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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지구에서 가장 오래 안 잔 사람이 궁금해!

등록 2018-11-01 11:07수정 2018-11-01 21:55

커버스토리|수면

록펠러·처칠 점심식사 후 낮잠 즐긴 이유
햇빛은 커피보다 센 최고의 각성제
예지몽은 자기 전 기억들의 재현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평생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훌륭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잠이 오지 않은 밤이면 산책을 하며 작품의 줄거리를 상상했다. 불면의 밤은 그에게 책을 쓰는 데 영감을 줬던 셈이다. 이렇듯 잠은 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차지하는 생물학적 행위이자, 인간의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가치적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잠에 대해 언제나 궁금한 게 많다.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잠. 그러다 보니 잠과 관련된 속담도 많고, 포복절도할 재밌는 이야기도 많다. 잠자다 꾼 꿈을 해석해주는 점쟁이도 있고, 꿈만 믿고 복권을 사는 이도 있다. 잠과 꿈에 관한 싱겁지만 궁금한 의문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Q 전문가들은 건강해지려면 7시간은 자야한다고 말한다. 7시간을 틈틈이 자는 것과 통잠으로 자는 것의 수면 효과는 같을까?

A 통잠으로 자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수면은 크게 비렘수면과 렘수면(능동적인 수면)이 있다. 비렘수면은 신체의 회복, 렘수면은 정서의 회복과 관련 있다. 비렘수면의 경우 엔(N)3단계가 중요하다. 엔3단계는 몸을 충분히 쉬게 하는 깊은 잠인 서파수면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개의 수면은 침대에 눕자마자 서파수면이나 렘수면 단계로 진입하진 않는다. 그 단계로 진입하려면 사람마다 다르지만, 서파수면은 보통 잠든 후 20분 정도, 렘수면은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이 때문에 틈틈이 나눠 자면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고 다시 각성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벽녘에 깨어났다가 다시 잠든 경우, 통잠을 잔 경우에 비해 아침에 몸이 개운할 확률이 줄어든다. 다만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평소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측면이 있다.

Q 밥을 많이 먹으면 왜 졸릴까?

A 식곤증은 식후 혈당 변화와 관련 있다. 식사한 뒤에는 혈당이 상승하는데, 이 때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각성을 유발하는 아미노산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졸음이 온다.

Q 한낮 회의시간에 졸린다면? 눈치가 보인다. 이럴 때 잠 쫓는 법은?

A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각성 효과가 음료 섭취 후 30분 정도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회의 시작 직전에 마시는 게 좋다. 커튼을 열어 햇빛이 회의실에 가득 들어오게 하는 것도 잠 깨는데 효과적이다. 햇빛을 받으면 사람은 각성 호르몬이 나온다. 이 호르몬은 카페인보다 강한 각성제다. 졸음이 문제라면 햇빛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앉는 게 좋다.

Q 각성 효과가 있는 음료와 커피 중 어떤 것이 더 잠에서 깨는 데 효과가 클까?

A 카페인 수치는 비슷하다. 다만 더치커피의 경우 함량이 높은 카페인 음료로 분류되는데, 때로는 각성 음료 이상의 각성 효과가 있다.

Q 낮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숙면하기가 어렵다는데?

A 의학적으로 낮에 확실히 깨어 있어야 밤에 잠이 잘 온다. 낮에 카페인 음료를 한 잔 정도 마시면 밤에 숙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다만 카페인에 민감한 이도 있기에 웬만하면 오후 2시 전에 마시는 걸 권한다.

Q 세상에서 가장 오래 잠을 안 잔 기네스북 기록은?

A 기네스북에 따르면 공식적인 세계 기록은 1964년 미국의 랜디 가드너(당시 17살)가 세운 264시간1분(11일 1분)이다. 가드너의 1위 달성 이후 기네스북의 ‘잠 안자고 깨어있기’ 도전 부문은 신체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폐지됐다. 이후 1965년 한 핀란드 사람이 277시간(11일 12시간)을 기록하며 세계 기록을 넘어 1위에 올랐지만, 한 해 앞서 이 부문이 폐지됐기 때문에 비공식 기록으로만 남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잠 안자고 깨어있기’ 부분 2위에 해당하는 비공식 기록은 2007년 영국의 정원사인 토니 라이트가 세웠다. 라이트는 2007년 5월14일 오후 2시부터 도전을 시작해 25일 오후 2시1분 까지 잠을 안 잤다. 그가 깨어있던 시간은 266시간(11일 2시간). 기록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깨어 있기’ 도전에 나서 당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시시티브이(CCTV·폐회로티브이) 6개의 감시 속에 진행된 이 도전에서 그에게 허락된 것은 음악 감상, 당구, 차를 마시며 주위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는 것 뿐이었다.

