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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생각버스’·마카롱 지도···특이한 동네 지도, 다 모여라

등록 2018-11-30 09:52수정 2018-11-30 19:18

커버스토리┃지도
‘생각버스 지도’(472번 버스 노선)편. ‘생각버스 프로젝트’ 제공
지도 제작자들에게 교통 노선은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다. 버스·지하철 노선을 토대로 지도를 만들면 지역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통 노선도도 최근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 교통 노선도의 형식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동네 지도들을 소개한다.

대학생 이혜림(26)씨와 그래픽디자이너 이예연(27)·정예온(28)·이수진(28)씨가 주축이 돼 만든 ‘생각버스 지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2년 처음 발행된 ‘생각버스 지도’는 얼핏 보면 버스 노선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색다르다. 단순히 시내의 모든 버스 노선을 표시하지 않고, 한 지도마다 오직 한 버스의 노선만 소개됐다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 버스가 지나는 동네들도 함께 소개한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을까? 한 예로 2012년 11월 발행된 ‘생각버스 지도(7011번 버스 노선 편)’는 7011번 버스가 지나가는 동네의 주요 간판들을 소개한다. 7011번 버스 노선과 간판이 무슨 관련이 있기에 그들은 둘을 엮었을까? 이혜림씨는 “7011번 버스 노선은 을지로 자재 거리, 남대문시장, 염천교 구두 거리, 아현동 가구 거리, 홍대 미술학원 거리 등 서울의 독특한 거리를 지나는 대표적인 노선”이라며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간판들을 무심코 지나치게 된다. 사실 이 간판들에는 동네의 역사가 담겨 있다”며 “을지로 거리의 ‘전당포’, 아현동의 ‘OO가구’ 등 대표적인 동네 터줏대감 간판들이다. ‘간판 여행’만 잘해도 서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버스 노선도 한 장을 통해 본 서울의 동네 간판 지도’를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생각버스 지도’들. ‘생각버스 프로젝트’ 제공
버스 노선마다 특정 주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동네를 소개하는 ’생각버스 지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4개 제작됐다. 이예연씨는 “지도라고 해서 반드시 지형을 따라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유학 등으로 지난 2년 간 잠시 중단됐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와 결합된 교통지도를 계속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버스 지도’를 접으면 ‘생각버스 프로젝트’ 잡지가 된다. 이혜림씨는 “접지 형식의, 지도 한 장으로 구성된 잡지”라고 말했다. 이 독특한 지도는 독립서점이나 ‘생각버스’ 이메일(thinkingbus@naver.com)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2000~5000원.

버스노선도를 소재로 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형 지도가 있다면, 대중의 참여로 지도의 내용이 점점 업그레이드되는 ‘공유 지도’도 있다. 얼핏 보면 서울 지하철 노선도인데, 역마다 마카롱 맛집이 표기돼 있다. 이름하여 ‘마카롱대동여지도’다.

공유지도 ’마카롱대동여지도’. 정진하 제공
지난 4월부터 약 한 달간 인터넷 누리꾼들이 지도 제작자에게 마카롱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지도를 제작한 아이티(IT) 업계 프리랜서 정진하(29)씨는 지난 해부터 트위터에서 '당신이까먹은그거'라는 이름의 계정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찾아 제공하는 일을 취미 삼아 해왔다. 그러다 올해 초 그의 계정에 일부 누리꾼들이 ‘마카롱 맛집 정보가 부족해 아쉽다’는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마카롱 맛집 지도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정씨 본인도 마카롱 맛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지만, 누리꾼들이 제공한 마카롱 맛집의 후기 및 정보가 지도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muodraa’에 누리꾼들이 맛집 정보를 메시지로 보내면, 이를 취합해 지도에 추가 반영하는 식으로 제작됐다.

공유지도 ’마카롱대동여지도’. 정진하 제공
단순히 맛집 지도를 만드는 일이었지만 보람도 있었다고 한다. 두 달 전에 한 마카롱 가게 사장이 정씨를 찾아 왔다고 한다. 정성으로 마카롱을 만들었지만 홍보가 부족해 폐업 직전이었다가, 이 지도에 소개되면서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씨는 “지도의 중요성을 실감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최근 또 다른 지도 제작에 나섰다. 이번에는 서울 전역의 청년 활동 지원 공간을 표시한 지도다. 자신과 같은 프리랜서 청년을 돕기 위해서다. 식도락도 빼놓을 수 없는 일. 그 근처에 있는 디저트 가게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지도 지형을 기호·문자 등 객관적인 형식을 사용해 실제보다 축소된 형태로 평면상에 나타낸 것을 뜻한다. 종래의 지도는 대부분 종이로 만들어졌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웹 지도, 지도 앱 등으로 형식이 다양화됐다. 최근에는 ‘채식 지도’, ’반려동물 지도’ 등 개인의 취향을 담은 지도 앱도 등장했다. 거주지 일대를 직접 다니면서 스스로 지도를 제작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른바 ‘지도 라이프’가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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