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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슬립테크’가 우리를 숙면케 하리라

등록 2018-10-31 19:24수정 2018-10-31 19:41

커버스토리│수면
보스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는 바깥 소음을 차단해주고, 잠잘 때 들으면 좋은 소리를 재생한다. 사진 보스(BOSE) 제공
보스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는 바깥 소음을 차단해주고, 잠잘 때 들으면 좋은 소리를 재생한다. 사진 보스(BOSE) 제공
최신 슬립테크 제품·서비스 써보니 극세사 소재의 숙면 잠옷, 체형에 맞춰 제작된 마약 베개, 눈을 따뜻하게 해주는 수면 안대, 발 온기를 유지하는 수면 양말 등이 고작이었던 수면 보조제품의 영역에 아이티(IT)기술이 더해지면서 숙면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슬립테크’(Sleeptech·수면을 돕는 기술) 제품과 서비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바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말 도움이 돼?’라는 질문이 곧장 떠오른다. 그 의문을 풀어봤다. 최신 슬립테크 제품과 서비스를 기자가 직접 써봤다.

국내에 출시된 슬립테크 제품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제품 ‘이어버드’(Earbud)를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이어버드는 귀 안에 쏙 들어가는 무선 이어폰을 일컫는다. 의구심이 먼저 든다. 잠자는 걸 돕는다는데 귀 안에 이어버드가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게 도움이 될까? 기자는 평소에 아주 푹신하고, 귀에 쏙 들어가는 소음 방지 귀마개를 써도 그 이물감에 뒤척일 때가 많았던지라 불신이 다소 컸다.

체험 제품은 스피커와 음향기기로 유명한 보스(BOSE)가 최근 출시한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noise-masking sleepbuds)다. 이 제품은 코 고는 소리 등 잠을 방해하는 소리의 주파수를 차단해 소음을 줄이고, 잠드는 데 도움을 주는 소리를 듣는 데만 쓰인다. 그 소리는 보스 슬립(Bose Sleep)이라는 전용 앱으로만 재생할 수 있다. 오로지 ‘수면’에 집중한 제품이라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전용 충전기이자 케이스에서 하얀색의 슬립버드를 꺼내 귀에 꽂았다. ‘이 촉감은 뭐지?’라는 생각이 단번에 떠올랐다. 평소 쓰던 이어폰보다 훨씬 부드러운 재질이다. 귓바퀴에 고정하는 지지대도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구부러져 꽂힌다. 보스 슬립 속 소리를 재생하기 전 세면대에서 물을 콸콸 틀어봤다. 확실히 소음은 많이 줄어든다. 함께 지내는 고양이가 “야옹야옹” 불러대는 소리도 훨씬 작게 들렸다. 침대에 누워 보스 슬립의 ‘파도 소리’를 재생했다. 잔잔한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에 앉은 느낌이 든다. 편안한 기분이 드는 한편, 파도 소리가 좋아 살짝 기분이 들떴다. 주변 소음은 줄었지만, 몸 안에서 나는 심장 박동에 신경이 쓰였다. 잠들기 위한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는 생각에 오히려 잠이 깨는 기분이었다.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 사진 보스(BOSE) 제공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 사진 보스(BOSE) 제공
수면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수면을 위한 과도한 노력’의 영향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커질 즈음 복식 호흡을 몇 번 하자 흥분은 가라앉고 차분해졌다. 몸을 뒤척여 모로 누워봤다. 귓바퀴의 슬립버드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깨어있을 때까지 슬립버드는 제자리에 꽂혀 있었다. 별 5개로 평가하자면 4개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물감은 적었고, 전용 앱의 수면을 돕는 소리는 기분 좋게 잠으로 안내했다. 다만, 바깥 소음은 줄었을지언정 스스로 깊게 숨을 쉬었을 때 나는 소리나 심장 박동은 차단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다. 과연 몸 안에서 나는 소리도 막아줄 이어버드가 등장할지 의문이다.

엘지유플러스(LG U+)는 10월30일 아이오티(IoT) 숙면등을 출시했다. 사진 엘지유플러스(LG U+) 제공
엘지유플러스(LG U+)는 10월30일 아이오티(IoT) 숙면등을 출시했다. 사진 엘지유플러스(LG U+) 제공
갓 출시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결합 슬립테크도 써봤다. 엘지유플러스(LG U+)는 수면 상태를 체크하고, 분석해 숙면을 돕는 ‘숙면 알리미’를 지난 7월 내놓은 데 이어 10월30일에는 ‘아이오티(IoT·사물인터넷)숙면등’을 선보이며 종합 아이오티 숙면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오티숙면등은 일출·일몰 효과를 내는 조명과 인공지능 스피커를 더했다. 슬립버드는 ‘잠이 드는 환경’에 집중했다면, 숙면등은 ‘잠에서 깨는 환경’에도 신경을 썼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클로바, 숙면등 잘 때 모드 해줘”라고 말했더니 어스름한 조명으로 바뀌고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깰 때의 경험은 좀 더 색다르고 반가웠다. 일어나는 시간을 아침 7시로 맞춰뒀다. 침대 밑에 둔 수면 상태 체크 기기인 숙면 알리미가 몸을 뒤척이며 얕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면 일출 효과의 조명이 켜지고 밝은 음악이 재생된다. 암막 커튼을 쳐둔 채 일어나면 살포시 깼다가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가 30분을 더 뭉개기 마련인데, 경쾌한 음악에 이불을 털고 나올 수 있었다. 별 5개로 평가하자면 4개 반이다. 나머지 별 반 개는 쌀쌀한 아침에 이불 속에서 15분 정도는 더 포근하게 누워있고 싶은 욕망을 인공지능이 이해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의 표현이다. “일어나기 힘들죠? 그럼 이불 안에서 기지개라도 켜 봐요. 조금 더 쉬어도 돼요.”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수면 : 잠자는 일. 의학적으로는 피로가 쌓인 뇌를 회복해주기 위한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 폭염·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최근 기능성 침구·수면카페 등 ‘슬리포노믹스’(수면산업)가 뜨고 있다. 아이티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제품을 내놓는 중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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