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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10분이라도 잘 기회 생기면 놓치지 않아요”

등록 2018-11-01 11:00수정 2018-11-01 16:58

커버스토리|수면

시끄러운 클럽에서도 잘 자는 ‘숙면 왕’ 슬리피
틈틈이 쪽잠 잘 시간 놓치지 않아
숙면 비법으로 음악 감상·운동 추천
슬리피.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슬리피.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생활이 불규칙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가수 슬리피(34·본명 김성원). 데뷔한 지 10년 째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가수 활동명보다 더 유명한 별칭이 있다. 바로 ‘프로 꿀잠러’다. 잠을 잘 자서 ‘꿀잠’이고, 꿀잠 자는 데 ‘선수’라서 ‘꿀잠러’라고 한다. 숙면하는 이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그를 대변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슬리피는 어디서든 잘 잔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다.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연예인들은 힙합 가수 슬리피가 부럽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이로 보인다. 그가 녹음실, 헬스장, 방송 녹화장 등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머리를 댈 곳만 있으면 숙면을 취하는 듯한 그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오죽하면 ‘졸리다’는 뜻을 가진 영문 형용사 ‘슬리피’(Sleepy)가 가수 활동명이겠는가! 최근에는 그 명성(?)에 걸맞게 잠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에도 출연해 시청자들의 시선도 잡아끌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요즘, 숙면의 비법을 그는 알고 있을까?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에 있는 한 문화 공간에서 슬리피를 만나 숙면의 노하우를 들어 봤다.

-가수 활동명이 ‘졸리다’는 뜻인 ‘슬리피’(Sleepy)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았다고 하면 김빠지는 얘기일까요.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 머리만 대면 잠 들어요. 하지만 학창시절 돌이켜보면 그런 사람들 많잖아요. 어쨌든 전 잠과 친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 ‘슬리피’라는 별명을 지어줬고 아예 이 별명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연예인 생활이 보통 불규칙하잖아요. 불규칙한 생활은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로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숙면 취하는 방법이 있나요?

“방법이 있죠. 이동 중 차안이나 녹음실에 있는 소파에서 쪽잠을 자면 돼요. 금쪽같은 그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죠. 눈치 보다가 허비하면 손해라고 생각해요. 시끄러운 클럽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는데 같은 이유에서예요. 음악이 크게 나오는 스피커 앞에서 자본 적도 있죠. 단 10분이라도 잘 기회를 잡으면 숙면해요. 그러다 보면 피로감이 줄어들어요.”

-어제도 숙면 할 틈새를 잘 잡았나요? 그래서 잘 잤나요?

“어제는 어떻게 잤는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하루 종일 일하고 한 끼도 못 먹다가 집에 와서 야식 먹었더니, 피곤하고 배부르니까 슬슬 졸음이 오더니 완전 숙면 했죠. 피곤함도 숙면에 도움이 되나 봐요.”

-‘프로 꿀잠러‘란 별명을 가진 이답게 최장 숙면 시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진짜 말도 안 되게 많이 잔 적이 있어요. 한 20시간 정도 잤던 것 같아요. 한 이틀 간 잠을 안자고 곡 만들었더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일에 몰입했더니 숙면이 저절로 따라왔어요.”

-잠을 잘 자니까 주변 연예인들이 부러워 하죠? 비결을 묻는 이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많이 부러워 하죠. 딘딘이 항상 물어봐요. 비결이 뭐냐고. 요즘에는 마미손도 묻더라고요. 스케줄 많아 피곤하다면서요. ‘못 잤다, 잠 안 온다’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해요. 잠이 올때까지 머리를 비우고 편하게 기다리는 것도 숙면의 비법일 수 있어요. 제가 그렇거든요. ‘잠 올 때 자면 되지, 밤에 잠 안 오면 낮잠 잠깐 자면 되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요. 때로 불면증도 마음의 문제일 수 있거든요. 마미손도 요즘은 제 조언 듣고 나선 틈틈이 새우잠 잔다고 해요. 밤에 못 잤지만 그래도 낮에는 잘 시간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에요. 연예인들은 그런 걸 알아야 해요.”