Q 날씨가 따스한 나라에서는 낮잠(시에스타)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유래는?

A 시에스타(siesta)는 스페인어로 점심 이후 즐기는 ‘달콤한 낮잠’을 뜻한다. 높은 기온과 식곤증을 견디기 위해 스페인어권 국가와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라틴계 국가에서 시작된 관습이다. 정확한 유래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스페인 하층민들이 정오 무렵 지주·귀족 등 지배계층의 낮잠 자는 습관을 따라하면서 퍼졌다는 설이 있다.

Q 세계 유명인들이 낮잠을 즐겼다고 한다. 이유는?

A '석유 왕'으로 불린 미국의 사업가 존 D 록펠러는 점심식사 후 30분간 낮잠을 잤다고 알려졌다. 영국의 수상 처칠도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와중에도 낮잠을 잔 것으로 유명하다. 독일에 대공습을 당할 때도 처칠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한두 시간 낮잠 자는 걸 잊지 않았을 정도였다. 미국수면재단(NSF)에 따르면 잠깐의 낮잠은 정신을 맑게 만들고 일의 정확도를 높인다. 생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낮잠이 혈압 수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학계 의견도 있다.

Q 노인은 수면의 양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왜일까?

A 노인이라고 해서 꼭 잠이 적은 건 아니다. 다만 뇌에 있는 시신경교차상핵이 노화 함에 따라 수면리듬의 주기가 짧아진다. 그래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오후 8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식이다. 또한 야간 수면시간이 적은 노인 중에는 낮에 수시로 낮잠을 자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총 수면 시간이 큰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노화의 영향으로 한 번에 길게 자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Q 꿈을 많이 꾸면 숙면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까?

A 그렇다. 사람은 매일 밤 2~3편의 꿈을 꾸지만, 수면 구조가 정상일 때는 램수면 이후 깊은 잠이 동반되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이 꿈을 꿨다는 걸 인지했다면 숙면을 못했다는 뜻이다.

Q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다. 악몽은 왜 꾸는 걸까?

A 꿈의 기능 자체가 낮 동안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의 해소다. 이 말인즉 낮 동안 스트레스가 심했다면 더 생생한 악몽을 꿀 수 있다.

Q 잠자다가 무서운 꿈을 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가위라고 한다. 이런 상태는 왜 생기는 걸까?

A 일종의 수면 장애인 가위는 스트레스 등으로 얕은 잠을 잘 때 생긴다. 정상적인 렘수면 중에는 신체 근육에 힘이 빠지는데, 이때 비정상적으로 각성 단계가 갑자기 오는 경우가 있다. 신체 근육에 힘이 돌아오지 않는 상태서 정신만 깨다 보니 호흡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는 거다. 다행히 이런 상태는 1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Q 꿈을 꾸다 보면 예지몽을 만날 때가 있다. 가능한 얘기인가?

A 의학계에서는 꿈의 예지 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잠자기 직전까지 봤던 책, 영화 등의 일부가 꿈 속에서 뒤섞여 재현된 걸 예지로 착각하는 경우로 본다.

Q 몽유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왜 생기는 걸까?

A 일반적으로 수면제 복용 부작용으로 본다. 밤 중에 갑자기 일어나 냉장고에서 익히지 않은 삼겹살을 꺼내 먹는 식의 수면섭식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본인만 자신이 수면 중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이 때문에 이런 모습을 동거인에게 들키거나,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몽유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대개 수면제를 끊으면 완치된다.

정리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도움말 신홍범 전 을지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수면의학회 이사), 김혜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 이사), 이은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참고도서 <수면 밸런스>, <프라임타임>, <일만 하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수면 잠자는 일. 의학적으로는 피로가 쌓인 뇌를 회복해주기 위한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 폭염·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최근 기능성 침구·수면카페 등 ‘슬리포노믹스’(수면산업)가 뜨고 있다. 아이티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제품을 내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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