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굴 맛집 ‘금천 종가집구이’의 굴찜. 박미향 기자
여수는 전라도의 대표적인 굴 생산지다. 여수수협 최순무 지도과장은 “국내 유통하는 굴의 70%는 경남 통영에서, 20%는 여수에서 생산한다”고 말한다. “여수 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하루 4시간 이상 햇볕에 노출하고, 나머지 시간엔 바다 속에 둬 알이 크면서도 통통하다”고 한다. 24시간 바다 속에서 키우는 굴도 있다.
지난 7일 여수 양식 굴 생산 업체 ‘생굴·각굴’엔 바다 양식장에서 거둬 온 굴을 까는 10여명의 손이 바쁘게 돌아갔다. 아침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11시간을 매달린다. 하루 일당은 8만원. 대부분 70대 노인이다. “전라도 굴의 시작은 여수”라는 ‘생굴·각굴’ 문태수(56) 대표는 “‘쪼시개’(전라도에서 굴 캐는 도구를 부르는 지역 말)는 기계화가 안 된다. 철저하게 수작업이다. 노인들이 떠나면 굴 유통이 될까 모르겠다”고 말한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 굴은 양과 질에서 여수가 최고였다고 한다. 통영은 통조림용 굴 정도를 생산하던 곳이었는데, 1970년대 굴 양식에 성공한 후 1980년대 굴 생산업체들이 기업화하면서 역전됐다.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에 있는 ‘생굴·각굴’에서 배로 6.4㎞ 정도 가자 바다 양식장이 보였다. 배의 지피에스(GPS)엔 네모 모양의 줄이 그어져 있었다. 바다 위 양식장의 경계선이다.
문 대표는 “굴 양식은 면허권이 없으면 할 수 없다. 면허권은 10년에 한 번씩 여수시청 수산과에서 재발급받는데. 상속과 판매가 되는 권리증”이라고 말한다.
여수시 돌산읍 금봉리에서 배로 6.4㎞ 가면 나타나는 굴 양식장. 굴 양식업체 ‘생굴·각굴’의 채취선. 굴줄을 끌어당겨 취취하고 있는 모습. 박미향 기자
여수의 굴 구이 전문점 ‘정구굴구이’의 굴라면. 박미향 기자
문 대표의 채취선에선 직원 3명이 하얀 부표 아래 붙어 있는 줄을 잡아당겨 굴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100미터 간격으로 줄 100개가 바다 속에 있는데, 한 줄에 120~130개 굴이 달려 있다. 아침 6시30분 출항해 대략 5~6톤의 굴을 채취한다. 문 대표는 패각굴(껍데기째 파는 굴) 25㎏은 택배비 포함 5만원, 20㎏은 3만원에 판다고 한다.
박신장(굴 껍데기 까는 장소)에서 맛본 여수 굴은 향긋하고 흐드러지게 물컹하다. 입안으로 쓱 미끄러져 들어간다.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 이후 관광객이 몰리는 여수엔 요즘 굴 전문 식당이 성업 중이다. 골목마다 넘치는 굴 식당 중 어느 곳을 가야 할지 난감할 수도 있다. 고급 육류 레스토랑 ‘휴 135’를 운영하는, 여수가 고향인 김세경 요리사가 몇 곳을 추천했다.
여수의 굴 맛집 ‘금천 종가집구이’의 굴찜. 박미향 기자
‘금천 종가집 굴구이’(여수시 돌산 금봉리 금천리 1406/061-644-0340)는 지역민조차 잘 잘 모르는 숨겨진 식당이다. 허름한 나무 테이블이 16개. 비닐하우스가 고급 식당 못지않은 정겨운 인테리어 역할을 한다. 테이블마다 프로판가스가 설치돼 있는데, 1~2인분만 주문해도 굴이 한가득 나온다. 주인 이정률(62)씨는 “겨울에만 이 식당을 운영한다. 다른 계절엔 본업인 어부 활동에 전념한다”고 한다. 잘 익은 갓김치로 담근 동치미는 굴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오전 11시께 문 열어 저녁 7시30분까지만 입장 가능하다. 4~5㎏ 각굴의 가격은 3만5000원(4인분), 2인분은 3만원. 찐 굴을 다 까먹고 굴죽(1000원)까지 먹으면 오롯이 이곳을 즐긴 꼴이 된다.
여수의 굴 구이 전문점 ‘정구굴구이’의 굴파전. 박미향 기자
최근 여행객이 몰리는 여수 굴 거리는 돌산읍 안굴전길 일대다. ‘정우굴구이’(여수시 돌산읍 안굴전길 57/061-643-6125), ‘안굴전원조직화굴구이’ 등 3집이 모여 있는데, 주차할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정우굴구이’ 박정우(46) 주인은 “굴 세척기를 직접 개발해 더 인기다”라며 “<런닝맨> 등에 소개돼 알려졌다”고 한다. 들어서면 왁자지껄 활기찬 분위기에서 각굴을 구워 먹는 이들이 많다. 굴 라면, 굴 파전도 별미다.
여수/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굴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겨울철 제철 식재료다.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붙은 별명이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굴을 ‘석화’로 부르기도 한다. 굴 생산지는 서해안과 남해안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먹는 굴 종류는 ‘참굴’이다. 9월부터 수확을 시작하지만 보통 11~2월을 굴의 제철로 본다. 김장 속 재료나 국요리, 젓갈 등에 쓰이던 굴은 최근 고급화해 오이스터 바나 유명 레스토랑에 공급된다.
여수/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