슬리피가 소파에서 평소 쪽잠을 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슬리피가 소파에서 평소 쪽잠을 자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반면에 일반인들은 아무 때나 자기 어렵잖아요. 이들을 위한 숙면 비법이 있을까요?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자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저도 요즘은 영국의 음악가 톰 미쉬(Tom Misch)의 곡들을 주로 듣거든요. 무의식 중에 좋아하는 선율을 들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해요. 아! 자기 전 운동하는 것도 추천해요. 원래 운동에 취미가 없다가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는데, 숙면에 효과 만점이에요.”

-잠과 친하다고 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배 부르면 억지로 먹지 말고, 졸리면 무조건 자라’고 교육하셨거든요.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한번은 아침에 너무 졸려서 눈이 안 떠지는 거예요. ‘졸려서 학교 못 가겠어요’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안 가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자주 안 그랬으면 한다는 당부도 덧붙이셨는데, 잠과 관련해서는 화 한번 안 내셨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그래도, 연예인이고 창작을 해야 하는 예민한 아티스트인데 밤잠을 설쳐 본 적이 있을 거 같아요.

“2008년 힙합그룹 <언터쳐블>로 데뷔했지만 오랜 무명 생활을 견뎌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밤에 잠 안 올 때도 많았죠. 그러다가 거의 10년 만에 <엠비시>(MBC) 인기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고정 출연하게 된 거죠. 대중에게 저를 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돼 놓치고 싶지 않았고요. 믿을 건 정신력 밖에 없었어요. 죽을 각오로 버텼더니, 그 마음을 시청자들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극복할 수 있어요.”

슬리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슬리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충분한 수면은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말이 있다. 1965년 세계적인 록그룹 ‘비틀즈’의 명곡 ‘예스터데이’가 대표적인 예다. 비틀즈의 리드 보컬 폴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들은 멜로디로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룹 ‘비틀즈’처럼 작곡할 때 잠에서 영감을 얻은 적이 있나요?

“잠 잘 때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보통은 가사를 외울 때 도움을 받아요. 힙합 래퍼다 보니까, 곡의 가사가 긴 편이거든요. 잠 들 때 제 노래를 들으면 무의식 중에 가사가 외워지는지 실전에서 가사 틀리는 실수를 거의 안하게 되더라고요. 수면에 관련된 책을 읽으니 공부하고 바로 잠에 들면 외웠던 게 오래 간다고 해요.”

-작사한 노래 중에 자기 전 가장 많이 들은 곡이 있다면요?

“‘잘’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기억나요. ‘가끔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언제부턴가 난 두려워져/이 노래는 내가 내게 주는 선물’. 가수로서 불안했던 시절, 그 누구도 제게 ‘잘 하고 있어!’ 격려해주지 않았어요. 따뜻한 말이 간절히 듣고 싶었던 제 자신을 위해 적었던 가사예요. 살면서 다들 힘들잖아요. 누군가 이 노래를 듣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전 듣는 음악을 소개하는 슬리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자기 전 듣는 음악을 소개하는 슬리피.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슬리피와의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이미 밖은 어둑해진 상태였다. 저녁 8시가 넘어서자 그에게 물었다. 집에 가서 자기 전까지 뭐 할 거냐고. 슬리피는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을 거라고 했다. 스무 살 때 독립했다가 어머니와 다시 산지 얼마 안 됐다는 그에게는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집밥이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잠에 들겠죠?”라고 덧붙이며 빙긋이 웃었다.

-오늘은 어떤 노래를 들으며 잘 건가요? 꿀잠 자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부탁합니다.

“제가 작사한 곡 ‘아이디’를 추천하고 싶어요.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사랑 노래예요. 좋아하는 상대방과 사계절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죠. 이제 완연한 가을이잖아요. 잠들 때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잠이 솔솔 올 겁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수면 잠자는 일. 의학적으로는 피로가 쌓인 뇌를 회복해주기 위한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 폭염·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최근 기능성 침구·수면카페 등 ‘슬리포노믹스’(수면산업)가 뜨고 있다. 아이티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제품을 내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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