조리과정에 신경을 많이 쓴다. 뭘 넣고 어떻게 비볐는지 모르는 비빔밥은 먹기 꺼려질 수 있다. 그래서 비빔밥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는 연기자가 보는 앞에서 나물 등의 재료를 넣어 즉석에서 비벼준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반찬
밥과 함께 먹는 부식을 일컫는 말이다. 식단을 짜는 가사 노동자의 고민거리였던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식의 본령은 반찬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6일 방송을 시작한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화려한 일품요리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반찬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한다. 반찬을 만드는 배우 김수미의 손맛을 극찬하면서도 이를 엄마만의 일이나 재연 불가능한 영역에 두지 않고 눈대중, 손대중을 계량화해 전수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